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라스트 레터'가 모두를 첫사랑, 그 기억으로 되돌려보낸다. 세대를 뛰어넘어, 진심을 담은 편지는 SNS의 빠른 소통이 익숙해진 시대에도 충분히 가치있게 느껴진다.
영화 '라스트 레터'가 17일 베일을 벗었다. '4월 이야기'로 국내 관객에게도 친숙한 마츠 타카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후쿠야마 마사하루,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히로세 스즈까지 일본 대표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조용하고 차분하지만 섬세하게 감정을 조율하는 듯한 이와이 슌지의 영화와 만나 이들은 일상적이면서도 신선한 얼굴을 꺼내 보여준다. 영화는 누구나 겪었던 고교시절, 갑작스럽게 찾아왔던 첫사랑의 추억과 현재를 따라간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사진=㈜미디어캐슬] 2021.02.18 jyyang@newspim.com |
◆ '라스트 레터'로 만나는 첫사랑의 흔적…삼각편지처럼 엇갈린 운명
언니 미사키의 부고를 전하기 위해 동창회에 간 유리(마츠 타카코)는 첫사랑이었던 선배 쿄시다(후쿠야마 마사하루)를 만난다. 자신을 언니로 착각하는 사람들에게 진실을 털어놓지 못한 그는 쿄시다에게 편지 한 통을 보내게 되고, 쿄시다는 25년 전 첫사랑이었던 유리의 언니, 미사키를 향해 절절한 편지를 적어 보낸다. 외갓집에 남아있던 미사키의 딸 아유미(히로세 스즈), 유리의 딸 소요카가 그의 편지를 받아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유리는 자신을 언니라고 생각하는 쿄시다에게 자꾸만 편지를 쓴다. 두 아이의 엄마가 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과거 첫사랑이었던 그가 반갑다. 쿄시다는 미사키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로 등단할 정도로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다. 어떻게든 미사키와 이어지고 싶은 마음이 유리와 아유미를 거쳐, 결국 그를 미사키에게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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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톤의 연기를 유지한다. 이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풍부한 풍경과 어우러져 풋풋하고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을 자연스레 불러온다. 과거 고교시절의 미사키, 유리를 연기한 뒤 현재의 아유미, 소요카의 1인 2역을 맡은 히로세 스즈, 모리 나나의 빼어난 미모와 분위기, 연기도 이 영화의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쿄시다가 현재의 그들을 보며 "정말 엄마를 쏙 빼닮았구나"라고 말하는 장면은 어쩐지 감탄을 넘어 탄식처럼 들린다.
◆ 긴 러닝타임은 양날의 검…먹먹한 여운은 제대로
25년 전 첫사랑 미사키는 세상을 떠났고, 여동생은 그 남자를 사랑했었다. 다시 만난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해 보이지만 숨은 사연이 많다. 쿄시다는 미사키의 흔적을 찾아 갔다가 그의 딸 아유미와도 만난다. 이들이 느낀 다양한 감정과 회한은 모조리 긴 대사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된다. 거의 모든 영화의 요소가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해도, 후반부 대사 처리된 미사키의 사연들은 다소 늘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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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긴 러닝타임 덕분에 얻는 효과도 상당하다. 뒤늦게야 미사키를 찾아 헤매는 쿄시다의 발자취는 잃어버린 것을 찾고 싶어하는 모두의 마음과 닮았다. 두 소녀가 시골에서 개와 함께 걸어가는 걸 보고 달리는 그에게서, 과거의 추억과 사랑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제는 손에 잡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이 곳곳에 묻어난다.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소리, 분위기까지 한데 어우러져, 감독은 거의 매 신에서 완벽한 장면을 만들어낸다.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가 왜 그토록 오래도록 사랑받는지, 이번 영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일본의 명감독, 명배우들이 한데 모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한번쯤 관람을 추천한다. 오는 24일 개봉.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