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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당장 춥지만 않으면…", 개발 갈등에 소외된 쪽방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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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개발" vs. "민간개발" 갈등에 한파까지
"열악한 환경, 속히 개발돼야 하는데..."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개발이든 뭐든 전 잘 알지도 못하고, 당장 춥지만 않으면 좋겠습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주민 김청용(66) 씨는 "재개발 얘기가 오래 전부터 나왔는데, 집주인들은 민간개발하자고 하고, 주민들은 공공개발로 하자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영하 8도의 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28일 동자동 쪽방촌 골목에 들어서자 '공공주택사업환영'이라고 적힌 종이가 눈에 띄었다. 반면 골목 맞은편 4층짜리 건물에는 '신도시 투기세력 LH 공공개발 자격없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이날 찾은 동자동 쪽방촌의 한 건물에 공공주택사업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붙어 있다. 2021.12.29 parksj@newspim.com

동자동 쪽방촌은 민간개발이냐, 공공개발이냐를 두고 주민과 건물 소유주 등이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5일 '서울역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동자동 일대 4만7000㎡ 규모의 토지를 수용한 뒤 직접 개발해 2410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이다. '선(先)이주 선(善)순환'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통해 쪽방촌 주민들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공공개발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공공주택지구의 경우 공공임대 주택을 35% 이상 의무로 지어야 한다. 특히 동자동 쪽방촌 개발사업은 공공임대 비중이 50%로 예정돼 있다. 이에 비해 민간이 개발할 경우 임대주택 의무 비율은 서울시 조례상 15%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주택이 없이 임차인인 주민 상당수는 공공개발을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토지·건물 소유주들을 중심으로 헐값에 토지가 강제 수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정비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이들은 '서울역동자동주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지난 8월 26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자택 앞에서 공공개발 반대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였다. 또 지난 9월 6일에는 국토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택지지구 지정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달 3일 동자동 일대 주민대책위원회에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소집을 잠정적으로 연기하겠다고 밝히는 등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한해가 지나고 겨울이 찾아왔지만 여전한 갈등에 쪽방촌 주민들은 어느 때보다도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이날 주민들 대다수가 개발은 남의 일이라고 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개발보다는 당장의 추위가 걱정이라는 것이다. 주민들은 겨울나기가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28일 찾은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한 쪽방 건물 내부 모습. 2021.12.29 parksj@newspim.com

약 10년 전 가족과 이별한 뒤 동자동 쪽방촌에 터를 잡았다는 김 씨에게도 개발은 '남일'이다. 그는 "식당을 운영하다 망한 뒤 가정에도 문제가 생겼다"며 "새집이 생기면 좋겠지만 이제는 기대도 안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당장 올겨울을 무사히 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는 "이 나이 먹고 가족들에게 연락해봤자 소용없다. 조용히 살다 죽는 게 낫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주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저마다 한파와 싸우느라 '전쟁'을 치르고 있다. 골목 한쪽 계단에서 안주도 없이 소주를 마시던 이병호(62) 씨는 "추워도 집 안에 있기 답답해서 나왔다"며 "사람 사는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이씨의 손은 퉁퉁 부어 갈라져 있었고, 술을 마시기 위해 마스크를 내리자 콧물은 이미 콧수염과 엉켜 얼어 있었다.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5층짜리 한 쪽방 건물 3층에 있는 박모(65) 씨의 방 안에 들어서자 냉기가 가득했다. 2평 남짓 불과한 방 안에서 박 씨는 패딩 점퍼를 껴입고 있었다. 박 씨는 "전기매트 장판 안에 전기로 작동하는 온열매트가 깔려 있지만 한쪽이 고장 나 절반밖에 켜지지 않았다. 그는 "안 그래도 좁은데 잘 때는 한 쪽에 붙어서 잔다"고 했다.

이 건물 2층 복도는 창문도 없어 바람이 그대로 들어왔다. 임시방편으로 비닐을 씌웠지만 강한 바람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골목 곳곳에는 담배를 피우러 나온 주민들이 보였다. 옷을 4~5겹씩 껴입고 일부는 털모자까지 쓰고 있었다. 이들은 집 안이나 바깥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28일 만난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한 쪽방촌 주민. 난방이 잘 되지 않아 실내에서도 패딩 점퍼를 껴입고 있다. 2021.12.29 parksj@newspim.com

일부 주민들은 민간개발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 김모(69) 씨는 "공공개발 한다더니 언제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여기서는 사람 사는 게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김씨는 "여기는 보일러도 안 되는 집이 많은데 집주인들은 지금도 한 달에 수백, 수천만원씩 벌고 있다"고 했다.

이에 반해 건물주들은 개발은 해야 하지만 민간에서 해야 한다고 맞섰다. 오정자 서울역동자동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민간개발해도 주민을 위한 공공임대 사업 등이 가능하다"며 "현재 국토부의 공공개발은 재산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오 위원장은 "주민들이 열악하게 살고 있는데 하루빨리 개발해야 하는 건 맞다"며 "개발방식을 두고 대치하는 상황이 길어질수록 열악한 환경에 그만큼 노출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실적으로 무엇이 옳은지 판단해 하루빨리 개발을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parksj@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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