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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삼프로에게 듣는다]①주연화 "옥석 더 가려진다"

기사입력 : 2022년01월18일 17:26

최종수정 : 2022년01월18일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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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술계 20년 누벼온 주교수
"작품별 가격차 더 벌어질 것"
"유럽·미국 주도 현대미술, 亞 곧 패권 쥔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편집위원= 이른바 '불장'이라 불렸던 2021년에 이어 세계 미술시장은 올해도 호황이 예상된다. 글로벌 미술계를 리드하는 하우저앤워스, 가고시안, 페이스, 데이비드즈워너, 화이트큐브 등의 메가 갤러리들은 연초부터 야심찬 기획전을 쏟아내며 2022년 전시스케줄을 공표했다. 기존 프로그램과는 전혀 궤를 달리 하는 혁신적인 프로그램으로 지구촌 컬렉터들을 빨아들인다는 전략이다.

경매회사들도 이에 질세라 전열을 다지고 있다. 소더비 경매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매출인 73억달러(한화 8조7000억원)를 달성하며, 크리스티 경매(71억달러, 8조5000억원)를 2위로 밀어낸바 있다. 소더비와 크리스티는 올해를 신규 컬렉터및 MZ세대 컬렉터를 더욱 확실히 유인하는 해로 삼고, 다채로운 전략을 수립했다. 이와함께 온라인경매와 NFT디지털아트 부문을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세계 미술시장에 호황의 새 시대가 왔듯 한국 미술시장 또한 예전의 시장이 아니다. 바야흐로 아트컬렉션에 '전쟁'이 시작됐다. IT와 벤처, 주식및 부동산으로 유동성 자금을 확보한 슈퍼리치들은 미술품을 투자대상으로 보고 매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소득의 MZ세대 또한 블루칩 작품 투자에 팔을 걷어부쳤다. 미술시장에 이처럼 신규 컬렉터가 대거 유입되며 올해도 뜨거운 호황이 예고된다. 그러나 한국 미술시장의 토대는 아직 허약하다. 1월초 화랑과 경매사간 갈등이 불거져 나왔고, 외국 유력 갤러리의 잇딴 서울지점 개설로 화랑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제 막 미술품 수집에 발을 들여놓은 컬렉터들은 변화무쌍한 아트마켓이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증이 날로 커져간다.

이에 뉴스핌은 국내 미술계를 대표하는 3인의 전문가에게 한국 아트마켓의 현황과 전망을 들어보는 '미술 삼프로에게 듣는다'를 기획했다. 그 첫번 째로 아라리오갤러리와 갤러리현대의 디렉터로 20여년간 글로벌 미술계를 누벼온 주연화 교수(홍익대학교)를 만나, 호황의 미술시장을 진단하고, 향후 트렌드를 예측해봤다.

[서울=뉴스핌]이영란 기자=국내외 미술시장에서 20년간 활약하고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주연화 교수. 아트마켓에서는 모든 작품이 다 오르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옥석을 가려 수집할 것을 권했다. [사진=뉴스핌 DB] 2022.1.18 art29@newspim.com

