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여야가 진통 끝에 유류세 인하폭을 최대 50%까지 확대하는데 합의했지만, 정부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미 유가가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데다, 정부가 작년 11월부터 선제적으로 시행한 유류세 인하 정책효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유류세 인하폭 확대 등 현안 입법 논의가 늦어진 건 그동안 국회 원구성 등을 놓고 여야간 대치 상황이 장기간 이어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야간 팽팽한 기싸움으로 신경전을 벌이다 보니 당장 시급한 입법 처리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 유류세 탄력세율 2024년까지 한시적 50%까지 확대

1일 국회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국회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는 지난 29일 유류세 인하폭 확대를 위해 유류세 탄력세율을 현행 30%에서 50%로 확대하는 내용의 교통·에너지·환경세법 개정안과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30% 범위 내에서 위아래로 조정할 수 있는 유류세 탄련세율을 최대 50%까지 확대할 수 있다. 다만 이는 2024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특히 정부 측에서 '법 개정 이후 탄력세율 조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자'는 내용의 부대의견을 달자고 제안한 것을 국회가 반영키로 했다. 정부의 동의가 없으면 시행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추가 연장 여부는 일몰 종료 전 다시 논의할 방침이다. 

이번 개정안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총 6명이 발의한 법안을 조율하는 대안 형태로 이뤄졌다. 국민의힘에서는 서병수·배준영·조수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민석·김수흥·신영대 의원이 참여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 민주당 신영대 의원이 제안한 최대 50% 범위 내 조정안이 채택됐다. 

특히 가장 최근에 내놓은 의원 발의안이자, 현실 가능성 높은 법안이 통과됐다는 특징도 있다. 국회 원구성 등을 놓고 여야간 신경전이 이어지면서 논의시기를 놓친 탓이다. 초기 의원 발의안과 이날 특위를 통과한 현실 법안은 최대 인하폭이 50%포인트(p)까지 차이난다.    

국제유가가 정점을 찍었던 5~6월 의원 발의안을 보면, 서병수 의원이 최대 100%까지 유류세 탄력세율을 인하할 수 있는 개별소비세법 및 교통·에너지·환경세법을 발의했고, 김민석 의원은 유류세 탄력세율을 최대 70% 내에서 확대 또는 인하할 수 있는 교통·에너지·환경세법을 내놨다. 특히 김 의원 발의안에는 대규모 재해 등 발생시 유류세 면제가 가능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 관계자는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입법은 좀 늦은감이 있다"면서 "그래도 우크라이나 사태 등 예상 못한 돌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발판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류세 탄력세율을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은 오늘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오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정부는 본회의 통과 후 빠르면 8월 중순부터 시행가능하다는 입장이다. 

◆ 휘발유 가격 한 달새 ℓ당 247원 하락…유류세 인하 효과

여야 대치가 이어지는 동안 유류(휘발유, 경유 등) 가격은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정부가 지난 11월부터 선제적으로 시행한 유류세 인하(20%~37%) 정책이 유가 하락 등과 맞물려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치솟는 물가를 잡겠다며 지난해 11월 12일부터 지난 4월30일까지 약 6개월간 유류세를 역대 최하폭인 20%까지 내렸다. 이어 지난 5월부터는 최대 30%, 지난달 1일부터는 법정 최대 폭인 37%까지 인하 폭을 늘린 바 있다. 유류세 37% 인하는 연말까지 이어진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ℓ)당 1897.3원, 경유는 ℓ당 1982.6원을 기록했다. 휘발유 가격이 1800원대에 진입한 건 지난 3월9일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오늘 기준으로는 휘발유 전국 평균 가격이 ℓ당 1893.8원, 경유는 1979.5원으로 더 떨어졌다. 대구 등 일부 지역의 휘발유 가격은 1800원대 초반까지 내려 이달 중순 1700원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유가 상황이 조금씩 진정세를 보이자 정부는 우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판단이다. 만약 유가가 다시 반등세를 보여 일정 기준을 넘어설 경우 유류세 인하폭 추가 확대 등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가 실제 유류세 인하를 추가로 단행할 가능성은 아직까지 낮다. 8개월 넘는 유류세 인하 정책으로 세수 감소가 수조원에 달하는데다, 최대 37%까지 인하한 유류세 효과도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유가도 진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국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배럴 당 가격은 지난달 26일 97.48달러까지 떨어졌다 최근 소폭 오름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돼 우선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며 "상황이 악화되면 추가 인하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아직까지 논의는 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