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아이'가 싱글맘과 보육원 보호종료 아동의 특별한 동행을 그린다. 영화 속 어떻게든 아이를 키우고, 지키려 애쓰는 이들은 모두 '아이' 같다.
김향기, 류현경 주연의 영화 '아이'가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저마다 결핍을 지닌 이들의 일상을 요란스럽지 않게 펼쳐낸다. 다소 답답하고 편치만은 않은 상황과 사건들이 이어지지만, 이들을 붙잡는 건 결국 연대의 힘이다. 누군가는 가슴 아프고, 눈물이 터질 법한 에피소드들을 관조하듯 보여주는 시선에서 가볍지 않은 문제의식이 느껴진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21.02.05 jyyang@newspim.com |
◆ 홀로 버려진 이들의 이야기…김향기·류현경 탁월한 호흡
극중 보육원 출신 아영(김향기)은 수급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현금으로 급여를 받는 알바를 찾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싱글맘 영채(류현경)를 만난다. 업소에서 일하다 아이를 혼자 낳게 된 영채에게 아동학과에서 공부하는 아영은 구세주같다. 어느 날 아이가 다치는 사고가 일어나고, 영채와 아영에게 위기가 연이어 닥친다.
김향기는 아영 역을 맡아 감정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고, 답답하고 절망적인 상황도 어떻게든 헤쳐나가려는 캐릭터를 현실감있게 보여준다. 아영은 보육원을 나와 대학교 아동학과에 다니며 어떻게든 성실하게 자립하려 애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제대로 된 알바는 꿈도 못꾸는 탓에 현금으로 급여를 주는 베이비시터 일을 하게 된 아영. 어린이집 실습과 겹친 혁이의 사고로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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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채 역의 류현경은 제멋대로에 사고뭉치지만 짠하기 그지없다. 모종의 사연으로 홀로 아이를 키우게 된 그는 업소에 나가 생계비를 벌어야 하는 처지다. 아영이 육아를 도우면서 잠시 숨통이 트이지만, 대책없는 사고를 치기 일쑤다. 원치않는 일도 아이를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영채. 류현경은 놀라울 정도의 생활연기로 그 심경을 객석에 고스란히 전달한다. 홀로 아이를 보다 지쳐 절규하고, 아이를 되찾아온 뒤 오열하는 장면은 절로 눈물샘을 자극한다.
◆ 끝없이 내몰리며 하게 되는 못난 선택…어떤 도움이든, 필요하다
영채는 아영에게 금세 고마움과 정을 느끼지만, 아영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뜻대로 되지 않는 막막한 현실에 맞닥뜨린 영채는 못난 선택을 하게 된다. 실습으로 곁에 없는 아영에게 혁이 사고의 책임을 전가하고, 아이를 보낼 마음을 먹는다. 아영은 영채에게 찾아와 "파양당하면 어떡하냐"면서 다그친다.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들이 마주하는 현실적인 두려움과 위기를 누군가는 처음으로 실감하는 장면이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21.02.05 jyyang@newspim.com |
결국 아영은 영채에게 손을 내민다. "내가 쟬 잘 키우겠냐. 커서 엄마 술집여자라고 놀림당할 거 아니냐"고 말하는 영채에게 "그러면 좀 어떠냐"고 답한다. 김현탁 감독은 '아이를 키울 자격'을 운운하며 의심하는 이들에게 명쾌하게 답을 하는 듯 하다.
확실히 결핍을 지닌, 또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겐 의심이나 의문보다는 도움이 필요하다. 아영이나 영채야말로 누구보다 제 사정만 해결하기 급급한 처지다. 그래도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잡고 살아가고, 행복을 향해간다. 선뜻 돕기보단 선입견이 더 흔한 사회에서, 보기드문 따뜻한 이야기가 주는 확실한 감동이 있다. 오는 10일 개봉.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