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심층분석] 블링컨 美 차기 국무장관 북핵 해법은 '빅딜·노딜' 아닌 '스몰딜'

기사입력 : 2020년11월25일 06:25

최종수정 : 2020년11월25일 06:25

2015년 '이란핵합의' 북핵문제 해법으로 제시
'전략적 인내' 입안…바이든 시대는 변화 전망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토니 블링컨(풀네임: Antony John Blinken)이 23일(현지시각) 미국 조 바이든 차기 대통령의 초대 국무장관으로 내정됐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 핵 합의(JCPOA)'를 주도했던 블링컨의 국무장관 지명은 바이든 차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시사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는 이날 웹사이트를 통해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을 국무부 장관에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최측근이던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안보보좌관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됐다.

앤서니 존 블링컨 국무장관 내정자 [사진= 로이터 뉴스핌]

블링컨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표적 대북정책으로 알려진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를 입안한 당사자지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시 이를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북한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보유 등으로 한반도 정세가 오바마 행정부가 '전략적 인내' 정책을 추진하던 2008년과 크게 달라졌고 이미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는 정책을 바이든 행정부가 답습할 리 없다는 분석이다.

바이든 당선자는 또 블링컨 국무장관 내정자의 주도하에 파리기후협약 재가입, 이란 핵합의 복귀, 한국과 일본, 유럽 등과의 동맹관계 개선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블링컨은 바이든 당선인이 상원 외교위원장으로 일할 때 외교 정책 수석보좌관을 맡으며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 바이든 당선인이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통령으로 당선되자 부통령 전담 국가안보보좌관을 거쳐 국무부 부장관을 지냈다. 뉴욕타임스는 "블링컨은 20년 가까이 바이든 당선인의 최측근 외교 자문으로 활동하며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등 중동 지역과 미국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많은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미국 언론의 외교담당 기자 등과 만난 자리에서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핵심 이슈를 동맹들과 함께 풀어나갈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이란 핵 합의'에도 다시 복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5년 체결된 '이란핵합의'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미·중·러·영·프)과 독일, 그리고 이란이 참여했다. 블링컨의 발언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시사한 것이는 점에서 한반도에 중요하다.

"북한도 이란핵합의처럼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기회 있다"

그는 미국 대선을 40일 가량 앞둔 지난 9월 CBS방송 대담 프로그램에서도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 도출을 거론한 뒤 "나는 북한과도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블링컨은 2018년 6월 제1차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 전날 '북핵 해결을 위한 최상의 모델은 이란핵협정(The Best Model for a Nuclear Deal With North Korea? Iran)'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뉴욕타임스(NYT)에 실었다. 이 기고는 블링컨이 국무장관이 될 경우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과 북핵문제 접근방법이 어떤 방향으로 추진될지 짐작케 한다.

그는 기고에서 '이란 핵 합의'를 통해 이란이 무기용으로 사용 가능한 우라늄 98%를 제거하고, 원심분리기의 3분의 2 해체와 봉인 등이 합의됐다면서 이는 결국 이란의 핵무기 능력을 없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과의 협상도 우선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전면 감시와 이란 방식의 제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란과 달리 북한은 북한은 이미 핵무기와 미국까지 위협할 수 있는 ICBM을 개발했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순순히 핵무기를 모두 넘겨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환상'이라고 표현했다.

블링컨은 현실적 대안으로 ▲모든 (핵)프로그램의 공개 ▲국제사찰단 감시하의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인프라 동결 ▲(핵)탄두·미사일의 일부 폐기와 경제 제재의 제한적 해제 맞교환 등을 북미 간에 고려해볼만한 잠정적 합의 요소로 꼽았다. 그는 일단 이 정도 수준의 합의를 먼저 이룬 뒤 포괄적인 북핵 협상을 위한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우라늄) 광산, (정련) 공장, 원심분리기, 농축·재처리 시설 등의 핵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는 모니터링 시스템"도 이란핵합의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북핵문제 해법 제시

블링컨이 언급한 북핵 해결방안의 핵심은 현실에 기반한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라는 점이다. 아울러 미국과 북한 간 1대1 협상이 아니라 6자회담 등을 통한 다자주의 협상이다. 북핵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국제사회와 함께 모색하고 이를 추인한다는 것이다.

