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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의 체험기] "시장님 사고 난 다음 말고 미리 막아주세요"...민원을 넣었다

기사입력 : 2021년06월21일 12:39

최종수정 : 2021년06월21일 12:39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아빠 버스 탔어요. 집에서 만나요. 사랑해요"

이 통화를 마지막으로 고등학교 2학년 김모(17) 군은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김군은 지난 9일 오후 4시 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지역에서 철거 공사 중이던 5층 건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매몰된 시내버스 안에서 사망했다.

김군의 꿈은 음악가였다. 사고 당일 김군은 비대면 수업인데도 음악 동아리 모임을 위해 학교를 찾았다가 귀가하는 길이었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2021.06.09 kh10890@newspim.com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김군의 어머니는 아들의 버스카드 결제 내역을 확인하고서 붕괴 현장을 찾아 "버스 안에 아들이 갇혀 있는 것 같다"며 "제발 안으로 들어가서 얼굴만이라도 확인하게 해달라"고 울부짖었다.

곰탕집을 운영하던 60대 여주인 곽모(64) 씨는 생일이던 아들에게 미역국을 끓여주기 위해 외출했다가 사고를 당했다.

사고 당일은 아들의 생일상을 차려주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점심 장사를 마치고 시장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지역 사고 희생자들의 사연이다. 이들이 뭔가를 잘못해서 사고가 난 것도 아니고, 운이 지독하게 나빠서 그리된 것도 아녔다. 그저 집을 가기 위해 시내버스를 탔을 뿐이었다.

초등학생 3학년생 2명이 사망한 풍영정천은 평소에도 시민들이 자주 드나드는 도심 속 휴식공간이다. 한 시민은 사고 당일 뉴스를 보고 안타까워서 현장에 나와봤다고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21 kh10890@newspim.com

뉴스 검색창에 '인재(人災)'라고 쳐봤다. 광주 광산구 풍영정천에서 초등학교 3학년생 2명이 불과 수심 1.5m 정도의 징검다리를 건너다 물에 빠져 숨졌단다. 경기도 이천에서는 한 소방관이 쿠팡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 진입했다가 유명을 달리했다. 불과 1~2주 사이에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인재가 벌어지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사고가 발생하면 각 정당의 대표, 기업, 지자체장들이 사고 현장을 찾아 법안을 통해 '제2의 OO참사'를 막겠다든지 안전점검을 통해 유사한 사고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등의 내용을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은 마치 모든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듯했다. 법안이나 점검으로도 막을 수 있는 거였다면 본인들이 미리 신경 써서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했으면 됐을 것들이었다.

물론 아무리 안전에 신경을 쓴다고 해도 모든 사고를 막을 순 없을 거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어쩌면 매번 막을 수 있었음에도 외양간도 못 고치는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민원을 넣어봤다. 단 한 사람이라도 억울한 희생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해서. 12~19일까지 1주일 간, 20여 건의 민원을 넣어봤다.

◆ 제2의 광주 붕괴 참사, 미리 막아주세요

광주 북구의 한 재개발 현장. 이곳에서도 하층 철거 전도 방식으로 공사가 진행됐다. 건물을 한꺼번에 무너뜨려 철거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 불법으로 철거했다. 사진은 인근 아파트 관계자의 도움으로 옥상에서 촬영한 모습 [사진=전경훈 기자] 2021.06.21 kh10890@newspim.com

사고 발생 직후부터 당연스레 매일 출근하듯 사고 현장, 분향소를 찾았다. 내 카메라는 사고 현장을 방문한 정치인, 자치단체장을 향하고 있었다. 뷰파인더 너머로 보이는 이들의 모습은 사고 현장과 유가족이 아닌 이른바 '조문 정치'에 더 신경을 쓰는 듯 보였다.

