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비자물가 3.1% 전망
2012년 4월 이후 첫 '3%대'
경제성장률은 3.0%로 유지
국제유가·우크라 사태 변수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2.0%에서 3.1%로 상향 조정하고 나섰다. 연초부터 국제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10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한은은 24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1%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기존 전망치인 2.0% 보다 1.1%포인트(p)나 높은 수준이다. 한은이 당해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대로 내놓은 것은 2012년 4월 3.2%(2012년 상승률 전망치)가 마지막이다.
예상대로 물가가 3%를 넘을 경우 2011년(4.0%)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3%를 넘게 된다. 내년 물가는 종전 1.7%에서 2.0%로 상향 전망했다. 올해 상반기에 물가가 3.5%로 오르다가 하반기에는 2.7%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이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3%대로 올려 잡은 것은 지난해 10월(3.2%), 11월(3.8%), 12월(3.6%)에 이어 또 3%를 넘어선 올해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3.6%)과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한 최근 국제 유가, 여전한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 등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는 에너지·원자재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병목 등의 영향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지난해 수준을 상당폭 상회하는 3%대 초반을 나타낼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물가는 앞으로 더 오를 것이란 우려가 크다. 계절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 농식품류와 일시적 외부 충격으로 가격 등락이 심한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폭도 10년래 최대치다. 1월 근원물가는 2012년 2월 이후 10년 만에 3.0%가 상승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 근원물가 상승률은 1.8%였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확대한 점을 고려해서 물가 상승률을 상향했다"며 "이 사태가 어떻게 진전될지가 물가 상방 요인 중 가장 두드러진 요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
물가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올해 경제성장률을 3.0%로 전망하며 지난해 11월 전망치를 유지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2.5%로 예상했다. 수출 호조, 펜트업 소비 가능성, 재정정책 지원 효과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감염병 재확산,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민간소비도 감염병 확산으로 주춤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오미크론이 2~3월 정점을 기록하고 이후 급락하는 패턴이 나타날 것으로 보여 방역조치가 완화되고 추경이 집행되면 소비 진작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도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며 "경기침체 상황을 전제로 해야 하는데, 최근에 물가오름세가 높지만 성장 흐름을 보면 수출호조, 소비의 기조적인 회복에 힘입어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에도 잠재수준을 웃도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시장에선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성장률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면서 물가와 성장률을 재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해서는 지금 같은 높은 긴장 강도가 지속될 것이라 전제한 것으로, 전면전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 전면전이 일어나거나 제제를 강하게 하면 원자재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교역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성장률을 낮추고, 물가는 더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