그가 북핵협상의 첫 단계로 제시한 방안 중 골자는 '모든 핵미사일'과 '모든 제재'가 아니라, '일부' 핵미사일과 '일부(제한적)' 제재의 교환이다.

이후 두 번째 단계에서 포괄협정을 체결한다고 했다. 블링컨은 포괄협정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민주당 정부가 클린턴 행정부 시절 추진했던 '페리프로세스' 등을 참고할 때 완전한 핵폐기와 북미관계 정상화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을 포함하는 내용일 것으로 예상된다.

블링컨이 NYT 기고에서 언급한 모델이 바로 이란핵합의와 유사하다.

핵시설 감축과 제재해제로 구성된 이란핵합의 모델 핵심 내용은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알리 아크바 살레히 이란 부통령이 2015년 7월 14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이란핵합의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IAEA 홈페이지 캡처]

P5+1(미·중·러·영·프·독)과 이란이 2015년 7월 14일 최종 합의한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은 같은 해 4월 2일 합의된 핵심요소를 바탕으로 양측의 주요 공약을 담은 본문과 기술적 내용을 담은 5개 부속서(annex) 등 약 100페이지 분량의 문서다. 부속서는 ▲핵 관련 조치 ▲제재 해제 관련 공약 ▲민간 원자력 협력 ▲공동위원회(Joint Commission) ▲합의 이행 계획 등을 포괄한다.

JCPOA의 첫 단계에서 이란은 ▲10년간 원심분리기 1만9000개를 5060개로 감소 ▲15년간 우라늄 농축을 3.67% 이하 제한 ▲15년간 저농축우라늄 재고 감축(약 1만kg→300kg) ▲15년간 플루토늄 추출 위험이 큰 중수로 건설 및 중수 축적 금지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미국은 이란에 대한 석유금수와 1000억달러 해외자산 동결을 해제하기로 했다.

양측은 이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계획으로 ▶수일내 JCPOA 승인 위한 유엔 안보리 신규결의 채택 ▶90일 이후 JCPOA 발효 ▶이란 초기의무 이행을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확인한 즉시 EU 및 미국 제재해제(약 6~9개월 예상) ▶발효 8년후 EU, 미국 핵 이외 제재 해제 및 이란 추가의정서(AP) 비준 추진 ▶발효 10년후 JCPOA 종료라는 단계별 로드맵을 짰다.

아울러 2025년까지로 예정된 합의 이행 계획 기간 중 IAEA가 이란 핵프로그램이 평화적 성격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포괄적 결론을 도출할 경우 10년이란 경과기간도 단축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물론 이란이 합의를 불이행할 경우 협정문 발효 65일째부터 제재를 복원(Snap back)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P5+1(미·중·러·영·프·독)과 이란은 이 과정에서 ▲신형 경수로 건설 ▲Arak 중수로 설계변경 ▲과학·기술 R&D ▲핵안보 및 원자력 안전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 ▲핵폐기물 관리 및 시설 해체 등 관련 협력 확대 추진 등 민간 원자력 분야의 협력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바이든 "트럼프가 파기한 이란핵합의에 복귀할 것"

오바마 행정부의 최대 업적으로까지 부각되던 이란핵합의는 2016년 1월부터 이행되다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파기하며 존속 위기에 처했다. 이후 이란 역시 지난해 5월부터 단계적으로 핵합의 이행 범위를 축소하면서 중동에서 다시 핵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9월 언론 기고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란이 핵무기를 손에 넣지 못하도록 확고한 약속을 끌어낼 것"이라며 이란이 핵합의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미국도 이란핵합의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란 정부도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목표"라며 합의 복원을 위해 바이든 차기 행정부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내년 6월에 치러질 이란 대선 전에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JCPOA에서 약속한 수준으로 다시 해제된다면 이란핵합의를 되살릴 가능성은 남아 있는 셈이다.

관건은 이란핵합의 모델의 북핵문제 적용이다. 새로운 북미관계 구축을 목표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실현한다는 2018년 북미 간 싱가포르 합의는 2019년 제2차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선(先)비핵화 후(後)체제보장'이란 '리비아 모델'과 '안보와 경제 교환'에 대한 이견으로 '노딜'로 끝났다.