미술시장 전문가로서 최근과 같은 호황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일각에선 벌써 거품론도 나온다.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호황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호황이 이어졌다. 특히 2006년과 2007년의 미술시장 열기는 대단했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로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 등이 파산하며 미술시장이 곤두박질쳤다. 한국도 빠르게 시장이 얼어붙으며 작품값이 급락했다. 그러다 2012년부터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성장으로 점차 회복됐고, 2017년 중국이 성장의 고삐를 죄면서 살짝 조정을 받긴 했으나 완연한 호조세로 돌아섰다. 특히 근래들어 핀테크, 온라인 비즈니스, 가상화폐 투자 등을 통해 부를 축적한 신흥부자들이 등장하고, 유명 인플루언서들의 미술투자도 늘며 장이 뜨거워졌다. 이 흐름을 주목한 젊은 부유층이 가세하며 시장의 사이즈가 갑자기 커졌다. 코로나팬데믹으로 가로막혔던 시장이 다시 풀리며 '불시장'이라 불러도 될정도다. 지난해 내 주변의 갤러리스트들은 모두 엄청난 수요에 바쁜 한해를 보냈다. 그런데 2007년에 유입된 고객들은 자신의 취향과는 상관없이 묻지마식 투기(스페큘레이션)를 했다. 하지만 요즘 신규 컬렉터들은 다르다. 과거의 묻지마식 투자는 이제 더 이상 없다. 외국어에 능통하고 한결 스마트해진 20~40 컬렉터들은 본인의 취향도 분명하고, 공부도 많이 한다. 물론 정보력도 대단하다. 때문에 미술시장 호황은 적어도 2,3년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문제는 주식 및 부동산시장, 금리인상 등 아트마켓 외적 시장요인을 잘 살피며 대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신규 컬렉터가 모두 현명한 투자를 하는 건 아닐텐데. 물론 예외도 있다. 별로 신통치않은 작가인 데도 '투자메리트가 있다'는 잘못된 정보를 듣고, 작품을 허겁지겁 구매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믿을만한 갤러리나 딜러로부터 작품을 사면 그렇지 않을텐데 안타깝다. 외국의 애매(?)한 갤러리와 직거래를 하며 가짜작품을 사들여 속을 끓이는 고객도 봤다. 도처에 수상한 꾼들이 널려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요즘 신규로 편입된 컬렉터들은 대부분 실력이 만만찮아 당하는 예는 많지 않다. 이들은 자금력도 탄탄해 호황을 견인할 것으로 예측된다. 작품별, 작가별로 약간의 숨고르기가 있을 수 있겠으나 시장사이즈가 확연히 커져 그 폭은 작을 거라 본다. 국내 뿐아니라 전세계 마켓이 공히 호황인 점도 활황세를 유지하게 할 요인이다. 단 급격하게 거품이 낀 작품, 국내 시장에 국한된 '안방용 작품'은 가격이 빠질 수도 있다. 그렇지 않은 작품은 가격이 더욱 오를 것이다. 옥석이 확실히 가려진다는 얘기다.

글로벌 미술시장의 최근 20년간 두드러진 변화를 요약한다면? 10년, 20년 후는 어떻게 예측하나? 극단의 자본주의, 세대의 전환, 디지털의 확장과 동시에 아날로그에 대한 열망, 이를 '피지털'이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아트마켓은 현재 물리적 세계와 비물질적 세계, 오프라인과 온라인,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 중이다. 그 가운데 디지털 공간에서 미술을 전시하고, 소유하고, 유통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들이 더욱 확장될 것이다. NFT아트와 메타버스는 거스를 수 없는 마켓이 될 거라 본다. 양극화 현상도 커질 것이다. 모든 작품이 공평하게 가격이 오르는 현상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 그러니 살 때 잘 사야 한다.

[서울=뉴스핌]이영란 기자=주연화 교수가 아라리오 총괄디렉터로 재직하며 선보인 인도네시아 작가 에코 누그르호의 자수회화 'A Pot Full of Peace Spells'. [사진=아라리오갤러리] 2022.1.18 art29@newspim.com

한국미술계에서 20년간 글로벌 마켓을 최전선에서 두루 경험한 전문가로 꼽힌다. 아트마켓에 들어온 계기는.대학시절 전공은 철학이었다. 딱딱한 철학강의만 듣다가 우연히 수강한 미술사 수업에 흠뻑 매료돼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 그리곤 유학을 준비했는데 지도교수 추천으로 천안의 한 갤러리(아라리오)로 면접을 보러갔다. 취업할 생각은 없었으나 천안 거리에 키스 해링, 데미안 허스트 같은 유명작가의 대단한 조각들이 놓여있는 걸 보고 마음을 바꿨다. 그리곤 초짜 큐레이터임에도 저돌적으로 일했다. 밤새 일 생각을 거듭하다가 새벽 5시에 출근할 정도로 일중독이었다. 나를 뽑았던 김창일 아라리오그룹 회장은 해외출장마다 데리고 다니며 일을 배우게 했다. 김 회장은 '천안을 뉴욕으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을 갖고, 각국의 중요한 현대미술품을 컬렉션했다. 가고시안, 화이트큐브 같은 톱 갤러리의 거물딜러, 세계적인 작가들과 일했으니 내게는 더없이 값진 경험이자 훈련이었다. 물론 고생도 무지하게 했다.

