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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는 글로벌화될 수 있을까...영산포 홍어축제, 홍어 토크쇼

기사입력 : 2023년05월12일 16:25

최종수정 : 2023년06월16일 14:59

[나주=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지난 5월 5일부터 7일까지 전남 나주시 홍어거리에서열린 제19회 영산포 홍어축제에서는 '홍어의 세계화'와 관련한 매우 뜻싶은 행사가 열렸다.

5일 진행된 행사 제목은 '홍어 토크쇼- 홍어와 나'였지만, 이날 토크쇼의 상당 부분은 홍어라는 음식이 과연 한국을 벗어나 글로벌 음식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타진하고 검토하는 자리가 됐다. 토크쇼에는 해양문명사가 주강현 전 제주대석좌교수, 송일준 전 광주mbc 사장,  작가 문순태, 시인 나해철, 국제슬로푸드협회 김종덕 한국지부장이 참여했다. 사회는 홍양현 나주학교장이 맡았다. 

[나주=뉴스핌] 조용준 기자 = 주제발표를 하는 주강현 전 제주대 석좌교수 [조용준 사진] 2023.05.12 digibobos@newspim.com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외국인 관광객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조용준 사진] 2023.05.12 digibobos@newspim.com

광주MBC가 2019년과 2020년에 걸쳐 내보낸 11부작 홍어 다큐멘터리 '핑크피쉬'의 책임PD였던 송일준 전 광주mbc 사장은 "홍어는 뉴욕의 4스타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고급 음식으로 내놓기도 하지만 매우 드문 경우이고, 홍어를 삭혀 먹는 나라는 오직 한국과 아이슬란드 밖에 없다"면서 "젊은 사람들도 홍어를 일상적인 음식으로 느낄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홍탁. 홍어와 막걸리는 세계음식이 될 수 있을까. [조용준 사진] 2023.05.12 digibobos@newspim.com

주강현 전 제주대석좌교수는 "아이슬란드도 우리처럼 홍어를 먹지만, 아이슬란드 경우에는 성인을 기리는 그들의 명절인 12월 23일에만 먹는 특별한 음식"이라고 지적하면서 "홍어에 문화를 강력히 입혀야 홍어의 확장성이생겨난다"고 강조했다. 그런 차원에서 "홍어는 한민족 발효음식으로 영혼이 깃든 음식이라는 문명사적, 문화사적 확장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주강현 박사는 "현재 수산물 소비의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광어, 우럭, 민어 등의 소비는 줄고 있는데, 연어나 바다가재 등의 소비는 늘어나고 있다. 자칫 광어나 우럭 등 기존의 횟감보다 연어나 바다가재 등이 고급 수산물로 치부되면서 젊은 세대의 수산물 소비 또한 그런 경향으로 굳어질까 매우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나주=뉴스핌] 조용준 기자 = 나주 홍어거리 [조용준 사진] 2023.05.12 digibobos@newspim.com

처가가 영산포라는 문순태 작가는 "어렸을 적 기침을 심하게 했는데, 그럴 때마다 어머님이 홍어탕을 끓여주시면 기침이 나았다. 홍어는 흔히 1코, 2애, 3날개(一味가 코, 二味가 애, 三味가 날개라는 얘기)라고 한다. 홍어를 워낙 좋아해서 홍어에 대한 소설을 쓰려 했는데, 김주영씨가 '홍어'라는 소설을 먼저 썼다. 그래서 아뿔싸 부끄러워했는데 나중에 보니 제목만 홍어지 홍어에 대한 내용이 아니었다. 나이가 들어 소설을 쓰려니 힘에 부치고 홍어에 관한 시를 쓰다보니 무려 125편이나 됐고 시집도 내게 됐다. 그렇게 홍어와 함께 늙어가니 이제 집사람이 내게서 홍어 냄새가 난다고 한다"고 홍어와 얽힌 일화를 소개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홍어축제에 대한 문순태 작가의 시 2023.05.12 digibobos@newspim.com

국제슬로푸드협회 김종덕 한국지부장은 "현재 수산물 소비 세계 1위가 한국이다. 그런 차원에서 홍어도 슬로푸드(slow food) 차원에서 접근해 세계에 알려야 한다. 슬로푸드 운동은 음식을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하고, 현재 가지고 있는 음식 문화의 전통을 계속 이어가며,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세계 각국의 음식들을 발굴하고 알리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만큼, 홍어와 슬로푸드와의 연대가 매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해철 시인은 "영산포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어렸을 적 영산포에 배가 들어오면(지금은 하구보로 물길이 막혀있다) 홍어 발효 냄새가 온 마을에 다 퍼졌다. 그러면 그 냄새 맡고 배 들어왔다며 항구로 달려나갔다. 의대 진학을 했는데, 인턴 시절인 1982년 '영산포' 11편 연작 시를 쓴 것이 덜커덕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시인으로 등단하게 돼서 본격 의사도 아니고, 본격 시인도 아닌 채 어정쩡하게 살게 됐다. 홍어 시는 내가 썼어야 하는데, 문순태 작가가 먼저 시집을 내서 앗 뜨거워라 싶었다"고 전하고 자신이 최근에 지었다는 시 <나주 영산포 홍어>를 낭송했다.

[나주=뉴스핌] 조용준 기자 = 영산포 홍어에 대한 자작시를 읊는 나해철 시인 [조용준 사진] 2023.05.12 digibobos@newspim.com

이하는 그의 시 <나주 영산포 홍어> 전문이다.

나주 영산포에 가면

홍어가 제 몸을 펼쳐 사람들을 껴안는다

훠이 훠이

잡것아 저리 가라

홍어가 날개를 저어 펄럭인다

 

나주 영산포에 가면

홍어가 제 몸을 묵혀 사람들을 살린다

오매 오매

구신아 멀리 가라

홍어가 코를 벌름거린다

 

나주 영산포에 가면

홍어가 제 살을 썰어 사람들과 하나가 된다

좋구만 좋아

우리가 지금 한덩어리여

홍어가 향기를 퍼뜨려 잔치다

 

나주 영산포에 가면

홍어가 증인이 되어 탄생과 죽음을 지킨다

하하 허허

태어남도 돌아감도 영산강과 같아라

홍어가 함께하니 숨통이 닫혔다 열린다

나주 영산포에 가면

홍어가 증인이 되어 탄생과 죽음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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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크쇼와 홍어축제에는 주강현 박사가 주도한 '홍사모(홍어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 40여 명이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 '홍사모'라는 조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주박사가 SNS에 영산포 홍어축제를 알리면서 '여기에 갈 사람 모여' 했더나 자발적으로 모인 모임이다. 홍어축제 조직위에서 지원금을 받은 것도 아니고, 그냥 각자 자신들의 경비로 홍어를 즐기기 위해 순수하게 모인 모임이었다. 

그러니 홍어를 먹다 보면 자연스레 '홍사모'로 단결하게 된다. 홍어는 호남을 벗어나 전국구 음식이 되었다. 홍어가 글로벌 음식이 되어 '글로벌 홍사모'로 확장될 날을 기대해본다. 

digibobo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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