다자주의와 현실에 기반한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해법을 모색한 이란핵합의는 핵신고와 핵폐기에 이은 완전한 비핵화를 경제제재 해제 및 북미관계 정상화(수교)와 맞교환하자는 북한의 '단계적 동시적 해법'과도 다소 거리가 있다.

과연 블링컨이 제안한, '빅딜'과 '노딜'보다 좀 더 정교하고 체계적인 '스몰딜(이란식모델)'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바람직한 해법이 될 수 있을까.

medialyt@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트럼프 100일 승부] 뉴욕증시 '경고음'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최근 미국 금융시장에서 금리와 주가가 함께 요동치는 상황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집권 2년 차였던 2018년을 상기시킨다. 당시 뉴욕증시의 가격 부담은 높아져 있었다. 미국의 강한 경제가 되레 금리 우려를 부추겨 증시를 압박하던 차에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가세했다. 결국 그해 가을 S&P500 지수는 20%나 떨어져 약세장에 진입했다. [글싣는 순서] 트럼프 100일의 승부1. 규제 대못 뺀다…AI·자율주행·은행업 '더 쉽고 빠르게'2. 압도적 격차를 향한 전격전...MAGA 휘날리며3. 우크라 전쟁 100일 만에 끝내고 북미 대화 실마리4. 에너지 패권을 향해 '드릴, 베이비 드릴'5. 만능 치트키 관세...역대급 중국 압박6. 뉴욕증시 지진계 '경고음 요란'...2018년의 기억7. 증시 불확실성 MAGA 수혜주로 돌파..끝판왕은8. 관세와 달러, 복잡한 함수 관계9. 높아지는 미국의 만리장성...反이민 장애물도 산적 현재 뉴욕증시 여건과 시장이 직면한 위험은 당시와 닮았다. 시장에서 2018년을 반추하며 올해 뉴욕증시도 유사한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관측이 대두하는 이유다.특히 2018년 급락장에 앞서 출현한 충격파의 전조가 이번에도 포착되고 있다. 그 지진계의 수치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치솟아 불안감은 더 크다. 바로 '블랙스완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스큐지수다. 1. 3주 전 신호 스큐지수는 S&P500의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에 대한 옵션시장의 우려를 보여주는 지표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주가 폭락에 대비한 풋옵션 수요가 높을수록 그 값은 올라간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만 가치가 있는, 그래서 당장은 가치가 없어 싼값에 거래되는, 즉 '외가격 풋옵션'이 높은 가격에 사들여진 결과다. 외가격 중에서도 가치의 무의미함이 큰 풋옵션 수요가 클수록 상승한다. 평소에는 헐값에 팔렸던 우산이 폭풍우가 예상되자 비싸져도 수요가 생기는 현상과 비슷한 셈이다. *스큐지수는 단순히 OTM 풋옵션뿐 아니라 OTM 콜옵션도 산출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양자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한 내재변동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다만 실제 산출 과정에서는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의 비중이 더 크다. 급격한 시세 변동을 염두에 둔 헤지 상품의 수요는 가파른 가격 상승을 기대한 콜옵션보다 가파른 하락에 대비하려는 풋옵션에 집중되기 떄문이다. 따라서 산출 과정에서 자연스레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 스큐지수는 100~135 사이에서 변동한다. 135를 넘어서게 되면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급격한 하락 가능성에 대해 종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150이 넘어가면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스큐지수는 154다. 지금부터 3주 전인 지난달 24일에는 180으로 솟구쳤다. 두 달 전부터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180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지금은 이때보다 낮아졌지만 추세의 층위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형성돼 있다.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들어 올린 '가드'의 높이가 한층 더 올라갔다는 얘기다. 스큐지수의 수치에 내재된 '극단적인 폭락' 가능성은 대략 30일 내 실현을 상정한다. 스큐지수를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옵션의 잔존만기 대부분이 30일 안팎이기 때문이다. 예로 잔존만기가 20일인 근월물과 48일인 차근월물이 있다면 관련 만기의 옵션에 내재된 변동성(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을 소위 보간하는 방법을 통해 30일치를 구한다. 그렇다면 현재 옵션시장에서는 2월 중순 안에 폭락장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 그렇게 될까. 2. 2018년의 잔상 2018년 여름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2018년을 문두에 꺼낸 것은 당시와 현재 상황이 유사해서다. 2018년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주가 상승률이 19%가 넘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해의 이듬해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이나 규제 완화책, 인프라 투자 확대책을 반영한 결과다. 