미술품 투자자를 감상이 주목적인 경우, 즐기면서 투자수익도 기대하는 경우, 투자가 목적인 경우로 분류했다. 과거에는 감상과 향유가 주목적이었다. 미술품을 재판매(리세일)해 수익을 거둔다는 개념도 별로 없었고, 재판매할 수 있는 채널도 많지 않았다. 수집을 위한 수집, 곧 진정한 컬렉터들의 시대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재판매 채널이 크게 증가해 누구나 리세일과 수익창출이 가능해졌다. 이에 작품감상을 즐기면서 투자수익도 기대하는 컬렉터들이 크게 증가했다. 시장이 호황일 때는 오로지 투자만 목표로 하는 그룹이 급등하는데, 이들은 컬렉터라기 보다 '트레이더'이다. 투기 목적의 고객은 시장이 안 좋아지면 가장 먼저 작품을 손절하고 빠져나간다. 작품을 내던지듯 하고 등을 돌리는 단타족들로 인해 시장이 다소 출렁일 소지도 없지 않다.

신규로 시장에 진입한 MZ세대, IT및 금융계 고객은 기존 고객과 어떻게 다른가? MZ세대와 IT및 금융계 고객을 동일시할 수는 없다. MZ세대는 정보취득력이 좋고, 취향도 분명하다. 예산이 되고, 마음에 드는 작품이 나타나면 주저없이 구매한다. 하지만 중장년 고객보다 작품을 보유하는 기간은 현저히 짧다. 2021년 UBS리포트에 따르면 현재 MZ세대의 평균 작품보유기간은 3-4년에 불과하다. 한편 IT계 컬렉터들은 온라인 세일을 즐기고, NFT아트 같은 새로운 형태의 작품에 관심이 많다. 그렇다고 이들이 디지털 아트만 구입하는 건 아니다. 해외의 거물급 IT컬렉터 중에는 자코메티 조각같은 최고의 블루칩에 거침없이 투자하는 이들도 있다.

시각예술 부문을 정책적으로 육성해온 영국이 전통의 미술강국 프랑스를 눌렀다. 영국 현대미술이 한동안 강세였다가 최근엔 프랑스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중심은 언제든 이동하는 법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중국 최고의 예술시장인 상하이에서 8년간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예측하자면 영국-독일-미국에서 이제는 아시아 작가로 판도가 이동 중이다. 한국 컬렉터들이 반드시 주목해야 할 트렌드다.

아시아 미술시장에서 중국미술과 일본미술,한국미술이 차지하는 비중과 특징은?중국이 대부분, 그리고 일본, 인도 순이다. 이들은 글로벌 시장이다. 물론 중국 작품 중 상당수는 '내수용 작품'이지만 워낙 로컬시장의 사이즈가 커서 글로벌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반면에 한국은 가능하면 글로벌로 나가야 하는데 여전히 국내마켓에 안주하는 '로컬형 작품'이 많다. 이를 뚫는 게 관건이고, 결국은 작가와 화랑에 달렸다. 국내용 작품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반짝하고 값이 오를지 모르나 5~10년 이후까지 인기가 계속 유지되긴 힘들 것이다.

