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전국 광주·전남

속보

더보기

[전기자의 체험기] '소문 무성한 그곳' 신안 염전에 갔다

기사입력 : 2021년10월11일 08:00

최종수정 : 2021년10월11일 11:06

[신안=뉴스핌] 전경훈 기자 = "너무 무리해서 취재 안 해도 돼."(회사)

"엄마, 아빠 걱정되게 왜 그러냐"(가족)

"거기서 음료수 주면 절대 마시면 안돼"(친구)

신안에서 소금을 채취하는 전기자. 바닥에 하얗게 보이는 건 모두 소금이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10.10 kh10890@newspim.com

신안 염전에 취재 간다는 한마디에 들려오는 반응이었다. 신안이 아니라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지 않겠냐고 혹시 무슨 일 생기면 전화하겠다고 설득한 뒤에야 겨우 허락을 받았다.

진짜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겠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막상 평온한 곳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 목포서 2시간 배 타고 들어간 '그곳'

언제든 도망갈 각오를 갖고 배에 올랐지만 떨리는 손을 감추지 못하고 봉을 잡고 있는 전기자 [사진=전경훈 기자] 2021.10.10 kh10890@newspim.com

오전 6시 목포 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했다. 신안의 다른 곳은 천사대교 개통으로 대부분 차로 다닐 수 있었지만 이곳은 목포에서도 2시간 넘게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다.

차는 목포에 두고 배를 탈까 했지만 승선권의 4배가 넘는 돈을 지불하고 차량을 실었다. 남들에겐 괜찮다고 했지만 사실 두려워서 여차하면 도망가기 위해서였다.

눈치챘겠지만 2시간여의 배를 타고 가는 목적지는 신안 염전노예 사건이 발생한 곳 신안군 신의도다.

'신의도'라는 이름은 잘 몰라도 지난 2014년 발생한 '신안 염전노예' 사건이 발생한 곳이라고 하면 누구나 다 알만한 소문 무성한 곳이었다.

신의도까지 배에서 2시간 동안 잠을 자려고 했지만 일어났더니 다른 세상에 와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잠이 오지 않아 당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제대로 알기 위해 뉴스 검색창에 '신안 염전노예 사건'을 검색했다.

◆ 당시 벌어졌던 그때 그 사건

지난 2014년 당시 신안 염전노예 사건 피해자 발언 [사진=SBS방송 캡쳐] 2021.10.10 kh10890@newspim.com

신안군 염전 섬 노예 사건은 지난 2014년 1월 28일 신안의 한 염전에서 임금 체납과 감금으로 혹사당하던 장애인 2명이 경찰에 구출된 사건이다.

시각장애 5급 김모 씨는 2000년 과도한 카드빚을 지자 가족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서 집을 나왔다. 김씨는 낮에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서울 영등포역 근처에서 노숙 생활을 하며 지냈다.

그러다가 그는 먹여주고 재워주는 염전 일자리를 구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넘어가 소개업자를 따라갔다. 소개업자는 신안에서 염전업을 하는 A씨에게 몸값 100만원을 받고 김씨를 팔아넘겼다.

하루 19시간의 고된 노동과 폭행에 견디다 못한 김씨는 세 차례 탈출을 시도했으나 그때마다 주민들의 전화로 발각돼 도망치지 못했다고 했다.

지옥 같은 노예생활에서 김씨를 해방시킨 건 파출소 경찰도, 면사무소 공무원도 아닌 단 한 통의 편지였다.

신안군 신의면의 한 염전 [사진=전경훈 기자] 2021.10.10 kh10890@newspim.com

한동안 착실하게 일하며 염전주의 감시를 누그러트린 김씨는 읍내 이발소에 가서 이발을 하고 다녀오는 길에 근처 우체국에서 미리 써 둔 편지를 어머니에게 가까스로 보냈다.

근처에 파출소가 있었으나 순경들도 한패인 것을 아는 김씨는 파출소로 가지 않았다. 김씨의 어머니는 이 편지의 내용을 서울 구로경찰서에 제보했으며 이에 실종수사팀은 소금 구매업자로 위장·탐문해 염전에서 노역 중이던 김씨와 그 옆에 같이 있던 채씨를 구출했다.