트럼프의 고율관세 공약은 '엄포'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듬해 경제도 좋았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 우려가 부담됐지만 강한 경제가 버텨주리라는 믿음이 더 컸다. 전형적으로 '우선 먹고 배아픈 건 나중에 생각하자'는 식의 장세였다. 2018년 스큐지수는 꾸역꾸역 고도롤 높여갔다. 당해 3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2018년 3월 하순 120이 채 안 됐던 스큐지수는 7월 150을 넘어서더니 8월 1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 달 뒤 급격한 시세 하락을 예상한 스큐지수의 경고는 적중했다. 9월 2900선을 기록했던 S&P500은 11월 2600대까지 하락해 10% 떨어졌고, 그 뒤 하락세를 재개해 12월 2300선까지 추가 하락했다. 석 달 만에 20%가 무너졌다. *S&P500은 2018년 1~2월 당시 10% 떨어져 조정 국면에 진입한 적이 있다. 주가 하락의 발단은 고용통계 호조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우려였다. 다만 그 떄 주가 하락은 빠른 시차를 두고 격렬하게 전개됐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변동성 하락 베팅 관련 상품(크레디트스위스의 VIX 선물 가격 역추종 상품<XIV>)가격이 붕괴해 시세 변동성을 증폭시킨 일이 있었다. 소위 '볼마게돈'으로 불리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스큐지수는 한 달 전 135를 넘어 시세 하락을 예고했었다. 3. 진짜 '오싹'할 떄는 스큐지수의 경보음이 격렬해지는 순간은 그 수치가 오히려 지금처럼 하락할 때다. 주가 하락이 시작하면 스큐지수 산출 대상에 있던 외가격 풋옵션 비중이 자연스레 작아져 스큐지수의 값은 하락한다. 흔히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는 주가가 떨어져야 그제서야 반응한다. VIX는 주로 ATM(등가격) 부근 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바탕으로 산출되기 떄문에 이미 멀찍이 있던 외가격에서 경보음을 낸 스큐지수보다 한발 늦다. ATM 옵션은 현재 주가와 행사가격이 '거의 같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당장 옵션시장의 주가 상승과 하락에 대한 '양방향 베팅' 상황을 보여준다. 스큐지수가 건물의 '화재감지기'라면 VIX는 화재가 난 뒤에 내부 온도를 보여주는 '온도계'와 같은 셈이다. '스큐지수의 하락→S&P500의 급락+VIX 급등'의 순서는 2018년 8월의 급락장에서도 동일하게 실현됐다. 최근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고 하락한 것은 주식시장이 이 패턴을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VIX는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24일 14를 기록했다가 현재 19.5로 올라선 상태다. 아직은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예고한다는 '20'을 넘어선 단계는 아니지만 방향성 자체가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P500도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에서 4% 떨어지는 등 상기의 연쇄 흐름에 동참한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스큐지수가 과거의 폭락장이나 거친 시세 흐름을 항상 예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지연 우려와 시장금리의 급등, 위안화 약세,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조만간 출범하게 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관세 염려 등 주가 하락을 시사하는 퍼즐들이 짜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시세 변동 위험이 현실화될 개연성을 높인다. 특히 위안화 약세의 파급력은 2015년 갑작스러운 평가절하나 2018년 중반 급격한 약세, 2019년 '7위안 돌파' 등의 사례를 통해서 목도한 바 있다. 옵션시장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재료들이다. 4. 실질금리의 중력장 1월 중순에 진입한 현재는 불안감이 들불처럼 번지기 쉬운 시기라는 점에서 스큐지수 경고에 담긴 의미를 배가시킨다. 과거 통계상 계절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의 초입이다. 페퍼스톤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VIX 추이를 월별로 평균해 연중 추이로 그려본 결과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연초에는 기관투자자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실행하거나 기존 포지션을 조정하고, 또 관련 기간에는 기업의 결산 보고가 맞물려 있어 시세가 각종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위험자산군의 시세를 주무르다시피하는 '실질금리'가 뜀박질을 재개한 점은 계절성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로 본 실질금리는 지난달 초순 1.89%에서 중순 2.25%로 급히 올라섰다가 이달 초 숨고르기를 거친 뒤 최근 7일여만에 2.32%로 '레벨업'했다. 지난달 초순부터보자면 한 달 만에 43bp가 오른 셈이다. 