베이징과 상하이의 미술현장을 수년간 경험하며 그 특징을 연구했다. 중국 미술시장은 글로벌 넘버1이 될 수 있을까? 최근 NFT아트의 주요 구매자들은 대부분 아사아계 핀테크 거부들이고, 이들은 화교다. 크리스티와 소더비, 필립스경매를 통해 NFT아트를 구매한 아시아계 거부들은 이제 쟈코메티, 앤디 워홀, 게르하르트 리히터같은 '웨스턴 아트'를 사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톱 갤러리들은 홍콩과 상하이에 지점을 열거나 현지인력을 기용해 중국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부는 서울에 지점을 내고 있다. 크리스티, 소더비의 딜러들도 아시아를 수시로 찾아 신흥부호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바쁘다. 20세기 초중반 유럽에서 미국으로 시장이 넘어왔듯, 이제 아시아로 그 흐름이 움직이고 있다. 시장적 측면에선 중국이 '글로벌 넘버1'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이미 마켓의 축이 중국으로 옮겨왔다. 하지만 국제적 수준의 미술관, 갤러리, 작가, 기획자, 비평, 아카데미가 여전히 부족하고, 미술계 전반의 컨텐츠 수준이 떨어져 '진정한 넘버1'이라 하기엔 곤란하다. 내용적 측면에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요즘 한국에서도 쿠사마 야요이 열풍이 대단하고, 나라 요시토모, MR 등 일본 작가 작품의 인기가 엄청나다. 또 이즈미 카토, 수수무 카미조 같은 젊은 작가 작품도 날개 돋힌듯 팔린다. 왜 인기일까? 두가지 측면을 봐야 한다. 아시아에서 가장 글로벌하게 알려진 블루칩 작가는 다카시 무라카미, 쿠사마 야요이, 나라 요시토모가 꼽힌다. 그런데 무라카미와 요시토모에 비해 쿠사마의 작품값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미술사적 가치를 보면 쿠사마가 결코 뒤지지 않는데도 말이다. 아니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쿠사마 작품의 미술사적 가치, 미학적 가치가 한동안 저평가됐기에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두번째로는 젊은 세대들이 미술시장에 많이 들어온 것도 이유라 하겠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고 자란 세대이기에 일본의 감각적인 현대미술을 저항감 없이 받아들인다. 이들은 쉽고, 직관적인 작품을 좋아하고, 맘에만 들면 주저없이 사들이는 경향이 있다.

NFT아트가 부상 중이다. 일부 문제도 있으나 확산이 예고되는데. 블록체인은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기술이다. 이에 기반한 디지털 이미지의 NFT화는 지적 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수단이어서 앞으로 확장될 것이 틀림없다. 물론 문제점도 있다. 과도한 가격상승이라든가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NFT아트를 유통하는 업체의 등장이 그 것이다. 그러나 도도한 흐름은 벌써 시작됐다. 누구도 거스릴 수 없고, 실력있는 프론티어들이 디지털 아트마켓을 장악할 것이다.

[서울=뉴스핌]이영란 기자=전위적인 퍼포먼스 페인팅 작업으로 국제미술계에서 각광받으며 최근 글로벌 톱갤러리와 전속계약을 체결한 이건용의 2020년 작품 'Bodyscape 76-1-2020', 캔버스에 아크릴릭, 152x171.5cm [사진=갤러리현대] 2022.1.18 art29@newspim.com

개인적인 스토리도 궁금하다. 20년 현장경험 중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기억나는 순간들이 많다. 우선 2005년 런던에서 아라리오 베이징의 개관을 알리는 이벤트를 열었던 때가 생각난다. 베이징에서 대형 창고건물을 개조해 현대미술 갤러리로 만들었는데 그 과정을 독립영화처럼 찍은 후, 런던의 미술계 인사들을 모아놓고 맥주파티를 하며 공개했다. 그러자 런던 바닥에 아라리오 베이징에 대한 이야기가 삽시간에 퍼졌다. 색다른 홍보로 첫 출발을 효과적으로 알린 것이다. 2011년에는 갤러리현대 기획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간의 경험을 살려 외국 미술관 공략과 해외 아트페어 진출에 주력했다. 2012년 갤러리현대는 '프리즈 뉴욕'(아트페어)에 처음 참가했는데 이 때 실험미술가 이승택의 작품(1959년작)을 아주 특색있게 전시해 영국 테이트미술관에 판매했다. 그러자 테이트의 이사진(보드멤버)과 슈퍼컬렉터들이 앞다퉈 이승택 작품을 샀다. 페어에 나온 작품 10여점이 대부분 팔렸다. 정말 짜릿했다. 개인적으로 외국의 정상급 미술관에 작품을 판매한 첫 경험이었고, 이승택 작가로서도 해외 미술관과 세계적 컬렉터에게 작품을 판매한 첫 사례였다. 2014년 중국에서의 일도 기억에 남는다. 아라리오가 중국 베이징에서 대규모로 운영하던 갤러리가 적자누적 등으로 철수가 결정된 때였다. 현지로 발령받은 나는 베이징에 있던 아라리오의 본거지를 상하이로 옮길 것을 회사에 제안했다. 힘들게 개척했던 중국에서의 기반과 평판을 허무하게 잃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상하이에 새 화랑을 만들면서 아라리오는 글로벌 아트마켓의 최전선에 설 수 있게 됐고, 국제경쟁력도 다지게 됐다. 나 자신도 상하이에 체류하며 중국미술의 잠재력과 역동성을 속속들이 경험할 수 있었다. 지난해 신뢰할만한 중국 사업가의 투자까지 받아내 곧 상하이 웨스트번드에 최신의 아라리오상하이가 문을 열고 신사업을 전개한다.