정부 한 관계자는 붕괴 참사 현장을 행사장이라 표현하고, 지역 국회의원과 시의원들은 참사 현장 바로 앞에서 웃고 떠드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들은 이후에도 '기자님들도 참.. 기삿거리가 이것밖에 없을까요?'라고 조롱 섞인 문자를 주고받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보고도 '과연 저들이 정말로 또 다른 붕괴 참사를 막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저렇게 말해도 어련히 잘 하겠지라고 생각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보기로 했다.

광주 북구의 한 재개발 현장을 찾아가 봤다. 붕괴 현장을 보고도 이곳에서는 여전히 하층 철거 전도 방식으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광주광역시청 홈페이지에 민원을 넣고, 전화를 걸었다.

광주광역시청 홈페이지에 인재를 막아달라고 민원을 넣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21 kh10890@newspim.com

"최근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학동 붕괴사고 이후 재개발 현장을 지나가는 수많은 이들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또 다른 현장에선 같은 문제가 벌어지고 있더군요.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공사 업체의 문제가 가장 크지만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시청·지자체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재개발 현장 앞 버스정류소를 이설하겠다거나 버스 운전기사가 본능적인 감각으로 액셀러레이터만 밟았어도 희생자들이 살 수 있었다느니 다른 곳으로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는 이야깁니다. 모든 사건·사고가 행정당국의 문제라는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하지만 제발 막을 수 있었던 사고는 참사 이후에야 특별점검에 나서겠다고 하지 말고 미리 점검해서 시민의 안전을 지켜주세요"라고 적었다.

시청 관계자는 "위험요인이 개선될 때까지 공사를 중지시키겠다"고 답했다.

◆ 비가 오면 '징검다리' 건너는 게 위험해서

광주시가 안전점검 특별주간을 맞아 '풍영정천' 사고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점검하겠다고 했지만 풍영정천 인근 광신대교 징검다리에는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21 kh10890@newspim.com

지난 12일 초등학생 2명이 징검다리를 건너다 물에 빠져 사망한 '풍영정천'은 수심이 1.5m에 불과했다. 사고 발생 이틀 전 비가 많이 왔고 이로 인해 징검다리에는 이끼가 꼈다. 또 평소와는 달리 그 시간대에 행인이 하필 아무도 없었다. 악재의 연속이었다.

어른 한 명만 있었어도 충분히 구조할 수 있는 높이였다. 어쩌면 징검다리에서 미끄러져도 옆에 그물망이나 줄 하나만 있었더라면 아이들이 엉덩이만 털고 일어날 수도 있었다.

이런 사고가 일어날지 몰라서 대처를 못했다고 하는 것 까지는 어떻게든 이해를 해보려고 했다. 문제는 그 뒤의 대처였다. 사고가 발생한지 3일 뒤에도 비가 내렸지만 사고 지점과 가까운 다른 징검다리를 가보니 한쪽만 출입을 막고 반대편 쪽은 열어뒀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이었다. 징검다리를 넘어서는 수위로 물이 범람하고 있었지만 차단막이 올라가 있었다. 반대 방향은 차단막이 내려가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누군가 올려놓은 것이라 해명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21 kh10890@newspim.com

출발 지점과 끝 지점이 상당한 거리가 있는 징검다리였는데 위험을 무릅쓰고 건너왔다가 다시 되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이런 날에 징검다리를 건너는 행동 자체가 위험한 것은 맞지만 이용섭 광주시장이 안전 점검 특별주간으로 선포한지 불과 2일 뒤에 발생한 일이었다.

또 하나 신경 쓰였던 광경은 폭우가 쏟아지고 있음에도 지난해 붕괴된 자전거도로 복구 현장 너머로 낚시하고 있는 시민이 보였다. 수위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도 안되는 곳이었기에 어른이라도 위험한 곳이었다.

