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되면서 미국의 뉴욕타임스(NYT)가 홍콩에 거점을 둔 디지털뉴스 편집국 일부 인력을 내년 중 서울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NYT에 이어 CNN과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언론사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다국적 금융기업들도 일부 '홍콩 엑소더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화계 쪽도 예외는 아니다. 뉴스핌은 '아시아 허브' 역할을 해왔던 홍콩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와 코로나 사태 이후 한국이 '아시아 문화 허브'로 떠오를 수 있을 지 점검해본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아시아의 그래미상'을 꿈꾸며 홍콩을 주무대로 활약한 'MAMA(Mnet Asian Music Awards)'는 지난해 홍콩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로 치안이 보장되지 않아 홍콩 공연 대신 일본을 선택했다. 올해도 'MAMA' 개최 여부와 개최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 여파까지 겹쳐졌다. 최근 홍콩 국가보안법이 통과되고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경제·문화 허브였던 홍콩의 자리를 대체할 곳은 어디일지 주목된다.
CJENM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아시아의 진주'인 홍콩에서 시상식 'MAMA'를 열었다. 2012년 홍콩 컨벤션 엑시비션 센터,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홍콩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아시아월드 엑스포 아레나에서 공연했다. 시상식 개최지를 파격적으로 홍콩을 선택하면서 국내 팬들의 아쉬움도 있었지만, K팝 시장을 한단계 더 확장하는데 이바지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2018 마마 일본'에서 대상을 수상한 방탄소년단 [사진=CJ ENM] 2020.07.24 89hklee@newspim.com |
'MAMA'의 시작은 1999년 'Mnet 영상 음악 대상'이다. 이 시상식은 'Mnet KM 뮤직비디오 페스티벌', 그리고 'Mnet KM 뮤직 페스티벌'로 변경됐다가 2009년 아시아를 대표하는 시상식으로 거듭나기 위해 'MAMA'를 기획됐다. '아시아의 그래미 시상식'을 꿈꾸며 그에 걸맞게 '마마(MAMA)'로 바꿨다.
제 1회 MAMA는 2009년에 잠실 실내 경기장에서 열렸지만, 2회부터 해외의 문을 두드렸다. 2010년에는 마카오에서 2011년에는 싱가포르에서 공연을 열고 케이팝 팬을 맞았다. CJENM이 해외로 케이팝 공연 무대를 옮기기 시작한 2010년대는 2003년 일본을 중심으로 불었던 '겨울연가' 이후 2차 한류 붐이었다. 당시 동방신기, 카라, 빅뱅, 소녀시대, 2PM, 2NE1 등 한국 대중가수의 인기가 중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으로 확산되면서 '한류'를 통해 한국의 위상도 다시 한번 높아지는 시기였다.
김현수 CJENM 컨벤션사업국 국장은 'MAMA'를 한국이 아닌 홍콩과 마카오, 싱가폴 등에서 개최한 이유에 대해 "단순한 K팝 시상식이 아닌 아시아 시상식을 지향한다"면서 "현재 마카오와 싱가포르, 홍콩을 순회하고 있으며 이곳은 산업적·문화적 접근성이 중요한 곳이다. 언젠가는 K팝의 종주국인 한국에서 공연을 개최하지 않겠나"라고 2014년 밝힌 바 있다.
2015년에도 4년 연속 홍콩에서 개최한 이유에 대해 "홍콩은 아시아의 문화가 집결된 도시'이며 세계인들이 지리적으로도 찾기 쉽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우리가 (해외로) 찾아간 것처럼 사업 파트너와 K팝 팬들이 한국을 다시 찾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나고야 로이터=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4일 일본 나고야의 나고야돔에서 '2019 MAMA'가 열린 가운데 BTS(방탄소년단) 팬들이 피켓을 들고 응원하고 있다. 2019.12.05 goldendog@newspim.com |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케이팝 해외 공연이 모두 취소됐다. CJENM은 매해 개최하던 케이콘도 취소했다. 뉴욕 6월, 태국 9월 말로 계획됐던 '케이콘'을 취소하고 지난 6월 20~24일까지 온라인 공연 '케이콘택트 2020 서머'를 열고 405만명 관람객을 모았다.
