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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의 눈물] "난 사람이 아니라 경비원"…'사장님'이었던 70대의 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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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사장님하다 경비원으로 일하니 개도 짖더라
휴게시간 등 정당한 요구하면 부당해고로 '복수'
불빛 없는 지하 계단에는 '차별의 냄새' 나는 휴게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지난 14일 오후 9시쯤 모 아파트단지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70대 이경준(가명) 씨는 경비실 안에 앉아 있었다. 퇴근하는 주민들을 맞이해 밖에서 일하다 이제 막 들어온 참이었다.

경비실은 2평도 채 되지 않았다. 책상, 승강기 폐쇄회로(CC)TV, 이제는 찾아보기도 힘든 구식 텔레비전이 제일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앉아 쉴 수 있는 곳은 의자가 전부였다. CCTV보다 화질이 떨어지는 텔레비전은 끊임없이 '지지직' 소리를 냈다. 그는 이곳에서 오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일한다.

최근 서울 강북구 모 아파트 경비원 고(故) 최희석 씨가 폭언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지만 이씨는 인터뷰에 응하기 힘들다고 했다. "말 잘못했다 또 잘린다"는 게 이유였다. 그럼에도 이씨는 기자에게 "자기 아들 같다"며 6년 동안 경비원으로 일하며 느꼈던 소회를 털어놨다.

◆ 직장에서 20년, '사장님'으로 20년 살았는데...

이씨는 과거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기업에서 20년 동안 일했다. 퇴직 이후에는 자신만의 사업에 도전해 20년 가까이 '사장님' 소리를 들었다. 자식 자랑을 늘어놓는 이씨 표정에는 자식들 모두 서울 4년제 대학을 졸업시켰다는 가장으로서의 자부심이 보였다.

사업을 접은 뒤 할 수 있는 일이 적어진 이씨는 경비원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하루도 버티지 못한 채 일을 그만두기가 부지기수였다. 경비복을 입은 뒤부터 겪게 된 '갑질', 이로 인한 모멸감과 수치심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경비복을 입으면 개마저도 나를 보고 짖는다"며 웃었다.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눈을 치우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이씨는 6년 동안 경비원으로 일하며 '내 돈으로 월급 주니까 내가 시키는 대로 하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고 했다. 반말에 폭언은 예사였고, 때에 따라서는 욕설과 협박도 참아내야 했다.

이 부조리를 끊어낼 수 없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부당한 대우'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주민들 인식 때문이라는 게 이씨 설명이다. 주민들이 '이전에 일하던 경비는 다 했는데, 너는 왜 못하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나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는 게 아니고 '경비'로 본다"며 "주민들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최근 강북 아파트 경비원 사망 사건을 두고는 "어떤 경비원이 먼저 주민에게 시비를 걸겠느냐. 절대 그럴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경비원도 인간인데, 상스런 욕을 듣고서 '함부로 말하지 마시라'는 한마디도 못하냐"고 호소했다.

경비원들 사이에서 '차는 밴츠인데, 사람은 티코'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돈은 많지만 미처 '인간'이 되지 못한 주민을 두고서 나온 말이다. 이씨는 "옛날 말 중 틀린 것 딱 하나는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이라며 "직업에 귀천은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 "경비원 피 빨아먹는 용역...살아남으려면 입바른 소리 못해"

한 아파트에서 10개월 동안 경비원으로 일하다 하루아침에 해고된 때도 있었다. 이씨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생각하던 중 법에 따라 정당한 것들을 요구한 게 실수였다는 점을 알았다. 법에 따른 휴게시간 등을 보장해달라는 요청을 아니꼽게 생각한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이씨가 소속된 용역회사에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이씨는 "처음에는 '경비원 물'이 안 들어서 법적으로 해줘야 할 걸 왜 안 해주냐고 따졌다"며 "일을 계속 하다 보니까 아무리 부당한 것이라도 살아남으려면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입주민의 일명 '갑질' 및 폭행에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강북구 모 아파트 경비원을 추모하고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게시판 화면 캡처] 2020.05.12 clean@newspim.com

이씨는 계약에 따라 3개월 임금이라도 달라고 했지만 용역회사는 이를 거절했다. 결국 지방 노동청, 노동부,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등법원, 대법원까지 가는 3년 동안의 긴 싸움 끝에 최종 승소했다.

이씨에 따르면 경비원들을 관리하는 용역회사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눈치만 볼 뿐, 결코 경비원들 편이 아니다. 경비원을 위한 척 휴게시간을 대폭 늘려 인건비를 삭감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다만 용역회사도 아파트 관리사무소 요청에 따를 수밖에 없다.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갑(甲)이라면 용역회사는 을(乙), 경비원은 병(丙)인 셈이다.

◆ 휴게실에는 차별의 냄새가 났다

현재 이씨가 일하는 아파트에는 경비원들을 위한 휴게실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그러나 갑이라 할 수 있는 관리사무소 옆에 있는데다 걸어서 왕복 20분이나 걸린다.

이씨는 아파트 지하 공간에 스스로 휴게실을 만들었다. 이씨는 멋쩍게 휴게실로 통하는 지하 계단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한줌 불빛도 들어오지 않는 곳이었다. 조명도 없어 휴대전화 불빛에만 의지해야 했다. 이씨는 연신 "조심해야 한다"고 일렀다.

[사진=게티스이미지뱅크]

철문으로 된 휴게실 문을 열자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냄새가 났다. 습한 공기가 가득했지만 환기는 아예 불가능한 구조였다. 도배조차 되지 않고 곳곳이 금이 간 흰색 콘크리트 벽으로 사방이 둘려쌓인 휴게실에는 숙식을 해결하기 위한 밥솥과 소형 냉장고 등이 있었다. 모두 이씨가 사비로 장만한 것이었다.

이씨는 "그나마 나는 이런 곳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라며 "이런 데도 없는 경비원들은 등산 텐트를 가져와 스티로폼을 깔고서 자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꽤 오랜 시간 동안 경비원으로 일하며 경험한 일들을 들려줬다. 그러나 대부분 사연에 "절대 기사로 내보내면 안 된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는 "혹시 내가 얘기했다는 걸 알 수도 있다"며 "여기라도 붙어 있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비원은 어디 기댈 데도 없고, 하소연도 못하는 존재"라고 덧붙였다.

 

hakj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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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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