지난해 폭우로 자전거 도로가 무너져 내리면서 복구 작업에 들어가느라 출입을 통제 시킨 곳이다. 하지만 비가 와서 수위가 높아졌음에도 담을 넘어 낚시하고 있는 시민이 있어 위험할 수 있으니 주의해달라고 민원을 넣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21 kh10890@newspim.com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민원을 넣었다. 비가 오면 수위가 높아져 위험하니 낚시객들의 출입을 막아달라고.

그러자 다음날 시청 측에서 전화가 왔다. 그는 "낚시객은 단속이 쉽지 않고, 차단막은 수동으로 내려야 하다 보니 24시간 감시할 수 없다"며 "양쪽 다 차단막을 내려놨는데 누군가 올려놓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 하수구가 막혔어요

지난해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광주 북구 신안동 일대에 하수구가 차량 발 매트에 막혀있었다. 사진 촬영 후 발 매트를 치워버렸다. 하수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진=전경훈 기자] 2021.06.21 kh10890@newspim.com

비가 내리니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던 작년 7~8월이 생각났다. 하늘은 폭우에 가려졌고, 도시는 물에 잠겼다. 수상도시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비가 쏟아졌었다. 가장 피해가 컸던 지난해 8월 7~8일 이틀간 광주에서만 583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특히 광주 북구 신안동에서는 침수된 건물 배수 작업 도중 30대 남성이 숨지는 등 인명 피해도 있었다.

하수구만 제 역할을 했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불과 1년이 채 지나지도 않았지만 다시 찾아간 북구 신안동은 피해 사실을 잊은 듯했다. 하수구는 차량 발 매트가 막고 있거나 담배꽁초가 쌓여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수구가 인근에 있기는 했지만 빗물이 전혀 고이지 않는 곳에 설치돼 있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21 kh10890@newspim.com

그래서 안전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넣었다. 장마철이 다가오기 전에 하수구가 막혀 또다시 인명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했다(구청에서 답변은 아직 안 왔다).

◆ 위험천만한 도로에서

경찰서와 구청에 횡단보도를 깔아주든, 펜스를 쳐서 무단횡단을 아예 못하게 하든 해달라고 민원을 넣었다. 위험하지 않도록 [사진=전경훈 기자] 2021.06.21 kh10890@newspim.com

퇴근 후 집에 가던 길이었다. 차들이 씽씽 다니고 있는 도로 사이로 환자복을 입은 이들이 무단횡단을 하고 있었다. 한 명은 휠체어를 끌고서.

10여 분 동안 관찰해보니 20여 명의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무단횡단을 하고 있었다. 근처에는 횡단보도가 없는 것도 아녔다. 조금만 더 걸어가면 됐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펜스를 쳐달라고 해당 구청에 민원을 넣었다. 불편하더라도 안전이 우선인 거니까.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헬멧을 쓰지 않고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면 단속 대상이다. 무엇보다 왕복 6차선 도로에서 저렇게 달리고 있는 것이 위험해보여 민원을 넣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21 kh10890@newspim.com

다른 도로에서도 위험요소는 있었다. 왕복 6차선 도로에서 헬멧도 착용하지 않고 전동킥보드를 타고 가는 시민이 보여 단속도 단속이지만 자칫 위험할 수 있으니 안전한 곳에서 이용하게 해달라고 경찰에 민원을 넣었다.

◆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서

지금 당장은 참사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민원도 넣어봤다. 비상구 계단을 가로막고 있는 건물에 대해서도 민원을 넣었고, 소화전 주변 적색 표시가 된 곳에 세워둔 불법 주·정차 차량도 신고했다.

소화전 주변 적색 표시가 된 곳은 화재 시 불법 주·정차 등으로 소화전이 제 역할을 못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 늘 비워둬야 하는 곳이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21 kh10890@newspim.com

다른 유형의 위험에도 대비하기 위해 신고한 게 있었다. 친구와 술을 마시러 가던 어느 날, 두 눈을 의심했다. 멀리서부터 뚜렷하게 보이는 하의실종 패션. 중년 남성이 노팬티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혹시 모를 불순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경찰서에 민원을 넣었다.

