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금융사 요청, 투자유지 지원 목적
초청 못 받은 금융회사 선정 기준 놓고 궁금증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권 CEO와 동반 해외출장에 나선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출장을 금감원장이 금융사들의 해외 투자유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적절했는지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원장은 지난 9일 6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싱가포르 팬 퍼시픽 호텔(그랜드볼룸)에서 금감원과 금융권이 공동으로 주최한 해외 투자설명회('INVEST K-FINANCE:SINGAPORE IR 2023')에 참석했다. 이 원장은 12일까지 태국·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3국을 방문해 해외 투자자들을 상대로 투자설명회(IR)에 참여하고 현지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들을 만난다. 인도네시아 금융사들이 주최하는 'K-파이낸스 위크'에도 참석한다.
금감원장이 금융사 CEO와 해외 IR 행사에 직접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 산하에는 한국 금융사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금융중심지 지원센터'가 있어 금감원이 가끔 해외 IR 행사를 한 사례는 있다. 주로 수석 부원장이나 부원장이 참석하고 간소하게 치러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왼쪽부터 원종규 코리안리 대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최훈 주 싱가포르 대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 [사진=금융감독원] |
이에 따라 이번 금감원장과 일부 금융권 CEO와의 동반 출장이 어떤 이유로 기획됐는가에 대해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행사들은 금융감독원과 각국의 대한민국 대사관 및 국내 금융회사가 금융산업의 국제화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추진한 것"이라며 "현지 금융감독당국 수장과 면담을 통해 현지 진출 금융회사의 위상 제고 및 글로벌 영업 확장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금감원은 "이번 금감원장의 해외 IR 참여는 몇몇 금융사 회장들이 작년부터 요청해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IR에 참석한 해외투자자들에게 한국 금융산업의 건전성‧혁신성‧성장성과 외국인 투자환경 개선 노력을 적극 홍보하는 등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투자유치 노력을 지원하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금융권이 공동으로 주최한 해외 투자설명회 자체가 처음인데다, 각 금융사들이 해외 투자자 대상 IR도 비교적 조용하게 진행해 왔다는 점에서 오히려 금융사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겠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국내 금융사의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는 목적 하에 결국 '금감원장'만 돋보이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금융권 얘기를 들어보면 "실제적으로는 금융지주 회장이 (동반 출장을) 원했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 A 금감원장은 "공동 IR이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기획됐는지 알아야 하는데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코멘트할 게 없다"고 했다.
일부 금융사만 동행한 것과 관련 선정 기준을 놓고도 뒷말이 나온다. 이번 해외 IR에는 금융지주사 중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만 동행했는데, 이를 두고도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처음부터 일부 금융지주에는 행사 참여 제안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같이 가자는 취지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1월부터 출장준비를 한 것으로 아는데 (신한지주·우리금융 회장은) 임기 시작을 안해 일정조율을 할수가 없었다"며 "인도네시아 진출 등 영업에 더 필요한 금융회사를 우선적으로 같이 가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SG발 주가 폭락 사태, 전세 사기 등 국내에 시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이번 해외 출장이 꼭 필요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