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류·석유류 가격 하락이 상승폭 낮춰
근원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4.8%↑
'물가 안정' 시그널로 보기는 어려워
[세종=뉴스핌] 성소의 기자 =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둔화된 것은 채소류 가격이 상당폭 떨어진 영향이 컸다. 올 상반기 물가를 밀어올린 '1등 공신'이었던 석유류 가격이 안정된 덕도 있었다.
그러나 물가의 추세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는 14년 만에 최대폭 상승하는 등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아직까지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흰우윳값 상승으로 유제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는 '밀크 플레이션'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통상 연말연초에 제품값이 오르는 점을 고려하면 물가가 오를 요인은 산적해있다.
정부는 식품 물가 중심으로 가격 오름세가 크게 둔화된 건 긍정적인 신호라면서도 대내외 리스크가 여전히 있어 계속해서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다.
◆ 채소류·석유류 가격 하락이 끌어내린 11월 물가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09.10(2020=100)로 1년 전보다 5.0% 상승했다.
지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5.7%)보다 상승폭이 0.7%p 축소됐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7월(6.3%) 외환위기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가, 지난 10월을 제외하고 점차 둔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하락한 영향이 컸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0.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0월에는 5.2% 상승률을 보였는데, 한달 새 오름폭이 4.3%p 감소한 것이다. 특히 전월 대비로 보면 채소류(-13.7%)와 농산물(-7.7%) 가격이 크게 꺾였다.
기획재정부는 "배추 등 채소 및 과일류의 전반적 수급 개선로 안정세를 보이며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가 큰 폭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가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석유류 가격 상승률(5.6%)이 크게 둔화된 점도 영향을 줬다. 석유류 가격 추이를 보면 1월 16.4%, 2월 19.4%, 3월 31.2%, 4월 34.4%, 5월 34.8%, 6월 39.6%, 7월 10.7%, 8월 21.6%, 9월 16.6%, 10월 10.7%, 11월 5.6%등이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석유류가 물가를 밀어올리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해왔는데, 국제유가가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이러한 흐름도 잦아든 것이다.
◆ 근원물가는 여전히 ↑…당분간 고물가 계속될 듯
지난 10월 외환위기 이후 최대폭 상승했던 개인서비스 가격도 11월에는 6.2% 오르면서 오름폭이 소폭 꺾인 모습을 보였다. 외식 가격 상승률(8.6%)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외식 외 서비스 가격(4.5%) 상승폭이 다소 둔화했다.
여기에 작년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3.8%)이 높게 형성됐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자물가는 작년 10월 약 10년 만에 3% 대에 접어든 이후 계속해서 오름폭을 키워왔다. 특히 11월은 작년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3.8%)이 가장 높았던 달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기저효과도 일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동월 대비 6.3% 올라 1998년 11월 외환위기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2022.08.02 hwang@newspim.com |
이러한 흐름에도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계속해서 오르는 중이다. 특히 지난달에는 4.8%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2009년 5월(5.2%) 이후 약 1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근원물가 중 하나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도 1년 전보다 4.3% 상승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1월(4.5%) 이후 약 14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근원물가는 계절적 요인 등 일시적인 충격에 따라 가격 등락폭이 큰 항목들을 제외해 산출한 지표로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준다.
따라서 근원물가가 오른다는 건 국제유가와 국제 곡물가격 상승 등 외부 요인을 제외하고도 물가를 밀어올리는 요인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렇기 때문에 근원물가가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해에는 근원물가가 상당히 낮았는데, 그에 대한 기저효과가 있었다"며 "이번에 섬유제품과 화장품 가격의 오름세가 확대됐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근원물가 오름세도 둔화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난달부터 우유값이 일제히 오르면서 우유를 원료로 한 아이스크림, 빵 등 가공식품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작년 연말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이에 따른 기저효과로 석유류 가격 오름폭도 커질 수 있다.
기재부는 "서민생활과 직결된 생활물가지수가 식품물가 중심으로 가격오름세가 큰 폭 둔화된 것은 긍정적 신호"라면서도 "연말연초 제품가격 조정, 화물연대의 집단운송 거부에 따른 물류 차질 등 대내외 리스크가 여전히 잠재되어 있어 계속해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soy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