팬티도 입지 않고 돌아다니는 남성이 있어서 경찰에 민원을 넣었다. 야심한 밤에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니 출동 좀 해달라고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21 kh10890@newspim.com

어떤 상황인진 모르겠으나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고, 밑에도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돌아다니고 있다고. 그랬더니 경찰은 "암 말기 환자라 덥다고 종종 저렇게 나오곤 한다"며 "처벌 대신 가족에 인계했다"고 했다.

◆ 무심코 지나치고 있던 것들

광주 서구의 한 대형마트 장애인 주차구역 전광판이 '장애우'로 표기됐다. 마트 측은 즉시 '장애인'으로 표기되도록 고치겠다고 했다. 전광판 밑 장애인 주차구역을 가로막고 있는 이중주차 차량 대해선 민원을 넣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16 kh10890@newspim.com

대형마트에 장 보러 갔을 때였다. 1층에 장애인 주차장을 거쳐야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2가지가 눈에 띄었다. 장애인이 아닌 '장애우'라고 표기된 전광판, 당당하게 장애인 주차구역 두 칸을 가로막고 들어가던 젊은 여성.

마트에 전화를 걸었더니 "이제까지 문제 제기한 사람이 없어서 몰랐다"며 "장애우가 아닌 장애인으로 올바르게 표기될 수 있도록 즉시 시정하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장애인 주차구역을 가로막은 차량에 대해선 해당 구청에 민원을 넣었더니 '5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화순군청 군수실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창고처럼 쓰이고 있었고, 안전바도 없는 가파른 경사로 탓에 장애인이 쉽사리 군수를 만나긴 어려워 보였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21 kh10890@newspim.com

비장애인의 시선에선 불편함을 겪어보지 않아 잘 몰라서 개선되지 않을 것들을 위한 민원도 넣어봤다. 정성주 광주나눔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의 제보로 화순군청을 가봤다.

2층에 위치한 군수실을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니 청소를 이유로 통로가 여러 장애물들에 가로막혀 있었다. 장애물들을 치워보니 안전바도 없었고, 가파른 경사로 때문에 휠체어로는 군수실을 갈 수 없는 구조였다.

형식상의 답변이라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듣고 싶어 화순군청에 민원을 넣었더니 "청사가 옛날 건물이라 따로따로 있던 건물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건물 높이가 서로 달라서 이런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문제를 알았다면 미리 고쳤을 텐데 몰랐다. 경사로가 완만해져 장애인도 편히 다닐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1주일 간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민원을 넣어보니 전국 상위 4%를 기록했다. 상위 1%가 될 때까지 안전을 위한 민원을 넣을 생각이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21 kh10890@newspim.com

에필로그(epilogue). 1주일 동안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민원 16건, 시청 1건, 경찰서 2건, 전화민원 2건. 총 21건의 민원을 넣어봤다.

누군가는 민원 때문에 분명 화도 났을거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괜한 민원 때문에 적게는 몇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까지도 벌금을 내게 됐다고.

하지만 누군가는 민원 덕분에 웃었다. '아무리 말해도 안 바뀐다'고 했던 것들이 민원 한 번에 바뀌었다.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민원'이란걸 비로소 알게 됐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사한 문제로 사건·사고는 또 터질 거란 걸 잘 안다. 그러니 민원을 넣었더니 따뜻한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는 희망 가득 찬 말로 끝낼 수가 없다.