시장전문가로 그치지 않고 대학강단에도 서게 됐다. 미술관 학예사를 생각하고 미술계에 들어왔는데 시장전문가가 됐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실무자를 뛰어넘어, 시장 전체를 분석하고 비전을 제시하고 싶어 학업을 병행하게 됐다. 20년간 경험한 미술시장의 경험과 인사이트를 후배들과 공유하고 싶었는데, 박사학위를 받고 홍익대학교에서 강의하게 됐다. 현장업무도 흥미롭지만, 올해부터는 연구와 강의에 집중하려 한다. 지난 20년동안 해외프로젝트와 아트페어 참가를 위해 외국에 머무는 날이 더 많았다. 한 달에 대여섯 번씩 여행가방을 쌌다, 풀었다 한 적도 있다.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좀 더 넓은 세계에 도전하고, 많은 후배들을 기르고자 한다. 물론 미술경영이라는 학문은 실용학문이기에 현장을 늘 주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단에 서면서도 현장과의 끈은 놓지 않을 것이다.

미술시장을 정확히 꿰뚫어 보려면 미술사를 알아야 하는데. 이론의 중요성은 우리가 역사를 배워야 하는 것은 현재를 이해하고,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다. 미술품은 '상품'이 아니다. 미술품이 지닌 복합적인 가치들, 즉 미술사적 가치, 미학적 가치, 경제적 가치 등이 입체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미술사적 가치를 모른다면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살필 수 없게 된다.

국내외에서 롤모델이 될만한 컬렉터를 지근거리에서 많이 접했을 것이다. 그들의 특징은? 작가가 그 작품을 만든 심리와 컨셉을 정확히 읽어낼 줄 안다. 그리고 다양한 작품들을 정말 끝없이 보고, 공부도 줄기차게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잘 아는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이 바로 그런 예다. 말레이시아의 컬렉터 아즈만도 좋아한다. 열정적인 수집가인 이즈만은 자신의 취향이 분명하고, 일반 대중과 작품을 공유하려 한다. 필리핀의 컬렉터 폴리노도 롤모델이다. 그는 아트페어 때마다 "우리 필리핀 작가 작품 없느냐?"고 묻는다. 한국의 슈퍼컬렉터들도 해외 갤러리를 찾아다니며 같은 질문을 계속 던진다면 유수의 갤러리들이 한국 작품을 소개할 것이다. 그런 컬렉터를 보고 싶다.

당신도 개인적으로 컬렉션을 하고 있는가. 어떤 작품인지 귀뜸해달라. 자연스럽게 조금씩 사왔다. 끌리는 작품을 주로 샀는데, 가끔 안사곤 못 베길 작품을 만나곤 한다. 그동안 고객의 컬렉션만 신경 써왔는데 앞으론 나의 컬렉션도 방향성을 만들고 싶다. 정강자의 1970년대 강렬한 자화상, 김순기의 타겟 페인팅, 이우환의 1980년대 '바람', 케이지 우에마츠의 1970년대 사진, 이건용의 페인팅 등 나름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작품들을 모았다. 미술사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 게 컬렉션에서도 나타난다. 앞으로도 의미있는 작품들을 가능한 범위에서 꾸준히 수집할 것이다.

