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임혜영이 뮤지컬 '드라큘라'를 마무리하며 코로나 속에서도 작은 희망을 얘기했다. 벌써 세 번째로 참여한 그는 점차 발전되는 드라큘라와 미나와의 관계성을 보여주며 호평받았다.
임혜영은 오는 8월 1일로 예정된 '드라큘라'의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그간의 감회를 털어놨다. 코로나로 인해 이번 시즌은 시작부터 녹록치 않았지만 관객들의 성원은 뜨거웠다. 다행히 4단계 거리두기 가운데서도 공연은 멈춤없이 무사히 끝을 향해 왔다.
"작년에 삼연을 하고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 공연 텀이 짧다보니까 시즌마다 약간의 부담이 있었죠. 분명히 좀 더 나은 연기와 발전된 캐릭터와 공연을 보여주고 싶으니까요. 지난번에 정말 다 끌어올려서 한 거 같은데 보여드릴 게 있을까 싶었죠. 막상 또 공연을 하니 다르더라고요.(웃음) 역시 공연은 호락호락한 게 아니었어요. 하다보니 뭐가 또 찾아져요. 우리끼리 '맞아, 다 한 게 어딨어' 했어요."
함께 출연 중인 조정은과 함께, 임혜영은 유난히 '드라큘라'에 여러 번 출연하며 애정을 표현해왔다. 극중 연기하는 미나 역에게도 계속해서 끌리는 이유가 있을까. 임혜영은 '세상에 없는 사랑' 그 자체에 무한한 매력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배우 임혜영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뉴스핌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7.27 pangbin@newspim.com |
"유난히 판타지가 극대화돼 있는 작품이에요. 처음 할 때는 실제로 누가 어떤 남자가 400년을 기다리며 사랑해줄까 하는 생각했죠. 나만을 위해 목숨을 걸고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딨어요. 무대에서나 가능한 일이죠. 너무 아프지만 현실엔 없는 일이니까요. 있을 수 없는 일을 경험해보고 구현해보는 재미가 확실히 있어요. 또 새로운 것들을 느끼게 되고요. 관객들도 그 맛에 와주시는 거 아닐까요. 미나로서는 노래가 일단 좋고, 불러도 들어도 매일 좋아요. 준수가 부르는 'Loving you keeps me alive'는 그렇게 들어도 매번 마음이 흔들려요. 드라마로서 좀 빈 곳이 있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제약이 많이 없어서 재밌어요."
임혜영의 말처럼, 드라마에 배우의 해석을 넣을 여지가 많다는 점은 이미 여러 배우들이 동의한 '드라큘라'만의 매력이다. 그래서 더 더블, 트리플 캐스트의 배우들마다 다채로운 해석과 연기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 특히 임혜영의 미나는 극 초반부터 드라큘라에게 강렬하게 끌리고, 로맨스에 빠르게 동화되는 특징이 도드라진다.
"미나가 엘리자벳사의 환생이라고 완전히 믿고 가는 편이에요. 첫 만남부터 사진을 봤을 때도 기시감을 느끼고 '여기 처음 온 것 같지 않은데' 하는 표정이죠. 미나가 이미 엘리자벳사여아 이야기가 잘 납득이 되더라고요. 단지 지금의 삶과 이전의 삶, 둘 사이에서 망설이고 혼란스러워하죠. 드라큘라에게 가는 게 순간의 선택은 아닐 거예요. 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겠죠. 개인적으로 후회를 안하려는 성격이라 미나에게도 담기는 것 같아요. 더 사랑한 시간이 길었을 거라고도 생각이 들고, 이루어지지 않아 애틋한 마음도 있죠. 그 와중에 루시의 일을 겪으면서 계속 망설이게 되는 거고요. 안되는 거 알면서 나도 모르게 끌리는 그런 맘을 계속 가져가는데 이미 'She'에서 손 잡아준 순간 게임 끝난 거라고 봐요.(웃음)"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배우 임혜영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뉴스핌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7.27 pangbin@newspim.com |
특히 임혜영은 루시의 'Mist' 넘버 장면을 떠올리며 "그때 미나도 루시와 같은 꿈을 꿨던 거다"라면서 자신의 해석과 설명을 덧붙였다. 한번만 본 관객들은 알아챌 수 없는 여러 가지 장치들이 있고, 매번 다른 느낌으로 표현된다는 것. 뮤지컬과 공연팬들이 작품을 여러 번 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사랑이 중요한 미나'라는 평가에 임혜영은 "실제로도 그렇다"면서 웃었다.