그럼에도 내 이웃, 내 가족이 억울한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제2의 광주 건물 붕괴 참사, 제2의 초등생 익사사고 등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민원'이 아닐까.

kh108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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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00일 승부] 뉴욕증시 '경고음'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최근 미국 금융시장에서 금리와 주가가 함께 요동치는 상황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집권 2년 차였던 2018년을 상기시킨다. 당시 뉴욕증시의 가격 부담은 높아져 있었다. 미국의 강한 경제가 되레 금리 우려를 부추겨 증시를 압박하던 차에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가세했다. 결국 그해 가을 S&P500 지수는 20%나 떨어져 약세장에 진입했다. [글싣는 순서] 트럼프 100일의 승부1. 규제 대못 뺀다…AI·자율주행·은행업 '더 쉽고 빠르게'2. 압도적 격차를 향한 전격전...MAGA 휘날리며3. 우크라 전쟁 100일 만에 끝내고 북미 대화 실마리4. 에너지 패권을 향해 '드릴, 베이비 드릴'5. 만능 치트키 관세...역대급 중국 압박6. 뉴욕증시 지진계 '경고음 요란'...2018년의 기억7. 증시 불확실성 MAGA 수혜주로 돌파..끝판왕은8. 관세와 달러, 복잡한 함수 관계9. 높아지는 미국의 만리장성...反이민 장애물도 산적 현재 뉴욕증시 여건과 시장이 직면한 위험은 당시와 닮았다. 시장에서 2018년을 반추하며 올해 뉴욕증시도 유사한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관측이 대두하는 이유다.특히 2018년 급락장에 앞서 출현한 충격파의 전조가 이번에도 포착되고 있다. 그 지진계의 수치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치솟아 불안감은 더 크다. 바로 '블랙스완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스큐지수다. 1. 3주 전 신호 스큐지수는 S&P500의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에 대한 옵션시장의 우려를 보여주는 지표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주가 폭락에 대비한 풋옵션 수요가 높을수록 그 값은 올라간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만 가치가 있는, 그래서 당장은 가치가 없어 싼값에 거래되는, 즉 '외가격 풋옵션'이 높은 가격에 사들여진 결과다. 외가격 중에서도 가치의 무의미함이 큰 풋옵션 수요가 클수록 상승한다. 평소에는 헐값에 팔렸던 우산이 폭풍우가 예상되자 비싸져도 수요가 생기는 현상과 비슷한 셈이다. *스큐지수는 단순히 OTM 풋옵션뿐 아니라 OTM 콜옵션도 산출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양자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한 내재변동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다만 실제 산출 과정에서는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의 비중이 더 크다. 급격한 시세 변동을 염두에 둔 헤지 상품의 수요는 가파른 가격 상승을 기대한 콜옵션보다 가파른 하락에 대비하려는 풋옵션에 집중되기 떄문이다. 따라서 산출 과정에서 자연스레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 스큐지수는 100~135 사이에서 변동한다. 135를 넘어서게 되면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급격한 하락 가능성에 대해 종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150이 넘어가면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스큐지수는 154다. 지금부터 3주 전인 지난달 24일에는 180으로 솟구쳤다. 두 달 전부터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180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지금은 이때보다 낮아졌지만 추세의 층위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형성돼 있다.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들어 올린 '가드'의 높이가 한층 더 올라갔다는 얘기다. 스큐지수의 수치에 내재된 '극단적인 폭락' 가능성은 대략 30일 내 실현을 상정한다. 스큐지수를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옵션의 잔존만기 대부분이 30일 안팎이기 때문이다. 예로 잔존만기가 20일인 근월물과 48일인 차근월물이 있다면 관련 만기의 옵션에 내재된 변동성(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을 소위 보간하는 방법을 통해 30일치를 구한다. 그렇다면 현재 옵션시장에서는 2월 중순 안에 폭락장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 그렇게 될까. 2. 2018년의 잔상 2018년 여름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2018년을 문두에 꺼낸 것은 당시와 현재 상황이 유사해서다. 2018년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주가 상승률이 19%가 넘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해의 이듬해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이나 규제 완화책, 인프라 투자 확대책을 반영한 결과다. 