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안혜경이 SBS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휘 중이다. 출연자도, 시청자들도 푹 빠진 축구의 매력에 홀려 본인도 알지 못했던 '거미손 골키퍼'로 활약하고 있다.
안혜경은 4일 압구정동 카페에서 진행한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골 때리는 그녀들'에 출연하게 된 계기와 매회 동료들과 뜨겁게 열정을 불태우는 소감을 얘기했다. "운동선수만큼 운동하고 지낸다"면서 웃는 그의 표정에서 긍정적인 에너지와 활력이 넘쳤다.
"요즘은 일상이 운동 아님 방송 딱 두개로 나뉘어요. 방송하는 날 빼곤 운동 운동하는 날이고 집, 운동장, 촬영장을 오가죠. 제 또래 분들 다 비슷하겠지만 학창시절에 공으로 해봤자 피구 발야구가 다였는데 축구를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을 안해봤어요. 축구경기를 보는 건 좋아하지만 '축알못'이기도 했고요. '불타는 청춘'에서 양평갔다가 작은 운동회를 했었는데 피구, 제기차기 하다가 축구까지 하게 됐어요. 거기서 시작한 여자 축구가 파일럿이 되고, 여기까지 왔네요. 이렇게 오래 축구를 할 줄은 몰랐어요."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골 때리는 그녀들' 방송인 안혜경이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05.04 mironj19@newspim.com |
'불청' 당시 우연찮게 선보인 여자 연예인들의 축구 경기가 좋은 반응을 얻었고, 설 파일럿 당시에도 8%가 넘는 시청률로 대박이 났다.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뛰는 모든 멤버들은 물론, 시청자들도 "여자가 이렇게까지 뛸 수 있나" "저 나이에도 이렇게 열정이 넘치나"라는 말을 쏟아낼 만큼 출연자들은 모든 걸 쏟아낸다.
"'불청' 때는 정말 재밌게 예능으로 했어요. 골이 안들어가도 재밌고 몸개그도 하고요. 우리가 선수처럼 잘 차려고 했던 건 아니니까 잘 차면 환호하고 박수치고. 그때부터 제가 골키퍼를 했거든요. 자원해서 나섰고 솔직히 뛰는 게 어렵기도 했어요. 언니들은 공을 맞는 걸 무서워하는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그 이후에 '불청' 제작진이 그대로 '골때녀'를 만들고 저흰 자연스럽게 불청팀에서 온 '불나방팀'이 됐어요. 개그맨, 모델, 국가대표 출신 스포츠인 각 부류의 연예계 인사들이 다 모인 여자 축구 리그를 만들었죠."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이제와서는 축구에 제법 진심이 됐다. 특히 시청자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내주는 것은 물론, 4050 여성들이 축구를 비롯한 팀 스포츠에 다수 도전한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불나방' 팀 외에 다양한 여성 동료들로 구성된 다른 팀 멤버들과도 정이 쌓였다.
"저희 팀 보고 4050세대 분들이 우리도 집에만 있을 게 아니라 땀 흘리면서 같이 운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게 된 것 같아요. 축구 센터에 성인여자 축구 교실이 엄청 많이 생겼다고도 하더라고요. 다른 멤버들도 한 두번 방송국에서 마주쳤던 분들 있었지만 친해질 계기는 없었거든요. 새롭게 만난 멤버들이랑 프로그램 덕분에 많이 친해졌죠. 또 2002년도 월드컵 때 뛰었던 선수들을 직접 감독님으로 만나니까 너무 좋아요. 그때 열광하면서 응원하던 분들이고 코치, 감독으로 모시게 돼 뿌듯하고 기쁘죠."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골 때리는 그녀들' 방송인 안혜경이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05.04 mironj19@newspim.com |
전혀 생각지 않았던 종목 축구에 도전하면서 얻은 점도 많다. 덕분에 안혜경은 어린 시절부터 여자 아이들에게도 축구를 적극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팀 스포츠를 통해 얻는 귀한 경험과 성취감이 삶을 더욱 활력있게 만들어준다는 경험담도 덧붙였다.
"헬스나 요가같은 개인 스포츠랑은 확실히 달라요. 저도 팀 스포츠는 거의 안해봤었죠. 나 혼자만이 아니라 다 같이 잘 해야 하는 거잖아요. 누구 이름을 그렇게 목놓아 불러본 적이 없어요. 나 혼자 돋보여서도 안되고 팀의 조직력과 구성과 화합이 중요해요. 제 몫을 분담해서 가장 잘 해줬을 때 팀이 가장 빛나죠. 또 뭘 해도 잘했다 응원해주고 칭찬해주고 격려해주는 분위기가 너무 든든하죠. 실수했어도 괜찮아. 한 마디에 느껴지는 뭉클함이 팀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줘요. 처음으로 승부차기를 차고, 막아봤을 때의 짜릿함도 기억에 남네요. 그 엄청난 긴장감과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그런 느낌은 축구를 하면서 처음 느껴봤어요."