"제 성향이 어디 가겠나요. 결국은 그 사람의 생각, 인생이 캐릭터랑 만나서 무대에서 구현되는 느낌이죠. 역할마다 잘 어울리고 어떤 건 안맞는다는 이야기들이 나오는 이유인 것 같기도 해요. 어릴 때부터 디즈니 만화나 '라푼젤' 같은 동화, 판타지적 이야기를 좋아했어요. 저한텐 드라큘라가 그런 얘기죠. 그렇게 푹 빠져서 연기를 하게 돼요. 아니면 어떻게 관객들을 이해시키겠어요."
임혜영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동안을 자랑하지만 배우로 활동한 지도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성악 전공으로 무대에 입문해 연기를 하나도 모르던 시절부터 그가 열심히 연마해온 건 '날 것 같은 연기' 자체였다고. 이제는 무대가 익숙해졌을 법도 하지만 항상 진짜, 리얼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그는 고백했다.
"처음엔 대사 하나가 어려워서 천번, 백번씩 했어요. 그래도 성악 레슨을 받으면서 누군가를 모방하게 되는 걸 느껴봤거든요. 나만의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미스 사이공' '마이 페어 레이디' 같은 작품 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어느 날엔 연출이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연기를 시켰는데 어떤 동작이나 표정을 보여주기보다 실제를 구현하는 게 가장 좋다는 걸 깨닫기도 했죠. 날것같은 연기를 굉장히 추구하는 편이에요. 툭툭 내뱉는 호흡들이 극 안에서 어우러지는 걸 즐기죠. '드라큘라'에서도 루시와 미나의 밝은 에너지가 나오는 신이 있는데, 정말 웃음과 릴렉스를 드리고 싶어요. 현실에서 나오는 날것같은 느낌의 아이디어를 많이 찾죠. 그게 또 관객들에게 반응으로 오는 게 느껴지고요. 하하. 제가 테크닉이 별로 없어서 그런가봐요."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배우 임혜영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뉴스핌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7.27 pangbin@newspim.com |
최근에 공연계에서는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이 늘어나고 주체적인 캐릭터로서 극을 이끄는 경우도 많아졌다. 젠더프리 등 다양한 캐릭터로 무대에 서는 것은 물론이다. 임혜영은 그럼에도 "아직도 부족하다"면서 성별로 인한 역할의 불균형이 완전히 해소되는 날을 꿈꿨다.
"옛날보다는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남아는 있죠. 그것도 다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하하. 보통 여자끼리 질투한다고 하는데 저는 남자를 질투하는 편이에요. 전작 '젠틀맨스 가이드'의 시벨라를 하면서도 주인공을 받쳐주는 느낌이 있어서 한편으로 그렇게 안보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죠. 아선언니와 할 때 우리가 무조건 돋보이자는 건 아니지만 할 역할은 하면서도, 선명하게 캐릭터를 그려낼 수 있게끔 노력을 많이 했어요. 시벨라랑 피비의 신경전이나, 작당모의를 보러 오는 분들이 있다고 들을 땐 정말 보람있었죠."
익숙한 공연계는 물론이고 임혜영은 지난해 영화 '세자매'와 TV조선 '결혼 작곡 이혼 작사'에도 출연하며 보폭을 넓혔다. 그는 "아직은 낯설기는 하다"면서도 계속해서 다양한 매체를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올해 준비 중인 작품을 통해서는 더 욕심내지 않고, 어려운 시국에도 무사히 공연을 잘 올리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매체든 무대든 시작점은 같아요. 내 안에서 정서가 움직이는 건 같지만 표현이 조금 다르죠. 쫄진 않았는데 낯설긴 했어요. 하하. 무대는 정말 편하고 적당히 기분좋은 긴장감과 집중력이 감도는데 카메라 앞에선 약간 답답했고 좀 더 편해져서 집중할 수 있었음 했죠. 확실히 다른 매력이 있어요. 더 섬세하게 잘게 쪼개서 압축해서 눈으로 표현해야겠구나 생각도 했죠. 둘 다 하니까 서로 도움이 되기도 했고요. 지금은 공연할 수 있는 건만으로도 감사해요. 상황이 상황인지라 잠시 다른 꿈은 접게 되네요. 올해 정해진 작품은 저한테는 또 의미있는 작품이라, 기가 막히게 잘 해내고 싶어요. 관객들이 '정말 좋았다'고 느끼고 싶게끔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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