트럼프의 고율관세 공약은 '엄포'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듬해 경제도 좋았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 우려가 부담됐지만 강한 경제가 버텨주리라는 믿음이 더 컸다. 전형적으로 '우선 먹고 배아픈 건 나중에 생각하자'는 식의 장세였다. 2018년 스큐지수는 꾸역꾸역 고도롤 높여갔다. 당해 3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2018년 3월 하순 120이 채 안 됐던 스큐지수는 7월 150을 넘어서더니 8월 1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 달 뒤 급격한 시세 하락을 예상한 스큐지수의 경고는 적중했다. 9월 2900선을 기록했던 S&P500은 11월 2600대까지 하락해 10% 떨어졌고, 그 뒤 하락세를 재개해 12월 2300선까지 추가 하락했다. 석 달 만에 20%가 무너졌다. *S&P500은 2018년 1~2월 당시 10% 떨어져 조정 국면에 진입한 적이 있다. 주가 하락의 발단은 고용통계 호조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우려였다. 다만 그 떄 주가 하락은 빠른 시차를 두고 격렬하게 전개됐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변동성 하락 베팅 관련 상품(크레디트스위스의 VIX 선물 가격 역추종 상품<XIV>)가격이 붕괴해 시세 변동성을 증폭시킨 일이 있었다. 소위 '볼마게돈'으로 불리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스큐지수는 한 달 전 135를 넘어 시세 하락을 예고했었다. 3. 진짜 '오싹'할 떄는 스큐지수의 경보음이 격렬해지는 순간은 그 수치가 오히려 지금처럼 하락할 때다. 주가 하락이 시작하면 스큐지수 산출 대상에 있던 외가격 풋옵션 비중이 자연스레 작아져 스큐지수의 값은 하락한다. 흔히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는 주가가 떨어져야 그제서야 반응한다. VIX는 주로 ATM(등가격) 부근 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바탕으로 산출되기 떄문에 이미 멀찍이 있던 외가격에서 경보음을 낸 스큐지수보다 한발 늦다. ATM 옵션은 현재 주가와 행사가격이 '거의 같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당장 옵션시장의 주가 상승과 하락에 대한 '양방향 베팅' 상황을 보여준다. 스큐지수가 건물의 '화재감지기'라면 VIX는 화재가 난 뒤에 내부 온도를 보여주는 '온도계'와 같은 셈이다. '스큐지수의 하락→S&P500의 급락+VIX 급등'의 순서는 2018년 8월의 급락장에서도 동일하게 실현됐다. 최근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고 하락한 것은 주식시장이 이 패턴을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VIX는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24일 14를 기록했다가 현재 19.5로 올라선 상태다. 아직은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예고한다는 '20'을 넘어선 단계는 아니지만 방향성 자체가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P500도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에서 4% 떨어지는 등 상기의 연쇄 흐름에 동참한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스큐지수가 과거의 폭락장이나 거친 시세 흐름을 항상 예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지연 우려와 시장금리의 급등, 위안화 약세,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조만간 출범하게 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관세 염려 등 주가 하락을 시사하는 퍼즐들이 짜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시세 변동 위험이 현실화될 개연성을 높인다. 특히 위안화 약세의 파급력은 2015년 갑작스러운 평가절하나 2018년 중반 급격한 약세, 2019년 '7위안 돌파' 등의 사례를 통해서 목도한 바 있다. 옵션시장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재료들이다. 4. 실질금리의 중력장 1월 중순에 진입한 현재는 불안감이 들불처럼 번지기 쉬운 시기라는 점에서 스큐지수 경고에 담긴 의미를 배가시킨다. 과거 통계상 계절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의 초입이다. 페퍼스톤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VIX 추이를 월별로 평균해 연중 추이로 그려본 결과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연초에는 기관투자자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실행하거나 기존 포지션을 조정하고, 또 관련 기간에는 기업의 결산 보고가 맞물려 있어 시세가 각종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위험자산군의 시세를 주무르다시피하는 '실질금리'가 뜀박질을 재개한 점은 계절성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로 본 실질금리는 지난달 초순 1.89%에서 중순 2.25%로 급히 올라섰다가 이달 초 숨고르기를 거친 뒤 최근 7일여만에 2.32%로 '레벨업'했다. 지난달 초순부터보자면 한 달 만에 43bp가 오른 셈이다. 