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기관 운영·주요 사업 관련 특정감사 진행
소장품 수집·관리 등 규정 절차 무시
수익금 3200만원 국고 반납 없이 직원 격려금 집행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는 소속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의 조직 관리와 업무 전반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 16건의 위법·부당한 업무처리를 확인하고 9일 미술관에 국고환수(시정) 및 경고·주의를 요구하거나 합리적 개선방안을 마련토록 통보했다고 9일 밝혔다.
문체부는 지난해 10월24일부터 11월4일까지 미술관 기관 운영과 주요 사업에 대한 특정감사를 실시했고 기관운영과 소장품 수집·관리 등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 명이식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19.12.17 89hklee@newspim.com |
국립현대미술관은 작품구입 결정 과정에서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투명하지 못했다. 미술관은 '국립현대미술관 작품수집·관리 규정'과 '국립현대미술관 작품수집 세부지침'에 따라 작품수집 업무를 처리하며 일반구입과 경매구입 절차를 규정해 작품 구입 여부 및 구입 가격을 투명하게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미술관은 '작품수집·관리규정'과 다르게 자의적으로 회의를 운영하고 작품 구입 가격도 전문가 의견과 다르게 최대 5000만원 상향 조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미술관은 작품수집규정 제5조에서 일반구입 수집작품의 제안권자를 관장·학예직 및 관장이 선정하는 50인 이내의 외부 전문가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2020년 세부지침을 제정하면서 내부 학예직의 제안권자를 '미술관 학예전문분과 구성원'과 '필요시 관장이 지정하는 학예연구사(관)'로 축소했다. 당초 50명으로 운영되던 외부 전문가도 2021년부터 11명으로 대폭 줄였다. 이에 따라 외부 전문가의 일반구입 제안은 2020년 72건에 비해 2021년 8건, 2022년 34건으로 감소했다.
경매 구입 시에는 명확한 근거 없이 학예직 7~8명에게만 카카오톡 등을 통해 경매일정과 경매작품 등의 안내가 이뤄져 작품 구입 제안이 한정된 인원 안에서만 이뤄지도록 했다. 그 결과 일반구입에 대한 외부 전문가의 제안이 위축됐고 경매구입 제안은 일부 소수 학예직 직원이 독점하게 돼 죽품구입 과정의 투명성과 다양성 확보를 저해했다.
경매구입 시 제안자의 응찰보고서로 가치평가위원회를 진행해야 함에도 경매구입이 제안된 115건 중 40건의 응찰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매를 진행해 16건을 최종 낙찰받았다.
또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가치평가위원회와 가격자문위원회의 가격 자문을 거쳐 일반구입으로 수집하기로 최종결정한 279점 중 26점의 구입 가격을 합리적 이유나 일관된 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조정했다. '테레시타 페르난데즈'의 '어두운 땅(우주)' 등 7점은 가치평가위원회의 저평가에도 불구하고 최고 5000만원까지 상향 조정하고 '미야지마 타츠오'의 '카운터 갭'은 가치평가위원회 고평가에도 불구하고 1000만원을 하향 조정했다.
작품수집을 최종 결정하는 작품수집심의위원회도 제척·기피와 관련한 명확한 규정이 없고 객관적 기준 없이 운영되고 있었다. 작품 구입을 제안한 직원이 해당 작품 심의에 참여하거나 작품수집 담당 부서장이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할 가격자문위원회에 부당하게 관여하기도 했다.
미술관은 국고에 반납해야 할 수익금 3200만원을 직원 격려금으로 임의 집행해 문제가 되고 있다. 미술관 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2013년 설립된 국립현대미술관문화재단은 관장이 이사장을 맡아 운영되고 있다. 이는 국유재산법령에 따라 미술관 서울관 내 카페테리아, 뮤지엄 숍, 주차장과 같은 편의시설에 대해 미술관과 관리위탁 계약을 체결한다. 문화재단은 1년 단위로 수입과 지출을 정산하고 수입이 지출을 초과하는 경우 그 차액을 국고에 납입해야 하는데 문화재단은 2022년 9월15일 뮤지업 숍인 '아트존'과 주차장 연간 수입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는 이유로 회계연도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수입금 3196만6950원을 직원 격려금으로 임의 집행했다.
[과천=뉴스핌] 정일구 기자 =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이 9일 오전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린 '백남준 효과' 언론공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백남준 효과'는 비디오 아트 선구자 백남준(1932~2006) 작가의 예술적 성취와 영향을 조명하는 대규모 기획 전시다. 이번 전시는 오는 10일부터 내년 2월 2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진행된다. 2022.11.09 mironj19@newspim.com |
문화재단은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등 4건에 대해 4억원 규모의 자의적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화재단은 '자체 재무회계규정' 제65조에 따라 일반경쟁을 원칙으로 하고 제한적으로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화재단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체결한 3000만원 이상 계약 21건 중 20건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했으며 'MMCA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조명 구입 및 설치 용역'을 포함한 4건(4억720만7000원)은 전시 관련자(작가, 설계자 등)의 추천과 전시 완성도에 대한 기여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부득이한 경우로서 이사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조명을 구입․설치하는 용역은 일반경쟁이 가능하고,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위 사례는 '부득이한 경우'로 볼 수 없는데도 문화재단은 부당하게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이 외에도 3년간의 보존·복원을 완료한 백남준 작품 '다다익선'에 대해 부서 간 업무 비협조로 전시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소장품으로 제대로 관리 하지 않아 작품 일부(모니터)가 고장 난 채로 전시되는 등 작품 관리를 소홀히 한 사실도 확인됐다.
윤범모 관장은 2022년 8월29일에 발생한 유튜브 채널 '국립현대미술관' 해킹 사건을 문체부 본부에 보고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부처 내 유사 해킹 피해를 예방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했고 일부 부서장들이 직원에 대해 비인격적 행위를 한 것을 인지하고도 이를 방관하는 등 기관장으로서의 직무를 소홀히 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문체부가 미술관에 감사 결과와 처분 요구사항을 통보한 후 감사 대상기관장은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제 25조에 따라 감사 결과가 위법 또는 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1개월 이내에 문체부에 재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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