코로나 사태로 오프라인 공연계는 '위기'를 맞았지만 온라인 공연을 통해 '기회'로 전환하려는 업계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김현수 국장은 "오프라인 경험을 디지털화 하는 것이 저희의 숙제"라며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콘텐츠 이용자가 증가했고, 이용자 세대 확대는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 가보면 한국 대중문화를 통한 한국의 위상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문화 산업은 한국경제를 폭발시키는 핵심 동력사업이며, 다른 분야 산업의 성장을 극대화하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고 답했다.
레거시 미디어에 비해 CJENM이 온라인 전환을 빠르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20년간 장기적인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 국장은 "저희는 'MAMA'라는 아시아 시상식을 갖고 있고 업계 최초로 AR기술을 접목한 공연을 펼쳤다. 또한 평창올림픽에서도 신기술을 도입한 공연을 선보인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CJENM은 많은 장비와 시설을 갖추고 있고, 미래를 내다보고 사람에게 투자해 코로나와 같은 예상치 못한 위기가 왔을 때 새로운 전략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SK텔레콤과 SM엔터테인먼트가 어제 5월31일 슈퍼주니어 온라인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에서 3D 혼합현실 공연을 선보였다. 공연 중에 무대 뒷편에서 램프의요정 지니처럼 거대한 최시원씨 3D 혼합현실 이미지가 튀어나와 12m 높이의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사진=SK텔레콤] 2020.06.01 abc123@newspim.com |
최근 SM엔터테인먼트도 '비욘드 라이브'라는 브랜드로 '언택트 시대'에 맞춘 온라인 공연을 선보이며 호응을 얻었다. 조동춘 SM엔터테인먼트 실장은 코로나 시대 이후 핵심 키워드는 '불확실성'이라며 코로나 이전 시대와 전혀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 것이며 당분간 업계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비즈니스 모델을 동시에 가져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2000년대 초반 음악 시장에서 '디지털' 모델로 한 차례 산업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났듯, 코로나 시대 역시 '기술'로 시장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동춘 실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로 언택트 공연은 활성화되면 또한번 주사용자층이 변화될 거로 예측한다. 또한 해외 공연을 다니는 케이팝 가수들은 지리적 장애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걸맞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비욘드 라이브'를 본 사람은 알 거다. 음악 산업 분야에서는 현재 AR, VR 기술과 콘텐츠를 제작에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추후 온라인 공연을 타 소속사 가수들에게도 문을 연다. SM 소속 가수가 아닌 '비욘드 라이브'의 첫 주자는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인 트와이스로 내달 8일 '비욘드 라이브 - 월드 인 어 데이'(Beyond LIVE - TWICE : World in A Day)를 개최한다.
조 실장은 "타 소속 가수를 '비욘드 라이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건, 이러한 공연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는데 가이드가 되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비욘드 라이브'로 언택트 공연을 선보이는 트와이스 [사진=JYP엔터테인먼트] 2020.07.22 alice09@newspim.com |
현재 온라인 공연은 초기 단계인데 그 시기가 코로나 사태로 당겨졌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요구되고 있으며 산업 구조로 성장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조 실장은 "온라인 공연이 손해보지 않는 산업구조가 돼야 한다. 그 고민이 '비욘드 라이브'라는 브랜드였고, 유료 관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유료 콘서트 가격은 데이터가 쌓이면 적정 가격대가 나올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되면 우리가 인지가능한 가격대가 매겨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코로나 사태로 정부에서도 온라인 공연을 지원할 것으로 전해져 신기술이 접목된 '신한류' 바람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대형 기획사의 경우 온라인 공연을 개최할 공연장과 기술을 확보했지만,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 연예기획사는 오프라인 공연이 불가한 상황에서 온라인 공연을 할 수 있는 조건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중소 기획사들이 온라인 공연을 할 수 있는 장소, 공유할 수 있는 시설을 모색할 것"이라며 "장소는 리모델링할 수도 있고 신규로 지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