통상 장기국채의 명목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대게 인플레 전망을 반영해 상승한 결과여서 실질금리 상승폭은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실질금리 변동성이 작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43bp라는 상승폭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의 표현을 빌려쓰자면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터너(전환점)' 임박을 시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하트넷 전략가는 실질금리 2.5%를 주시해야 할 지점으로 꼽은 적이 있는데 2.5%에 도달하면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봤다. 2.5%는 2023년 10월 하순에 기록한 최근 10년 기준 전 고점에 해당한다. 당시 실질금리는 같은 해 7월 1.48%에서 2.5%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S&P500의 시세를 10% 떨어뜨린 배경이 됐다. 하트넷 전략가에 따르면 현재 실질금리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2%대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종전까지 주식시장의 시세가 어느 정도 방어가 됐던 것은 '강한 경제 펀더멘털이 실질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종전의 고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면 내성 역할을 해왔던 투자자들의 믿음에 균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봤다. 스큐지수의 급등과 급락이라는 전조가 보여준 경고는 실질금리 2.5% 돌파와 함께 현실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5-01-1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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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샤오훙수 열풍에 고무된 중국매체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이른바 미국의 '틱톡(TikTok) 난민'들이 대거 샤오훙수(小紅書)에 가입하는 현상이 지속되자 중국 매체들이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틱톡이 오는 19일부터 미국 내 서비스를 종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내 틱톡 유저들이 중국의 또 다른 SNS인 샤오훙수의 글로벌 버전 '레드노트(RedNote)' 앱을 다운로드해 신규회원으로 가입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데이터 조사기관인 센서타워의 조사에 따르면 1월 8일부터 14일까지 미국 내 사오훙수 앱 다운로드 건수는 전주에 비해 2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국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이 17일 전했다. 전년 대비로는 30배 증가했다. 이달 들어 샤오훙수의 다운로드량 중 22%가 미국에서 이뤄졌다. 이 수치는 전년 동기에는 2%에 불과했다. 미국 내 틱톡 난민들이 샤오훙수로 대거 이동하면서 샤오훙수의 다운로드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중국은행보험보는 이날 샤오훙수 앱은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이탈리아 등 87개 국가에서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39개 국가에서도 10위 이내의 수위권에 분포하고 있다. 특히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신규 가입자가 70만 명을 넘어섰다. 이같은 소식에 중국 증시에서는 샤오훙수 관련주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현재 샤오훙수는 글로벌 유저들을 위해 원클릭 번역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 샤오훙수 열풍이 이어지자 중국 매체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매체들은 미국이 2018년 이후 반중 정책 수위를 지속 높이고 있지만, 민간에서는 활발한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며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17일 환구시보는 논평기사에서 "미국의 많은 유저가 자신들을 틱톡 난민이라고 자칭하며 샤오훙수로 몰려들고 있고, 이는 뜻하지 않게 미중 양국 국민의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미국 유저의 후기를 보면, 이들은 낯선 중국어 플랫폼에 접속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했지만, 중국인의 친절한 응대에 놀라워했고, 중국인의 개방적인 태도에 경계를 풀게 됐다"며 "양국 네티즌의 교류 열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졌고, 대화 주제는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미국의 정치인들은 지속적으로 중국을 비방해 오고 갖가지 부정적인 표현을 쏟아내고 있지만, 양국 국민 간에는 교류 협력을 심화하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이어 "샤오훙수 현상이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수립할 때 좋은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SNS인 샤오훙수 자료사진 [사진=바이두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1-1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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