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살인 등 혐의로 검찰 송치…김태현, 마스크 벗고 무릎 꿇어
"살아 있는 것도 제 자신이 뻔뻔해"
범행 동기·스토킹 혐의에 대해서는 "죄송하다" 일관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노원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25)이 9일 마스크를 벗고 무릎을 꿇은 채 "이렇게 뻔뻔하게 눈 뜨고 있는 것도, 숨을 쉬고 있는 것도 정말 죄책감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살인 등 혐의를 적용해 김태현을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이날 오전 살인, 절도, 주거침입, 경범죄처벌법 위반(지속적괴롭힘),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정보통신망침해 등) 위반 등 혐의로 김태현을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이 9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경찰서에서 검찰로 향하던 도중 마스크를 벗고 있다. 2021.04.09 leehs@newspim.com |
서울 도봉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됐던 김태현은 이날 오전 9시쯤 모습을 드러냈다. 오른쪽 목에는 자해 상처를 덮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붕대를 감고 있었다. 김태현은 포토라인에서 마스크를 쓴 채 굳은 표정으로 "질문에 일일이 답변을 다 못 드릴 것 같아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냐"는 취재진 질문에 무릎을 꿇고 "이렇게 뻔뻔하게 눈 뜨고 있는 것도, 숨을 쉬고 있는 것도 정말 죄책감이 많이 든다"며 "살아 있다는 것도 정말 제 자신이 뻔뻔하게 생각이 들고, 유가족분들,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김태현은 "왜 죽였냐", "피해자의 집에 몇 번이나 찾아갔냐", "스토킹 혐의 인정하냐", "범행을 정확히 언제부터 계획한 것인가", "화면을 보고 있을 어머니께 할 말 없냐", "범행 후 3일간 뭘 했냐" 등 질문에는 "죄송하다"는 말로 일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마스크를 쓰고 나온 김태현은 이후 "마스크를 벗어줄 수 있냐"는 요구에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드러냈다.
현장에는 50여명의 취재진이 몰렸고, 일부 시민들은 "김태현을 사형하라"고 외쳤다. 김태현은 오전 9시 2분쯤 호송차량을 타고 경찰서를 벗어났다.
김태현은 지난달 23일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세 모녀는 지난달 25일 오후 9시 8분쯤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김태현도 같은 날 수차례 자해한 상태로 경찰에 발견됐다. 김태현은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은 뒤 지난 2일 퇴원했으며, 이후 경찰은 지난 4일 그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태현은 범행 당일 택배기사로 가장해 세 모녀 집에 들어간 뒤 혼자 있던 둘째 딸을 살해했으며, 이후 귀가한 어머니와 큰딸에게도 연이어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태현이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된 큰딸을 수개월 간 스토킹한 정황을 파악했으며 큰딸이 연락을 거부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김태현은 살해하기 전 흉기를 훔치고 자신의 휴대전화로 '사람 죽이는 법'을 검색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5일 신상공개심의위원회(위원회)를 열고 김태현의 실명과 얼굴 등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은 "범행에 필요한 물품을 미리 준비하는 등 치밀하게 범죄를 계획하고, 순차적으로 3명의 피해자들을 모두 살해하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피의자가 범행 일체 시인하고 현장에서 수거한 범행 도구, 디지털포렌식 결과 등 볼 때 충분한 증거가 확보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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