#주연화 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와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글로벌MBA, 서울대학교에서 미술경영 박사를 취득했다. 갤러리현대 기획실장, 아라리오갤러리 한국 중국 총괄디렉터, 아라리오상하이 법인장을 역임했고, 독일국가브랜드혁신회의 방문연구원으로 활동했다. 2019년 코로나로 귀국한 후 아라리오 총괄디렉터로 활약했고 현재는 아라리오갤러리 고문이자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문화예술경영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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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빛섬 '청년 버스킹'... "분위기 만점 음악 즐겼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와이스 맨 세이, 온리 훌스 러브 인, 밧 아이 캔 헬프, 폴링 인 러브 위드 유." 바람 부는 한강에 엘비스 프레슬리의 대표곡 '캔 헬프 폴링 인 러브(Can't help falling in love)'가 울려 퍼졌다. 제3회 싱어송라이터선발대회 '히든스테이지'에서 대상을 수상한 김마누는 맨 처음으로 무대에 올라 매력적인 중저음으로 마치 엘비스 프레슬리가 환생한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히든스테이지 시즌3 TOP10' 무화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세빛섬 야외무대에서 감엔터테인먼트 주최로 열린 '2025 한강 청년 버스킹 축제'에서 라이브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mironj19@newspim.com 2025.10.18  18일 오후 1시, 반포 한강공원 세빛섬에서는 감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하고 서울특별시가 후원한 '2025 한강 청년 버스킹 축제'가 화려한 막을 올렸다. 가을비가 그치고 다소 바람이 불어 쌀쌀함이 느껴지는 날씨였지만 청년 뮤지션들의 음악을 향한 열정과 가을을 즐기러 나온 시민들의 열정을 막지 못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히든스테이지 시즌3 TOP10' 오춘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세빛섬 야외무대에서 감엔터테인먼트 주최로 열린 '2025 한강 청년 버스킹 축제'에서 라이브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2025.10.18 mironj19@newspim.com 삼삼오오 야외공연장에 모여든 시민들은 돗자리를 펴고 앉거나 따뜻한 커피를 손에 들고 다양한 음악을 구사하는 청년 뮤지션들의 공연을 즐겼다. 버스킹 축제의 문을 연 김마누는 "바람이 불었지만 이런 날의 매력이 있다. 오늘은 조금은 추워서 셋 리스트를 따스한 곡으로 바꿨는데 다들 따뜻하게 들어주신 것 같아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혼성듀오 섬과 도시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세빛섬 야외무대에서 감엔터테인먼트 주최로 열린 '2025 한강 청년 버스킹 축제'에서 라이브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2025.10.18 mironj19@newspim.com  김마누의 무대가 끝나자 '히든스테이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밴드 '오춘'이 무대를 이어받았다. '깊을 오(奧), 봄 춘(春)'. 이름처럼 따뜻하고 깊은 감성을 전하는 팀이다. 대학 동기들과 군악대 인연으로 구성된 이 밴드는 "이 팀으로 경연이 아닌 야외 공연은 처음"이라며 "추운 날씨에 손이 어는 느낌도 들기도 했지만 그걸 제외하면 만족스러운 무대였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무대는 나린과 수피(루키상), 유구름으로 이어졌다. '히든스테이지' 톱 10에 올랐던 5인조 아카펠라 팀인 나린은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데몬헌터스'의 주제가인 '골든'을 아카펠라로 편곡해 불러서 관객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용인에서 친구들과 함께 축제를 찾은 10대 여성관객인 B씨는 "아는 분들이랑 한강에 놀러왔다가 우연히 축제를 보고 신기해서 구경하게 됐다"며 "오춘이 나올 때부터 봤는데 다들 너무 잘했다. 특히 나린의 '골든'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2025 한강 청년 버스킹' 무대를 찾은 가족 관객이 포토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2025.10.18 mironj19@newspim.com  의정부에서 왔다는 20대 여성 A씨도 "드럼 선생님이 경연에서 상을 받으셨다고 해서 공연을 보러 왔다"며 "날씨가 춥긴 하지만 노래를 듣다보니 마음이 따뜻해졌다"면서 미소 지었다. '히든스테이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유정이 선배가수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를 부르자 관객들은 가을이 무르익은 한강과 너무 잘어울리는 무대라면서 환호했다. 성해빈, 박은희의 혼성 듀오인 '섬과 도시', '히든스테이지'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무화, 톱 10에 올랐던 널디나, 김지신 등의 무대도 저마다 개성이 넘쳤다. 이날 무대에는 '김루꾸 재즈밴드'도 참여해 뉴올리언스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재즈 선율로 축제의 밤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각종 재즈 페스티벌과 공연 무대에서 50여 차례 이상 활약한 실력파 밴드답게, 세빛섬의 공기를 따뜻하게 물들였다. 