이렇게 김씨는 1년 6개월, 다른 지적장애인 채씨는 무려 5년 2개월 동안 강제 노역 생활을 했다.

이후 정부는 민관 합동 전수조사에 나섰고 63명의 염전노예 피해자가 확인됐다. 피해자 중 상당수가 장애인이었는데 염전주들은 이들이 지능이 낮고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점 등을 악용해 숙식 제공을 빌미로 임금을 주지 않고, 수시로 폭행하는 등 이들을 자신의 노예로 부렸다.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노예 상태에 놓여 있었다. 인근에 파출소와 면사무소가 있었지만 주민을 보호해야 할 이들은 오히려 이러한 관행을 묵인하거나 방조했고, 그럼에도 누구도 이에 대해 책임지지 않았다.

당시 "왜 탈출하는 인부들을 다시 데려왔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염전주는 "집에서 키우던 개가 집을 나가면 찾겠어요, 안 찾겠어요?"라고 하기도 했다.

◆ 선입견 때문에 더 무서웠다

신의도에 가까워질수록 사실 목숨만 건지게 해달라고 빌었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10.10 kh10890@newspim.com

사건 기록을 살펴보다 보니 어느새 신의도에 도착했다. 처음 마주한 풍경은 커다란 건물도 없고, 화려한 조명도 없는 어느 시골과 다를 바 없는 조용한 시골 섬마을이었다. 천천히 마을을 둘러보기 위해 운전하고 있었는데 도로에서 갑자기 곡괭이를 든 누군가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괜히 그런 무서운 상상도 들었다.

막다른 길이라도 나오면 조폭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내 차를 앞뒤로 가로막고 "잡아!!" 하면서 쫓아오는 그런 상상 말이다. 물론 단순히 선입견 때문이었다. 신안에 가면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말들을 듣고 자라온 편견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이곳 주민들에 대해 방어적으로 나오게 됐다.

이곳의 실상을 밝히겠노라. 다짐하면서 호신용 호루라기까지 챙겨 염전 노예 사건이 발생했던 하태동리로 향했다. 오전 11시 38분께 도착하니 이미 여러명의 작업자가 모여 화물차에 소금을 나르고 있었다.

소금을 싣고 있는 트럭이 길을 막고 있었다. 영화에서처럼 내 뒤로 다른 차량이 길을 또 막고 누군가 덮치는 상상을 하니 정말 무서웠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10.10 kh10890@newspim.com

조심스레 다가가서 "취재 나온 기자인데 지금 화물차에 실어지고 있는 소금 자루 사진 한 장만 찍어도 괜찮겠냐"는 질문에 언성을 높이며 "얼른 가쇼"라는 답이 돌아왔다.

취재 현장을 다니면서 사진 촬영을 허락 안 해주는 곳도 당연히 많았지만 외부인을 이토록 경계하는 곳은 처음이었다. 큰 호통 소리에 주변 염전주인들도 나와서 무슨 일이냐고 묻기도 했다. 죄송하다며 진심으로 전력질주해서 빠져나왔다. 그만큼 무서웠다.

그래도 모두가 외부인을 경계한 것은 아녔다. 지켜보던 장연우 신안염전생산자연합회 이사는 "자신의 염전을 촬영하라"고 선뜻 손을 내밀었다.

◆ 잘못된 부분은 도려내고 인식 개선 위해 온갖 힘

전동 대파를 선보이는 장연우 신안염전 생산자연합회 이사 [사진=전경훈 기자] 2021.10.10 kh10890@newspim.com

신안에서 40년간 염전업을 해왔다는 장 이사는 "옛날에는 (염전 노예) 그런 일이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설이 자동화로 많이 바뀌는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대부분의 농가들이 부부간에 소금을 생산하고 있어 종업원 자체를 두지 않는다"며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그는 "종업원을 데리고 있으면 수시로 목포경찰서에서 조사해가고 신의면 파출소에서 순찰을 돈다"며 "옛날처럼 임금을 속인다거나 때린다거나 하는 부분은 이제 흠 조차 찾아볼 수 없다"며 "감시가 심하니까 차라리 마음이라도 편하게 하자고 부부간에 둘이서만 하는 농가들이 대부분이다"고 했다.

