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코믹이요? 신나게 했죠. 나를 다 열어놓고 보여주는 연기를 하는 게 되게 즐거운 일이더라고요."
JTBC '부부의 세계'에서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는 대사를 외치며 불륜남으로 공분을 샀던 배우 박해준이 약 2년 만에 국내 OTT 티빙의 '아직 최선을 다 하지 않았을 뿐(아직 최선)'으로 단독 주연을 맡았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박해준 [사진=티빙] 2022.03.08 alice09@newspim.com |
"제 단독 주연작이라고는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김갑수 선배와 딸로 나온 정연 씨가 실질적인 주인공이죠(웃음). 아무래도 촬영 분량이 많아서 현장에 오래 있었는데 쉽진 않더라고요. 저 만큼이나 다른 분들도 피곤한데, 작품에 임하면서 많은 책임감을 느꼈어요. 또 작품을 끌고 나가야 한다는 부분에 대한 부담도 있었고요. 힘들긴 했지만 현장에서 즐겁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바로 전작에서 박해준은 김희애(지선우 역)의 남편이자, 한소희(여다경 역)와 불륜을 저지르는 이태오 역을 맡았다. 전작에 비해 이번 작품은 44춘기 자발적 백수가 웹툰 작가의 꿈을 안고 자신만의 속도로 '갓생'에 도전하는 남금필로 분해 변신을 꾀했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 있어서 캐릭터를 가두고 택하진 않아요. 전체적으로 작품이 할 가치가 있다, 역할로서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하거든요. '아직 최선'도 그랬어요. 이 작품은 정말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작품에서 남금필은 점심 메뉴 하나 선택할 수 없는 회사 생활에 갑작스레 환멸을 느껴 사직서를 내고, 만화가 지망생이란 이름으로 백수가 된 아저씨이다. 어떤 실패에도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그럭저럭, 대충대충 살아온 정신 승리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박해준 [사진=티빙] 2022.03.08 alice09@newspim.com |
"43살 먹도록 철이 들지 않은 인물이죠. 그동안 자신만 생각하고 살았다면, 회사를 그만둔 후 성장을 하는 인물이고요. 그렇다고 사람이 크게 변하진 않아요. 하하. 조금씩 철이 들어가는 인물인데, 전 사실 연기하면서 남금필이 부럽더라고요. 사회적으로는 낮은 곳에 있지만 자유롭고 꿈을 꾸는 것에 대해 포기하지 않잖아요. 어려움이 닥쳤을 때 빨리 잊고 금방 이겨내고요. 편안하게 사는 느낌을 받아서 부러워하며 연기했죠."
전작에서는 영화 제작자의 대표를 연기하면서 외적으로 완벽함을 드러냈지만, '아직 최선'에서는 정리되지 않은 머리 스타일에 체중까지 증량하면서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회사원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망가지고, 코믹적인 연기에 대한 부담이 있을 법도 했지만 그는 "너무 즐겁게 임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신나게 연기했어요. 하하.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신나게 찍어서 재미있다는 생각이 가장 컸죠. 이렇게 좋은 작품이 있으면 또 하고 싶어요. 어두운 역할 그때의 희열이 있지만, 나를 지금처럼 열어놓고 다 보여주는 연기를 하는 것도 굉장히 즐거운 일이더라고요. 찍다가 '잘 가고 있는 건가?'라는 고민은 분명 있었죠. 그럴 때마다 감독님이 괜찮다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더 즐겁게 하려고 했던 기억이 커요."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박해준 [사진=티빙] 2022.03.08 alice09@newspim.com |
남금필은 딸에게 용돈을 타서 쓸 정도로 철이 없는 인물인데다 먹고 싶은 점심을 먹을 수 없다는 이유로 회사를 그만 뒀지만, 누구나 한번은 꿈 꿨을 법한 인생을 사는 캐릭터이다.
"금필은 우리와 되게 가까이 있는 것 같지만,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판타지를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꿈꾸는 걸 하고, 모든 걸 즉흥적으로 결정하고, 놀고 싶으면 놀고. 한심하고 성공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지질하게 보이지만 자유롭게 사는 인물이죠. 그런 모습이 저랑 닮았다기보다, 한 번쯤은 꿈꿨을 인물을 연기하며 '나도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는 걸 알려드리고,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코믹하지만 어딘가 아련한 모습이 있는 남금필을 연기하며 박해준이 바란 것은 '위로'였다. 자극적이고 강렬한 전개로 시선을 끄는 작품은 아니지만, 현실적인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들이 위로를 얻길 바랐다고 털어놨다.
"저는 '미생'이나 '나의 아저씨' 같은 드라마를 좋아해요.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작으로 거론되는 작품들이잖아요. 그때처럼 위안을 줄 수 있는 작품이 없을까 생각하다 '아직 최선'을 만나게 됐어요. 남금필이 살아가는 모습과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이 위안을 받으셨으면 좋겠더라고요. 모두가 다 그럴 순 없겠지만 '이 드라마는 참 좋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최고일 것 같아요. 많은 분들께 좋은 작품으로 남았으면 해요."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