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가족장 마치고 화장...유해는 연희동 자택 임시 안치
썰렁했던 빈소...이순자, 광주 언급없이 "남편 대신 사죄"
[서울=뉴스핌] 김승현 이지율 기자 = 고(故)전두환 전 대통령이 5일장을 마치고 영욕의 90년 삶을 마쳤다. 5·18 민주화 운동을 촉발시킨 당사자였지만 끝내 광주 시민과 국민들에 대한 직접적 사과없이 '한줌 재'로 돌아갔다.
전 전 대통령의 발인은 27일 오전 7시 30분부터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됐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발인이 진행되고 있다. 2021.11.27 yooksa@newspim.com |
전 전 대통령 부인인 이순자 씨는 "고통받은 분들께 남편 대신 사죄한다"고 밝히면서도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 씨는 유족 대표 발언을 통해 "돌이켜보니 남편이 공직에서 물러나시고 저희는 참 많은 일을 겪었다"며 "그럴 때마다 남편은 모든 것이 자신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고 말씀하시곤 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장례식을 마치면서 가족을 대신해 남편의 재임 중 고통을 받고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남편을 대신해 깊이 사죄를 드리고 싶다"며 "장례식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올린다"고 밝혔다.
발인이 이뤄진 장례식장 안팎에는 유투버들을 비롯한 지지자 약 300여명이 운집해 전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가장으로 진행되지 않은 데 대한 시위를 이어갔다.
70대로 추정되는 한 여성은 "나도 따라갈래"라고 울부짖으며 영정 사진을 뒤따르기도 했다. 영정 사진은 전 전 대통령의 손주인 장남 전재국 씨 아들이 들었다.
영결식에는 이순자 씨를 비롯한 유가족과 장세동 전 안기부장, 민정기 전 비서관, 허화평 전 의원, 이양우 변호사 등 5공 최측근들이 자리를 지켰다.
가족장으로 5일간 치러진 그의 장례식장은 대체로 쓸쓸했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등 여야 주요 대선 후보들이 모두 조문하지 않았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빈소를 찾지 않았다. 청와대는 조화도 보내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전씨의 사위였던 윤상현 의원을 비롯해 주호영, 박대출, 김석기 의원과 김기현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현역의원 5명이 조문했다.
이외에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이재오 전 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만이 빈소를 찾았다. 이들 외에는 전 전 대통령 시절 5공 인사들만 주로 조문했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등이 근조화환을 보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발인식이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됐다. 운구차가 장례식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2021.11.27 yooksa@newspim.com |
전 전 대통령은 육사 11기로 군 생활을 시작해 하나회를 결성한 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한 후 1979년 12·12 군사반란을 주도했다. 쿠데타에 성공한 그는 1980년 5·18 광주에서 일어난 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강제 진압하기도 했다.
퇴임 후 민주화가 이뤄지며 재판을 받게 됐고, 내란죄 등으로 사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화해와 용서'로 사면됐다.
그러나 끝내 518 민주화 운동에 사과하지 않았고, 사망하지 전까지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었다. 당시 광주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을 왜곡된 악의적인 주장이라 비방한 데 따른 것이다.
전 전 대통령의 유해는 세브란스 병원에서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으로 옮겨졌다. 그는 오전 10시부터 9번 화로에서 80여분간 생전 뜻에 따라 화장됐다.
전 전 대통령은 유족에게 북녘땅이 내려다 보이는 전방 지역에 묻히고 싶다는 뜻을 밝혔으나, 지자체 등과의 협의 등의 이유로 아직 장지가 정해지지 않았다. 그의 유해는 연희동 자택에 보관된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