통상 장기국채의 명목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대게 인플레 전망을 반영해 상승한 결과여서 실질금리 상승폭은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실질금리 변동성이 작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43bp라는 상승폭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의 표현을 빌려쓰자면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터너(전환점)' 임박을 시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하트넷 전략가는 실질금리 2.5%를 주시해야 할 지점으로 꼽은 적이 있는데 2.5%에 도달하면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봤다. 2.5%는 2023년 10월 하순에 기록한 최근 10년 기준 전 고점에 해당한다. 당시 실질금리는 같은 해 7월 1.48%에서 2.5%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S&P500의 시세를 10% 떨어뜨린 배경이 됐다. 하트넷 전략가에 따르면 현재 실질금리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2%대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종전까지 주식시장의 시세가 어느 정도 방어가 됐던 것은 '강한 경제 펀더멘털이 실질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종전의 고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면 내성 역할을 해왔던 투자자들의 믿음에 균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봤다. 스큐지수의 급등과 급락이라는 전조가 보여준 경고는 실질금리 2.5% 돌파와 함께 현실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5-01-13 14:12
사진
美 샤오훙수 열풍에 고무된 중국매체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이른바 미국의 '틱톡(TikTok) 난민'들이 대거 샤오훙수(小紅書)에 가입하는 현상이 지속되자 중국 매체들이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틱톡이 오는 19일부터 미국 내 서비스를 종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내 틱톡 유저들이 중국의 또 다른 SNS인 샤오훙수의 글로벌 버전 '레드노트(RedNote)' 앱을 다운로드해 신규회원으로 가입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데이터 조사기관인 센서타워의 조사에 따르면 1월 8일부터 14일까지 미국 내 사오훙수 앱 다운로드 건수는 전주에 비해 2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국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이 17일 전했다. 전년 대비로는 30배 증가했다. 이달 들어 샤오훙수의 다운로드량 중 22%가 미국에서 이뤄졌다. 이 수치는 전년 동기에는 2%에 불과했다. 미국 내 틱톡 난민들이 샤오훙수로 대거 이동하면서 샤오훙수의 다운로드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중국은행보험보는 이날 샤오훙수 앱은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이탈리아 등 87개 국가에서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39개 국가에서도 10위 이내의 수위권에 분포하고 있다. 특히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신규 가입자가 70만 명을 넘어섰다. 이같은 소식에 중국 증시에서는 샤오훙수 관련주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현재 샤오훙수는 글로벌 유저들을 위해 원클릭 번역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 샤오훙수 열풍이 이어지자 중국 매체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매체들은 미국이 2018년 이후 반중 정책 수위를 지속 높이고 있지만, 민간에서는 활발한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며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17일 환구시보는 논평기사에서 "미국의 많은 유저가 자신들을 틱톡 난민이라고 자칭하며 샤오훙수로 몰려들고 있고, 이는 뜻하지 않게 미중 양국 국민의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미국 유저의 후기를 보면, 이들은 낯선 중국어 플랫폼에 접속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했지만, 중국인의 친절한 응대에 놀라워했고, 중국인의 개방적인 태도에 경계를 풀게 됐다"며 "양국 네티즌의 교류 열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졌고, 대화 주제는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미국의 정치인들은 지속적으로 중국을 비방해 오고 갖가지 부정적인 표현을 쏟아내고 있지만, 양국 국민 간에는 교류 협력을 심화하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이어 "샤오훙수 현상이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수립할 때 좋은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SNS인 샤오훙수 자료사진 [사진=바이두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1-17 09:22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