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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차인표 "젊은층과 소통할 기회, 가장 큰 소득이죠"

기사입력 : 2021년01월10일 08:30

최종수정 : 2021년01월10일 08:30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차인표가 모든 걸 내려놨다. 넷플릭스 영화 '차인표'를 통해 이보다 더 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 그동안의 젠틀맨, 착한 배우 이미지를 벗기 위한 승부수다.

영화 '차인표'의 주인공 차인표와 지난 7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4년 전 출연 제안을 거절했던 바로 그 작품에 다시 출연을 결정한 그는 배우로서의 정체기를 극심하게 느꼈다고 했다. 또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것이 많을 뿐더러, 여러 감정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저도 1월 1일에 넷플릭스를 통해 완성작을 처음 봤어요. 코미디와 더불어 인간의 마음 속 굴레에 대해 조명한 영화라고 생각했고, 저예산에 한 달 동안에 촬영한 영화인데 여러 여건을 감안했을 때 잘 만든 편인 것 같아요. 평점은 여러 분이 많이 올려주셨고요. 처음에 거절한 이유는 영화 속 차인표의 극심한 정체가 현실의 저와 괴리가 있다 생각했어요. 굳이 저렇게 자발적으로 묘사할 필요가 있나 싶었죠. 4년이 흘러 다시 제안 받았을 땐, 같은 이유로 받아들였어요. 이 영화를 통해 변신을 꾀하고 싶어졌어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넷플릭스 영화 '차인표'에 출연한 배우 차인표 [사진=넷플릭스] 2021.01.08 jyyang@newspim.com

차인표는 이 작품에 자신이 캐스팅된 이유를 "이미지가 고착화돼있는 배우여서"라고 말했다. 김동규 감독 역시 그렇게 생각했을 듯 하다고 예상했다. 차인표는 첫 제안 이후 4년이 흘러, 비로소 그 생각에 공감했음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며 인정했고 이를 작품으로 풀어냈다.

"감독님도 톱스타 중에서 고착화된 이미지의 배우를 찾았다고 하셨죠. 거기엔 희화화할 수 것들이 있고 분노의 양치질도 같은 맥락이에요. 언뜻 지나가기로 제가 거절할 때 '다른 배우랑 해보시면 어떠냐'니까 차태현 씨를 지나가는 말로 언급하신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 들어오는 작품이 적어지는 건 당연하지만, 배우가 어느 정도 호, 불호에 따라 고를 수 있을 정도로 들어온다면 행복한 배우겠죠. 그 정도에 4-5년간은 못미쳤어요. 이건 문제가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라 고착화된 내 모습 때문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다만 영화가 공개된 이후, 관객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 특히 극중에서 차인표가 지나치게 오래, 무기력하게 무너진 건물 안에 갇혀있었던 것을 두고 불만을 드러낸 이들도 적지 않았다. 차인표 역시 일부 공감했다.

"영화보고 나눠주시는 귀한 소감과 말씀을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저도 비슷한 갈증이 있죠. 영화 보신 분들이 호감과 비호감이 극명하게 갈리는 걸 봤고, 그럴 수 있다고 봐요. 이 영화는 신인 감독이 저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지금까지 없던, 실험적인 세계를 만들어놓은 거예요. 허구와 비허구가 공존하는 세계죠. 저를 거기에 넣어 대본을 써왔어요. 그렇다고 제가 '하긴 하는데, 이건 틀려. 난 안그래'하고 간섭하기 시작하면 다큐멘터리지 영화가 될 수 없어요. 그분도 저도 그렇게 판단했죠. 만족 못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지만 김동규가 상상하고 만들어낸 차인표이고 그게 어쩌면 대중이 생각하는 차인표일 수 있다고 봤어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넷플릭스 영화 '차인표'에 출연한 배우 차인표 [사진=넷플릭스] 2021.01.08 jyyang@newspim.com

차인표는 1994년 '사랑은 그대 품안에'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후, 겹겹이 쌓이게 된 이미지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대중연예인은 포장이 돼있는 존재"라며 "원하든 원치않든 어떤 이미지를 갖게 되고, 그걸 작품 속 연기로 계속 바꿀 수 있다면 가장 좋은 것"이라고 했다. 스스로는 그렇게 할 수 없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이번 영화를 변화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중 연예인들은 어떤식으로든 이미지로 포장이 돼있는데 저도 갇혀있었단 생각이 들어요. 물론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면서 작품을 통해서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덧입히는 좋은 배우들이 있죠. 저라고 왜 그렇게 안하고 싶겠어요. 소수의 잘하는 배우들이 있는 반면 약간 정체돼 있는 배우들도 있죠. 가장 힘들었던 건, 끝까지 제가 갖고 있는 마지막 자존심이나 이미지를 붙잡으려고 하는 마음, 그걸 비워내는 거였어요. '요거 하나만큼은 바꿔줬으면, 이건 내가 아닌데' 이걸 다 비워내는 게 어려웠죠. 다만 극중에 정치인이 되고 싶어서 국회의원 되려고 공천받으려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건 전혀 팩트와 관계가 없어서 조금 수정을 거쳤죠."