거의 일주일에 4회씩 연습에 나가고 방송을 준비하지만, 다른 팀들의 열정도 만만치 않다. 원더우먼이나 탑걸 팀 등 상대적으로 연령이 어린 친구들과 붙을 때의 체력차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 그럼에도 부상 위험을 무릅쓰고 온 몸을 던진다는 출연자들의 태도가 제법 진지하게 느껴졌다.
"주변에서 정말 반응이 많이 와요. 훈수 놓는 사람들도 많죠. 하하. 부상 위험은 당연하지만 그냥 몸빵이에요. 공격수나 수비수들은 달리다 넘어져서 십자인대 파열되거나 하기도 하죠. 인대 끊어지고 발톱 뼈 부러지고. 저는 다행히 골키퍼라 다치는 게 손가락, 손목 골절이나 다이빙할 때 멍 드는 정도죠. 항상 우리 다치지만 말자. 다치면 못나와. 하면서 화이팅해요. 다들 방송에서 즐겁게 운동하고 건강하게 보여드리고 싶단 생각으로요. 확실히 생활에 활력이 많이 생겼어요. 사람들이랑 어울리다보니 이기주의로 흐르는 걸 조금은 막을 수 있는 그런 마음이 생기죠. 또 시야도 넓어지고요. 그 동안 굉장히 한정적인 공간에서 정적인 활동을 주로 했다면 많은 사람과 만나고 부딪히게 되니까 단순히 스포츠만이 아니라 이걸 통해서 또 하나의 세계를 얻는 기분이에요."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골 때리는 그녀들' 방송인 안혜경이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05.04 mironj19@newspim.com |
'불청'에 이어 '골때녀'로 이제 예능으로 친숙해진 얼굴이지만 안혜경의 본분은 배우다. 그는 "늘 경기가 있으니 연습하고 운동하지만 내심 한편으론 드라마에 갈증이 있다"고 털어놨다. 8년째 소속돼 활동 중인 극단 웃어의 무대를 놓지 못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연기에 끈을 놓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요. 무대라도 놔버리면 이제 연기로 돌아갈 기회가 없을 지도 모른단 생각에요. 다 때가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제가 방송을 활발히 다시 하게 된 게 '불청' 덕분이고 예능으로 열심히 활동했지만 자연스럽게 드라마는 조금 멀어졌죠. 그래도 늘 하고 싶어요. 꾸준히 단역으로든 카메오로든, 또 독립영화도 했는데 절 찾아주셔서 다 감사했어요. 예전에 '떴다 패밀리'라는 SBS 주말드라마에 출연했는데 집안의 구성원으로 다층적인 면을 연기할 수 있어 좋았어요. 극중에 딸도 되는 거고 삼남매 중에 맏이도 됐다가 결혼했으니 아내도 되고. 딸도 있어서 엄마도 될 수 있었죠. 다른 작품보다 잘되진 않았지만 여러 가지를 많이 해봐서 좋았던 기억이 나요."
2001년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데뷔한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배우로 전향한지는 제법 오래됐어도 여전히 첫 번째 이미지를 다 벗어나지 못했다는 게 솔직한 자평이다. 안혜경은 "연기자로 더욱 각인되는 게 제가 해나갈 숙제"라면서 낙천적인 성격을 드러냈다. 연극 무대에서 쌓은 경험과 에너지가 그 든든한 발판이 돼줄 터였다.
"아직도 첫 기상캐스터 이미지를 깨기가 힘들다 느끼긴 해요. 김혜은 선배가 제 직속이었는데 이제 기상캐스터로 아는 분은 없죠. '범죄와의 전쟁'에서 이미지 변신 하셨을 때 그 파급효과가 정말 대단했던 것 같아요. 아직 한방이 부족해요.(웃음) 그래서 계속 변신하고 싶고, 연극에선 일부러 다양한 역을 해봤어요. 지체장애인 역, 충청도 공장 직원역할 등등. 관객들은 저인줄 못알아보시기도 하죠. 하고 싶은 거랑 할 수 있는 건 차이가 있게 마련이고, 사람마다 때가 있다고 하니까 묵묵히 가보려고요. 여전히 잘하고 싶은 건 연기예요. 그 숙제를 여전히 풀어나가는 중이죠. 저는 성격이 낙천적이어서 흰머리가 없어요. 하하. '골때녀'도 KBS 예능 '아마존'도, 앞으로 만나게 될 작품도 더 잘할 수 있게끔 더 방법을 좀 더 찾아볼 생각이에요."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