발라드와 R&B, 재즈, 포크는 물론 록과 아카펠라까지 다양한 음악을 구사하는 청년 뮤지션들은 바람부는 한강에서 K-팝의 미래를 펼쳐보였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히든스테이지 시즌3 TOP10' 널디나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세빛섬 야외무대에서 감엔터테인먼트 주최로 열린 '2025 한강 청년 버스킹 축제'에서 라이브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2025.10.18 mironj19@newspim.com  이날 공연장 한쪽에는 관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 부스도 마련됐다. '서울의 향을 찾아서'라는 이름의 향수 체험 코너에서는 선유·도산·연희·성수·삼청·후암·도화·낙원 등 서울의 대표 지역을 모티브로 한 향을 시향할 수 있었다. 시민들은 자신이 고른 향에 원하는 향료를 섞어 '나만의 향수'를 완성하며 추억을 남겼다. 또 '한강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가족과 연인도 자주 눈에 띄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히든스테이지 시즌3 TOP10' 널디나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세빛섬 야외무대에서 감엔터테인먼트 주최로 열린 '2025 한강 청년 버스킹 축제'에서 라이브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2025.10.18 mironj19@newspim.com 서울에서 가족과 산책 중 우연히 들렀다는 30대 남성 C씨는 "길을 걷다 들렀는데 노래가 너무 좋아서 자리를 잡았다"며 "향수 체험도 정말 좋았다. 무대와 체험 둘 다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내는 조금 추워했지만 그 추위마저 분위기 같았다"고 웃어 보였다. 4시간에 걸쳐 진행된 '2025 한강 청년 버스킹'을 주최한 감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야외공연장을 찾은 시민들이 청년 뮤지션들 덕분에 수준 높은 음악을 만끽할 수 있었다"면서 "가을 한강을 배경으로 버스킹 공연과 이벤트가 잘 어우러진 축제였다"고 말했다.  oks34@newspim.com   2025-10-1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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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현, 감독 데뷔작 CGV 단독 개봉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가수와 배우로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 온 이정현이 영화감독으로 데뷔한다. CGV는 17일 이정현의 첫 연출작이자 주연작인 단편 영화 '꽃놀이 간다'(Toe-Tapping Tunes)가 오는 10월 22일 CGV에서 단독 개봉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이정현이 주연 및 감독을 맡은 영화 '꽃놀이 간다'. [사진= 필름다빈] 2025.10.17 oks34@newspim.com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섹션에 공식 초청됐던 화제작 '꽃놀이 간다'는 이정현이 감독·각본·주연을 모두 맡아 배우로서 쌓아 온 감정의 깊이를 스크린 뒤의 시선으로 옮겨냈다. 사회적으로 소외당하는 약자들을 소재로 한 영화다. 말기 암 환자인 엄마와 살고 있는 수미(이정현)는 밀린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자진해서 병원에서 쫓겨나 어머니를 돌보기 시작한다. 1억 5000만 원짜리 집에 산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어떠한 정책적 지원도 받지 못하는 두 모녀. 점점 위독해지는 엄마의 상태에도 불구하고, 꽃놀이 관광 포스터를 본 수미는 엄마가 다시 일어나 꽃놀이를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꽃놀이 관광을 약속한다. 영화 '꽃놀이 간다'는 감독 이정현의 자전적인 경험도 녹여냈다. 이정현은 "어머니께서 3년 전 암으로 돌아가셨다"면서 "마지막 항암 치료를 받으실 때 그렇게 꽃놀이를 가고 싶어하셨는데, 저는 이해를 못해 싸운 적도 있다' 두고두고 후회가 남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정현의 안타까움이 반영 되어서인지 딸의 애처로운 희망을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담아낸다. '꽃놀이 간다'는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제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제18회 여성인권영화제, 제26회 제주여성영화제 등 국내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어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최근 이정현 감독은 추석 특집 KBS '불후의 명곡'에 출연해 '꽃놀이 간다'의 개봉 소식을 전했다. 이어 KBS '편스토랑',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 등 다양한 예능 및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감독으로서의 새로운 도전과 작품에 담긴 진심을 직접 전한다. oks34@newspim.com 2025-10-1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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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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