극중 차인표가 실제 차인표를 본뜬 인물인 만큼, 그가 극한의 상황으로 몰릴 때 심경이 어땠을지가 궁금했다. 차인표는 "그게 사실 가장 포인트"라고 말했고, 관람객들이 극명하게 호불호를 드러낸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차인표는 그 장면에서 오히려 진솔하게 스스로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겪었다.

"사실은 직업인, 배우로서 현실 차인표의 상황이 극에서 무너진 건물에 갇힌 극중 차인표의 상황보다 더 극한이라고 생각했어요. 배우가 일이 안들어오고 몇 년째 놀고 있으면 생명이 끝난 거죠. 갇혀있는 그 사람처럼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라고 봤어요. 학생은 공부를 해야 학생이고 배우는 연기를 해야 배우잖아요. 다른 매체에만 나온다면 다른 일을 하는 연예인이죠. 배우 생명이 극한의 상황에 처해있다는 위기감을 실제로 느꼈어요. 약간 구차한 느낌도 들긴 들었죠. 연기하는데 옷 다벗고 샤워장에 갔다가 무너졌는데, 이미지 때문에 나가지도 못하고 있네. 근데 다음 순간엔 재밌기도 했어요. 두 가지의 감정이 공존했죠. 찰리 채플린의 인생이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말처럼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넷플릭스 영화 '차인표'에 출연한 배우 차인표 [사진=넷플릭스] 2021.01.08 jyyang@newspim.com

극중 차인표의 매니저에 관한 얘기도 나왔다. 극중에서도, 실제로도 차인표의 매니저는 30대 때부터 오랜 시간 함께 일해온 사이다. 싱크로율이 높았던 영화 속과 현실의 사정을 얘기하며, 차인표는 일상을 줄곧 함께해온 매니저에게 애정을 드러냈다.

"사실 지금 매니저가 극중의 그 친구와 비슷해요. 30대 때부터 같이 일하고 중국으로 일하러 다니던 한류 초창기 때부터 함께 했죠. 서로 뭐하는지 다 알고 알게 모르게 굉장히 편한 관계기도 해요. 극중 매니저가 꽤 현실적으로 표현됐어요. 우리끼린 별의 별 얘기 다 하죠. 지금도 '진정성을 알아봐주는 사람들에게 영화가 통할 거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겐 안통할 거라고' 얘기하네요. 4년 전에 이 시나리오를 쓰윽 들이밀었던 사람도 매니저예요. 싫어할 거 알면서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작자 한번 만나보라고 했었죠. 시간이 지나고 다시 들고온 사람도 바로 이 친구죠."

극단의 호불호가 갈리고, 스스로는 더없이 많은 것을 내려놓기도 했지만 어쨌든 차인표는 이 영화를 통해 얻은 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실망하신 분들께는 죄송하기도 하다"면서도, 영화의 의도를 알아봐준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특별히, '분노의 양치질' '손가락 흔들기'를 이제야 접하고도 좋아해준 젊은층의 반응에 가장 기쁘다며 웃었다.

"가장 큰 소득은 젊은 분들의 피드백을 많이 받았단 거예요. 제 또래 연기자들이 젊은 층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없거든요. 이번에 소통하게 되고 팬들도 생겨서 기뻐요. 또 저를 잊으셨다고 생각했던 예전 팬들께도 상기시킬 수 있어 감사했죠. 어떤 분이 '코미디라 아무 생각없이 웃으려고 봤는데 스스로를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글을 남겨주셨어요. 정말 우리 영화를 만든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소감이 아닌가 싶어요. 평생 연기를 한다기보다도, 이 업계에서 어떤 역할이든 하고 싶어요. 제작도 하고, 연기도 하고요. 두루두루 같이 일하면서 젊은, 소질있는 분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창출하고 작품을 일으키는데 일조하는 게 지금의 꿈이죠."

jyy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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