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염색체 연구 중요성 밝히는 기술
암세포 저항성 해결 도움…기대감 높아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암세포에 대한 표적 치료에 보다 강력한 항암제 개발을 위한 비밀을 국내 연구진이 발견했다. 이를 통해 암세포의 저항성을 줄여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홍석철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대표적 항암제인 시스플라틴의 작용원리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했다고 24일 밝혔다.
크로마틴 구조의 고정을 통한 시스플라틴의 항암 효과를 설명하는 물리적 모델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1.11.23 biggerthanseoul@newspim.com |
인체의 유전정보가 담긴 이중나선 DNA(디옥시리보핵산)는 모든 세포의 DNA를 일렬로 나열하면 지구를 250만 번이나 감을 수 있을 정도다. 다만 실제 DNA는 실패에 감긴 실처럼 단백질 복합체를 중심으로 이중나선이 감긴 크로마틴이라는 형태로 고도로 압축돼 눈에 보이지 않는 세포 내 작은 핵 속에 들어있다.
인체 내 세포의 성장과 사멸은 이같은 크로마틴 구조가 느슨해지고 팽팽해지는 가역적인 새단장(리모델링) 과정을 통해 조절된다. 이런 상황에서 시스플라틴이 마치 접착제(fixer)처럼 작용해 크로마틴의 변화를 막아 항암효과를 낸다는 사실이 이번에 새롭게 밝혀진 것이다.
연구팀은 세포 내에 존재하는 DNA는 대부분 크로마틴 형태로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크로마틴이 시스플라틴의 중요한 표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바탕으로 시스플라틴이 크로마틴과 결합했을 때 크로마틴의 물성 변화를 분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측정한 게 주효했다.
측정 결과, 용수철처럼 가역적으로 새단장(리모델링) 되는 크로마틴이 시스플라틴과 결합할 때 영구적으로 탄력성을 잃는 것이 확인됐다. 강하게 잡아당기는 물리적인 자극이나 고농도의 소금물 같은 화학적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는 것도 함께 알수 있었다.
이러한 크로마틴 변화를 분자 수준에서 실시간으로 포착할 수 있었던 것은 자성트위저 장비 덕분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자성트위저는 단일 생체 분자 물성 측정 및 제어를 위해 개발된 장비로, 자석 간 인력을 이용해 자석을 부착한 생체 분자에 힘을 가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자석에 의한 힘이 공간적으로 균일하고 안정성도 확보됐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항암제 연구와 다른 관점에서 시선을 끈다.
세포내 상태를 모사한 180 mM NaCl의 조건에서 시스플라틴을 크로마틴 분자에 반응시켰을 때, 크로마틴의 구조가 강력히 고정돼 물성이 완전히 변하는 것을 단분자 역학 제어 기법을 통해 직접적으로 관찰한 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 세포의 경우처럼 크로마틴 상에서 전사를 일으킬 때, 시스플라틴이 크로마틴에 결합해 전사의 효율을 크게 막아낸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렇다보니 시스플라틴이 크로마틴 결합을 통해 생명현상을 심각하게 교란할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줘 기존의 연구결과 대비 상용화에서도 차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홍석철 교수는 "이번 연구는 타깃으로 정한 항암제를 연구하는 가운데 염색체의 중요성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우세종으로 남는 암세포가 저항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데 이번 연구로 향후 암세포의 저항성을 줄이거나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직관을 주는 차원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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