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이제훈이 사적 복수를 대행해주는 택시기사로 뜨거웠던 논란과 화제의 드라마를 마무리했다. 15.3%의 높은 시청률로 종영한 '모범택시'는 시원한 사이다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뻥 뚫어줬다.
이제훈은 1일 온라인 화상으로 진행된 SBS '모범택시' 종영 인터뷰를 통해 지난 6개월 간 드라마에 참여한 소감을 얘기했다. 처음 대본을 읽고 뜨겁게 들끓었던 그의 마음처럼, 대중은 '모범택시'의 다소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설정에 열광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SBS 드라마 '모범택시'에 출연한 배우 이제훈 [사진=피알제이] 2021.06.01 jyyang@newspim.com |
"지난주에 마지막 방송을 했고 그 지난주에 마지막 촬영을 했죠. 6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동고동락한 스태프들, 제작진 더 못만난다고 생각하니 이대로 끝내기 아쉽더라고요. 또 함께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더 있었음 좋겠단 마음이 가득해서 아직 떠나지 못했죠. 지금도 '모범택시' 티셔츠를 입고 있고요. 하하. 이건 이솜 배우가 맞춰준 티셔츠인데 그래도 이번주까지만 입으려고요. 기억에 많이, 오래 남을 것 같은 작품이에요."
이제훈이 이 작품에 출연을 결정한 첫 번째는 대본 때문, 두 번째는 박준우 감독 때문이었다. 그는 "1-2부 에피소드를 보고 제 안에서 끓어오르는 분노가 있었다"면서 첫 번째로 느꼈던 감상을 얘기했다. 그 이후엔 박 감독과의 만남에서 확신을 갖게 됐다.
"'진짜 이런 사람들이 있다고?' 싶었어요. 장애인을 노예처럼 착취하고 제 잇속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을 응징하고 싶단 생각이 강하게 들었죠. 실제 이런 분들에게 우리 드라마가 울분을 대신 풀어주는 역할도 있지 않을까 했었고 제작진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중요하겠다 싶었어요. 바로 감독님과 만나서 얘길 했는데 작품을 만드시면서 단순히 재미만을 생각하고 계시진 않았죠. 누구나 한번쯤 곱씹어보고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거라 얘길 듣고 하고 싶었어요. 그런 마음이 뭉쳐져서 이 작품이 나온 것 같아요. 저를 써주신 분들께 감사할 뿐이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SBS 드라마 '모범택시'에 출연한 배우 이제훈 [사진=피알제이] 2021.06.01 jyyang@newspim.com |
특히나 이제훈에게도 큰 감정의 소용돌이를 불러일으킨 만큼, 극 초반에 '사적 복수'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1-2부가 중요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그때가 가장 어려웠다"면서도 극한 역할을 제대로 표현해준 빌런 역의 태항호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처음 드라마의 분위기와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이야기를 흡인력있게 보여주고 앞으로의 포석을 깔아야 했죠. 다행히 나온 걸 보니까 굉장히 강렬했고 다들 앞으로 이야기를 궁금해하실 법하게 느껴졌어요. 촬영할 때는 가해자 역도, 피해자 역도 배우들이 고된 작업을 했어요. 저는 빌런을 응징하고 처단해야 하는 상황이었고요. 태항호 배우가 '나는 당해도 싸다 더 처절하게 해달라'면서 애정을 갖고 촬영해주셔서 감사해요. 막상 찍으면서는 다치진 않을까 우려도 되고 조심스러운 부분도 분명 있었죠."
극 초반을 지난 이후에도 여러 차례 19금 등급으로 방송될 만큼, 확실히 자극적인 복수의 쾌감이 있는 드라마였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시청자들을 흡인력있게 끌어들인 이유도 '모범택시'가 담은 내용과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왜 이런 이야기를 사람들이 기다리고 열광적으로 의견들을 주시는지 알 것 같아요. 제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도 바로 그런 거고요. 이 사회는 정의를 위해 돌아가야 하고 억울하고 아픔이 있는 사연을 외면하지 말고 목소리를 내야하니까요. 비록 허구적인 상상력을 가미한 드라마지만 그런 역할,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해줄 수 있었어요. 앞으로 또 이런 드라마가 나온다는 게 아이러니하거나 가슴이 아플 수도 있지만요. 그래도 모든 걸 좌시하지 않고 남의 일처럼 보아넘겨서는 안된단 생각이 들죠. 사건사고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야 더 긍정적이고 밝은 미래가 올테니까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SBS 드라마 '모범택시'에 출연한 배우 이제훈 [사진=피알제이] 2021.06.01 jyyang@newspim.com |
'모범택시'에서도 그렇지만, 이제훈은 특히나 사회 고발적이고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에 이미 여러 차례 출연한 바 있다. 드라마 '시그널'도 그랬고, 영화 '아이캔스피크'도 그랬다. 이제훈은 "작품을 할 때는 그런 의도가 없었지만, 하다보니 그런 작품들의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거시적으로 제가 이 작품을 통해 사회적으로 무슨 영향을 주겠다고 계획하거나 염두에 두지는 못해요. 그래도 알게모르게 작품을 선택하는 과정에 있어 영향은 받죠. 배우로서 인물과 캐릭터에 빠져드는 과정을 탐구하고 공부하다보니 둘러싼 환경, 가족, 친구, 지인이 넓어져 세상이 되고 사회가 되죠. 자연스럽게 작품 선택이 따라간 것 같아요. 의도한 건 아니지만 '시그널' '박열' '아이캔스피크' 등 모든 작품이 저란 사람, 저의 선택의 영향을 준 건 맞다고 생각돼요."
사적 복수 대행이라는 독특한 포맷에, 김도기를 비롯해 생생하게 살아있는 캐릭터들, 시청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힘입어 시즌 2를 향한 바람도 흘러나온다. 이제훈은 "구체적으로 얘기가 된 건 없다"면서도 이대로 '모범택시'의 이야기를 끝내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구체적인 건 전혀 없고 배우들끼리만 '이대로 끝내기는 아쉽다'는 얘길 나눴죠. 우리 이야기 포맷이 정말 좋게 나왔으니까요. 개인적으로 또 다른 이야기로 모범택시의 스토리가 이어지길 바라는 맘도 있어요. 마지막에 무지개운수에 검사가 합류하면서 조금 더 나쁜놈들을 추진력있게 처단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인상을 남겼잖아요. 시즌2에서도 김도기는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약자의 편에 서서 억울함을 풀어주는 해결사 역할을 쭉 이어가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론 사설 감옥은 더이상 없었으면 좋겠어요. 검사도 합류하고, 범법자들을 잡아들이는데 더 서포트하는 역할로 가게 된다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