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식중독 사고로 줄어든 매출, 뚝 끊긴 손님
"프랜차이즈점에서 식중독 나왔는데…" 개인업장까지 피해
일부 소비자, 식중독 사고 악용해 "치료비 물어내라"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식중독 김밥 나온 옆동네라 한 달 동안 진짜 타격이 컸어요."
경기 성남시 수내동 한 아파트 단지 인근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이모(51) 씨의 말이다. 점심시간이 지난 매장에는 이씨와 파트타임 직원 2명만이 무료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가게 앞을 오가는 사람은 많았지만 김밥을 사거나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지난 7월 집단 식중독 사태를 일으킨 프랜차이즈 김밥 전문점 '청담동 마녀김밥' 직영점은 이씨의 가게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에 있다. 이곳에서 식사한 주민들이 집단 식중독 증상을 보이자, 불똥은 인근 김밥 전문점들로 옮겨 붙었다. 이씨의 가게 역시 타격을 입었다.
이씨는 "지금은 날이 선선해서 김밥을 다시 드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조심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며 "식중독 사태 이후 손님들 발길이 끊기면서 매출도 뚝 끊겼다. 아직도 사람들 머리 속에 '김밥 먹으면 식중독 걸릴 수 있다'는 생각이 남아 있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집단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 경기 성남시의 김밥 전문 프랜차이즈 '청담동 마녀김밥' 직영점. 지난달 2일부터 영업중단 상태다. 2021.09.17 filter@newspim.com |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성남 청담동 마녀김밥 직영점 두 곳에서 식중독 피해를 입은 인원은 276명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서는 20대 여성이 김밥을 먹고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여성과 같은 김밥집을 이용한 93명이 식중독 증상을 보였고, 이 김밥집의 분점으로 운영된 또 다른 김밥집에서도 5명이 식중독에 걸렸다. 같은달 19~22일 경기 파주시에서도 김밥집을 이용한 27명이 식중독 증세를 호소했다.
◆ "개인 업장까지 피해", 자영업자 시름은 여전
집단 식중독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이씨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여파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박모(60) 씨는 "모든 김밥집이 다 그런 건 아닌데 매도되는 것 같다"며 "주메뉴인 김밥 주문은 지난달부터 줄었고 하루에 10~15줄 정도 판다. 손님들이 와도 김밥 말고 다른 메뉴를 시킨다"고 말했다.
식중독 사태 이후 박씨가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계란이다. 식중독 사고 원인으로 계란 껍데기에 묻은 살모넬라균이 지목되면서 일부 손님들은 박씨에게 계란 상태에 대해 묻는다고 한다. 박씨는 "즉석에서 말아야 하는 김밥 특성상 지단을 하루 전 만들어놔야 하는데 마치 오래된 지단으로 오해하시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전했다.
경기 부천시 상상시장에서 7년째 김밥 장사를 하고 있는 조모(51) 씨도 "식중독이 발생한 곳이 모두 프랜차이즈 김밥집들인데 개인 업장까지 엉뚱한 피해를 보는 것 같아 억울하다"며 "프랜차이즈점들은 사태 수습을 해줄 본사라도 있지만 개인이 하는 가게들은 스스로 수습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수원=뉴스핌] 순정우 기자 = 12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북수원시장 인근 한 김밥집에서 업주가 김밥을 만들고 있다. 2021.07.12 jungwoo@newspim.com |
식중독 사태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조씨는 "어떤 손님이 깁밥을 먹고 배가 아팠다며 치료비를 물어내라고 요구했다"며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가게가 아닌 것 같아 병원 영수증 달라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안 그래도 장사 안되는데 이런 일까지 겪으니 별 생각이 다 들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식품의약품안천처는 식중독 사고와 관련해 최근 전국 17개 시도 식품안전과장 회의를 개최하고 김밥 취급 음식점과 배달 음식점에 대한 식중독 예방 관리하기로 했다. 지난달에는 지자체와 합동으로 전국 3000곳 음식점에 대한 위생 점검을 마쳤다.
이재용 식품소비안전국장은 "최근 발생한 식중독 사고는 행주 등의 환경 검체와 환자에게서 검출된 균이 동일해 조리 중 교차오염이 식중독 발생 원인으로 추정된다"며 "식재료 취급 후에는 반드시 비누 등 세정제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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