전동 대파로 힘을 덜 들이고 소금을 채취하는 모습 [사진=전경훈 기자] 2021.10.10 kh10890@newspim.com

장 이사는 다른 인력이 왜 필요 없어졌는지 보여주겠다며 자동화 시설을 선보였다. 바닷물이 이렇게 많은데 밀대로 미는 건 안 하고 물으니 그것까지도 기계화 됐단다. 그러면서 밀대가 아니라 염전에서는 대파라고 부른다고 했다. 이제는 전동 대파를 이용해 힘을 덜 들이고 효율적으로 소금을 채취할 수 있다고 했다.

기계화는 됐지만 손으로 직접 방향 등을 잡아가면서 밀어야 했기에 직접 미는 것과 큰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서 시합을 한번 하자고 했다. 집안 청소로 다져진 밀걸레질 실력이면 바닷물 미는 거랑 얼추 동작도 비슷하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전동 따위 이길 수 있다고 자신만만 했지만 그게 잘 안됐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10.10 kh10890@newspim.com

결과는 당연하게도 졌다. 그것도 처참히. 염전 한 칸을 다 밀기도 전에 전동 대파를 사용한 장 이사는 이미 2칸을 다 밀었다.

이렇게 기계화로 바뀐 지 어느덧 5~6년이 됐다고 했다. 이는 노동력 착취 문제 등 잘못된 부분은 도려내고 개선해나가기 위해 신안군이 고민한 흔적이라고 했다.

염전 농가들은 종업원 없이 부부끼리 운영한지 오래됐지만 지금까지도 노예를 부려먹는다는 이미지가 개선되지 않아 억울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홍철기 신안염전생산자연합회 회장은 "당시 힘들게 했던 부분도 있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자극적인 부분만 언론에 부각됐고 정상적으로 돌아간 일도 앞뒤 순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고 기사가 나간 탓에 엄청난 피해를 봤다"고 토로했다.

홍 회장은 "이제는 그런 일들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일을 하고 싶다고 해도 신안군에서 장애인은 고용하지 말라고 했다"고 했다. 또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사람을 쓰더라도 정당한 임금을 지불하고 있다"며 "그마저도 자동화로 많이 바뀌면서 인력 자체를 쓰지 않고 있다"며 지금도 염전노예가 있을 거란 추측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 소금 한 줌 얻기 위해 기다린 시간 '20일' 

한쪽으로 모은 소금을 수레에 담아야 했다. 군대에서 삽질 좀 했다고 기계보다 잘할 수 있다고 했다. 사실 군대는 의경 나와서 삽질 해본 적은 없다. 괜히 허리만 아팠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10.10 kh10890@newspim.com

대파로 소금을 한쪽으로 밀고 수레에 담는 채염(염전에서 소금을 채취하는 일) 작업은 4시간여의 시간이 걸렸다.

기계화로 편해졌다고는 하나 뜨거운 태양볕 아래에서 작업하는 건 몸에서 소금이 나올 정도로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고된 작업 끝에 "그래도 바닷물을 끌어와서 증발시키기만 하면 이렇게 많은 양의 소금이 나오니까 보람차겠다"고 했더니 장 이사는 "그렇게 돈 벌면 떼돈 벌게. 오늘 이렇게 소금을 채취하는 데 20일이 걸린 작업이다"고 했다.

"자네 가져. 우린 깐부잖아. 깐부끼린 니꺼내꺼가 없는거야". 오징어게임에 빠진 전기자. 꼭 해보고 싶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10.10 kh10890@newspim.com

바닷물을 증발 시키기만 하면 소금이 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그런 단순한 작업이 아니란다. 소금을 만들기 위해선 농도를 맞추는 작업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농도를 맞추지 않고 단순히 바닷물을 증발시키면 염도가 대략 7% 정도라고 했다. 시중에서 먹는 소금의 염도가 25%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상품성이 없단다. 특히 그대로 먹으면 짠맛이 아닌 쓴맛에 가까운 맛이 난단다.

그래서 여러 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저수지에 바닷물을 가두고, 이를 며칠에 걸쳐 햇빛에 증발시켜 소금 염분을 높인 뒤, 마지막으로 결정지에서 소금 결정을 얻는 작업을 거쳐야 한단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짙은 농도의 천일염을 얻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자그마치 약 20여일이 걸린다고 했다.

