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에서 충돌 평가 공개
1개 차종당 4만5000시간 이상 시뮬레이션 시행
[화성=뉴스핌] 정승원 기자 = '안전'은 완성차업체에 있어 기본이자 주요 마케팅 수단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볼보자동차 하면 '안전'을 떠올리고 제네시스 GV80은 타이거 우즈가 운행하던 중 전복사고가 났음에도 작은 부상에 그치면서 글로벌적인 관심을 받았다.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제네시스 GV60 등 자사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모델들에 대해 최고 안전 등급을 인정받았다.
아이오닉5 충돌 평가 [사진= 현대차그룹] |
미국 고속도로안전협회(IIHS, Insurance Institute for Highway Safety)로부터 최우수 등급인 TSP+(Top Safety Pick Plus)를 획득한 것이다.
지난 12일 경기도 화성 남양연구소에서 공개된 아이오닉5의 충돌안전 평가 현장은 향후 전동화 시대에 전기차가 갖춰야 할 안전성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남양연구소 내부의 보안은 철저하다. 보안을 위해 휴대전화와 노트북, 타블렛PC 등 모든 카메라가 부착된 전자기기에 보안 테이프를 부착했다.
이번 평가를 진행한 안전시험동은 지난 2015년 12월 준공돼 4만m²(1만2100평)의 시험장과 2900m²(877평) 규모의 충돌장을 갖췄다.
충돌 시험 전에는 차종당 평균 3000회 이상의 버추얼 시뮬레이션을 거친다. 버추얼 시뮬레이션은 슈퍼 컴퓨터로 버추얼 차량 모델의 여러 충돌 상황을 구현하고 실제 충돌 시험을 진행한다.
버추얼 시뮬레이션은 충돌 평가에서 적극 활용된다. 모든 조건을 실차 충돌로 검증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율주행이 확대될 경우 승객의 차내 자세는 보다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돼 버추얼 시뮬레이션의 확대도 예상된다.
한 건의 버추얼 시뮬레이션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15시간 이상이 걸린다. 이에 한 차종에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충돌 안전 개발에만 4만5000시간이 소요된다.
실차 충돌 시험이 시작됐다. 충돌 시험 시 충돌음이 클 수 있어 이어플러그가 지급됐지만 실제 충돌음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싶어 사용하지 않았다.
테스트차량인 아이오닉5가 시속 64km로 목표물에 충돌했다. 이번 테스트는 시속 64km 옵셋 충돌로 차량 전면의 40%를 변형벽에 충돌시키는 것이다. 이는 IIHS의 충돌 상품성 평가에 포함된 항목이다.
차량은 순식간에 이동해 목표물에 "쾅"하는 소리와 함께 충돌했다. 체감적으로 충돌음은 공사 현장에서 드릴로 바닥을 뚫는 소리보다도 더욱 컸다.
충돌 후 차량 상태에 대해 확인할 수 있었다. 차량에는 운전자석에는 남성 승객 인체 모형(더미), 후석(운전석 뒷좌석)에는 여성 승객 더미를 착석해 시험이 진행됐다. 차량에는 각종 측정을 위한 센서들이 잔뜩 붙어 있었다.
차량 전면의 40%가 충돌한 만큼 범퍼와 보닛 등 차량 전면부는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전면부가 찌그러진 것과 달리 A필러 등 운전자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차 골격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제 때 전개된 에어백과 함께 안전벨트에 이상이 없는 것이 확인됐고 운전자 더미와 뒷좌석 더미에도 큰 상해는 보이지 않았다. 사고 후 중요한 부분인 차문의 열림에도 문제는 없었다. 고전압 절연저항 측정결과 모두 정상이었으며 고전압 배터리 파손으로 인한 전해액 누유나 화재 또는 연기도 발생하지 않았다.
충돌 평가 이후의 아이오닉5 [사진= 현대차그룹] |
전기차 테스트인만큼 일반 내연기관차와는 집중 점검하는 부분이 다르다. 고전압 배터리의 안전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오닉5 등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충돌 시험에서는 주행 중 발생 가능한 배터리 손상 검증 평가를 추가로 시행하고 있다.
배터리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하부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도로 구조물로 인한 하부 손상과 그로 인한 화재 위험 가능성에 대해 시뮬레이션 하는 것이다.
이날 충돌에 대해 김종민 현대차그룹 안전성능 2팀 파트장은 "시험 데이터 동영상을 다운 받아 더미 상해치와 차량 거동 관련 시험 결과를 분석하려면 일정 시간이 소요된다"며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부분에서는 도어 열림에 문제가 없었다. 이외에도 시트벨트, 시트에 이상이 없는지 고전압 안전성은 어떤지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창인 현대차그룹 통합안전개발실장 상무는 "전기차는 배터리 탑재로 인한 차량 중량 증가로 손상 위험이 높아지므로 개발 초기부터 위험 발생 요인들을 사전에 검토해 방지하는 업무를 진행했다"며 "다양한 구조를 전기차에 반영하고 추가적인 개발 과정을 적용해 충돌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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