◆ 문 닫는 염전 농가들 

창고에 쌓인 소금들. 간수가 빠져야 상품 가치가 있어서 창고에 보관 후 상인들에게 출하한다고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10.10 kh10890@newspim.com

염전 농가들의 가장 큰 고민은 천일염이 설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란다. 값싼 정제염과 수입염에 밀려 천일염을 생산하는 농가들이 문을 닫고 있다고 했다. 생산 원가가 만원인데 반해 불과 작년까지 20kg당 3000원대에 판매됐단다. 일을 하면 할수록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빚을 져가면서 일을 하고 있는거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40여 농가 중 120여 농가가 태양광 설치를 이유로 염전 문을 닫았다.

1년 내내 일을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녔다. 날씨의 영향 탓에 3월 28일~10월 15일까지만 소금을 생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마저도 장마철이면 아예 생산 자체가 불가능했다. 다행히 올해는 20kg당 1만 8000원 정도에 거래가 됐다. 지난해 장마, 태풍의 영향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등 여러 요인이 겹친 덕분이란다.

삽으로 소금을 담던 일도 이제는 할 필요가 없어졌다. 자동 체염기가 염전 타일에 깔린 소금을 순식간에 수레에 담았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10.10 kh10890@newspim.com

하지만 이들은 마냥 기뻐할 수만 없다고 했다. 조만간 신의도에 들어설 것으로 예정된 태양광 단지는 염전에 바람의 영향 등을 끼칠 것이라고 염전 농가들은 한탄하고 있다. 홍철기 신안염전생산자연합회 회장은 "우리나라 천일염 사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며 "천일염을 지킬 수 있게 모두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국내 최대 천일염 생산지인 신안군 증도면 염전. 최근 한 방송에서 이곳에서 '염전 노예' 피해사례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 이후 신안 소금 자체를 불매하자는 여론이 있었지만 그 뜻에는 반대한다. 소금에는 죄가 없다. 잘못한 건 소금이 아니니까.[사진=전경훈 기자] 2021.10.10 kh10890@newspim.com

에필로그(epilogue). 염전 노예 사건 말고도 여러 대형 사건·사고가 이곳 신안에서 많이 발생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충분히 반성하고 잘못된 부분을 개선하려는 사람과 군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하진 않겠다. 또 사건을 겪지 않은 제3자가 이 사람들이 반성하고 있으니 이젠 봐달라는 시건방진 말도 하지 않겠다.

다만 이 말은 꼭 전하고 싶었다. 요즘 최고의 화제작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오일남(할아버지) 대사를 인용해서 "제발 (지역감정) 그만해. 그러다 다 죽어" 신안이 싫다고 불매운동을 하다간 국내 천일염 생산량의 약 75%를 차지하는 신안 천일염 대신 값싼 중국산 소금 등이 우리 식탁을 차지하게 될 거라고. 죄는 미워해도 소금은 미워하지 말라고.

kh10890@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이재명의 사람들]김현지 총무비서관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1주일이 지난 가운데 비서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급 인선도 추가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이재명 대통령 인선의 핵심은 '실용'이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발해야 하는 정부인 만큼 기존에 손발을 맞춰온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등용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경기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때부터 호흡을 맞춰온 성남·경기라인 인물들은 정부 요직에 내정됐다. 대표적인 인물이 총무비서관으로 내정된 김현지 전 보좌관이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 전 보좌관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이던 때 시민운동을 하면서 인연이 닿았다. 대학 졸업 직후인 1998년 당시 변호사이던 이 대통령이 설립을 주도한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으며 이곳에서 집행위원장, 사무국장 등을 거쳤다. 이 대통령이 정치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던 성남시립병원 설립 운동도 함께했다. 성남시립병원추진위원회에서 사무국장을 역임한 것. 이후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에도 시민운동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2011년 성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환경·도시 전문가 등이 주축이 된 민관 협력 기구 '성남의제21'에서 사무국장으로 활동했다. 그러다 이 대통령이 2018년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후에야 도청 비서관직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이 대통령을 보좌하기 시작했다. 김 전 보좌관은 '그림자 보좌'로 유명하다. 본인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성향이다. 시민운동가로 활동할 때는 지역 언론 인터뷰에도 응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이 대통령이 국회에 입성한 이후에는 언론 노출을 지양해왔다. 또한 김 전 보좌관은 이 대통령에게 직언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김 전 보좌관은 리스크 관리를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은 사전에 차단하려고 하고 조심성이 강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던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각각 대장동 사건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등으로 사법리스크에 휘말리면서 당직을 내려놓은 영향도 있다. 김 전 보좌관이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의 자리를 대체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김 전 보좌관이 맡게 될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실 예산을 총괄하는 직책으로 공무원 직제상 1급에 해당한다. 특히 대통령실 2급 이하 행정관 등 실무진 인사에 관여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수석급 인선에는 강훈식 비서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강유정 대변인 등 비교적 친명(친이재명) 색채가 옅은 통합형 인재를 등용하는 한편 실무라인에는 김 전 보좌관처럼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복심'들을 배치하고 있다. 대통령실 1부속실장에 내정된 김남준 전 당대표 정무부실장, 의전비서관의 권혁기 당대표 정무기획실장, 인사비서관의 김용채 전 보좌관 등이 대표적이다. 원외에서 이 후보를 후방지원한 더민주전국혁신회의 핵심인물들도 이재명 정부에서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윤용조 혁신회의 집행위원장은 대통령 국가안보실 비서관으로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강위원 혁신회의 상임고문은 전남 경제부지사에 내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 정부와 더 긴밀히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heyjin@newspim.com 2025-06-11 17:10
사진
李대통령 재판 중단 '헌법 조항 충돌'?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중단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이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재판을 연기하면서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근거로 든 데 대해 야당이 '판결로 대통령이 자격을 상실하면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는 헌법 제68조로 재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등 여야 대표들과 함께 오찬을 하기 전 환담하고 있다. 2025.06.04 photo@newspim.com 헌법의 애매한 조항에 대한 해석의 차이를 넘어 헌법 조항의 충돌 문제로 번진 것이다. 논란의 불을 붙인 것은 서울고법의 결정이다. 법원은 "재판부에서 기일 변경 및 추후 지정(추정)을 하기로 했다"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추정은 사실상 임기 내 재판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따라 위증 교사와 대장동, 법인카드 유용, 대북송금 사건 등 대통령이 받고 있는 다른 네 개의 재판도 연기 가능성이 높다. 이에 야당이 반발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9일 '헌법 제68조'를 들어 서울고법의 결정을 반박했다. 헌법 제68조 2항은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규정한다.   검사 출신인 한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헌법 68조를 예시하며 "헌법상 이재명 대통령 재판은 중단되지 않는다"며 "헌법적으로도 그렇고, 다수 국민 상식 면에서도 그렇다"고 '헌법 제68조'를 거론하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대한민국 헌법 제68조는 '대통령도 판결로 자격을 상실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민주당과 서울고법 형사7부 주장대로 대통령이 돼서 진행 중인 재판이 중단되는 것이라면 헌법 68조의 '판결로 대통령 자격을 상실한 때'라는 문구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이 중단된다면 재판이 열리지 않는 만큼 대통령이 판결로 자격을 상실할 일은 없다. 그렇다면 굳이 헌법에 이 조항을 넣을 이유가 없다. 결국 재판이 열린다는 전제로 헌법에 이 조항을 넣은 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논지다. 관건은 헌법 제84조의 해석이다. '소추(訴追)'의 의미를 검사의 공소 제기(기소) 외에 기존의 재판까지 적용해야 하는지를 두고 법조계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여당은 모든 재판이 중단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야당은 진행 중인 재판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선다.  이런 주장까지 포함하면 헌법 84조와 68조가 충돌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물론 판결은 법원의 판결 외에 헌법재판소의 판결도 포함할 수 있다. 대통령의 중대 행위에 대한 탄핵이 이뤄질 경우 헌재의 결정 여하에 따라 자격을 상실할 수 있다. 헌재의 판결을 의미한다면 충돌로 볼 수 없다. 민주당은 논란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재판 중단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이 대통령 측근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판사에 따라 다른 입장이 나올 수 있는 만큼 형사소송법을 처리해 더 이상의 논란을 없애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법안을 12일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일단 13일 선출되는 차기 원내대표에게 넘기기로 했다. 서울고법이 재판을 중단하고 나머지 재판도 중단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굳이 방탄 논란을 자초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leejc@newspim.com 2025-06-10 13:43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