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4일부터 2023년 9월 24일까지 4개월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서울미술관은 지난해 개관 10주년 기념으로 대규모 기념전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3650 스토리지-인터뷰> 두 개를 열었다. 그리고 잠시 휴지기. 올해 11년째를 맞아 꺼내든 첫 카드는 '플레잉 카드', 요시다 유니(吉田ゆに·43) 개인전이었다.
5월 24일(수)부터 2023년 9월 24일(일)까지 4개월간 진행하는 《YOSHIDA YUNI; Alchemy》展은 전 세계를 무대로 패션브랜드, 잡지, 광고, 아티스트의 비주얼을 디렉팅하는 요시다 유니의 여정을 소개하는 전시다.
요시다 유니(b. 1980)는 일본의 5대 미술대학중 하나인 여자미술대학(Joshibi University of Art and Design)을 졸업했다.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 국내 화단의 대표작가인 천경자가 다녔던 대학이다.
대학 졸업 후 요시다는 대형 광고회사 오누키 디자인(ONUKI DESIGN)에 입사했다. 이후 일본을 대표하는 디자인 거장 노다 나기(Noda Nagi)의 우주 컨트리(Uchu Country)를 거쳐 2007년에 독립하여 광고와 영상, 앨범, 책 디자인 등 폭 넓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요시다 유니 [사진=조용준 기자] 2023.05.26 digibobos@newspim.com |
◆ CG는 안돼. 오직 수작업으로만!
첨단 디지털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 요시다 유니는 CG(컴퓨터 그래픽) 대신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다양한 소재들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아날로그 수작업'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작가는 사물의 속성을 깊게 관찰하고 그것들을 자신의 손으로 섬세하게 재조합한 작품을 통해 인간적인 감성과 따뜻함을 작품에 담아낸다. 익숙한 형상과 사물들이 하나의 화면에서 낯설게 조화를 이루는 그녀의 작업은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과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전시 제목인 'Alchemy(연금술)'처럼, 요시다 유니는 대상이 가지고 있는 빛과 어둠, 유형과 무형 사이의 상호 작용을 세밀하게 조작하여 평범한 것을 비범한 것으로 '변환'시키고 원물의 형태를 재조합하여 아름답고 의미 있는 작품으로 '변형'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재료들은 모두 '날 것'으로 요시다 유니의 손에 의해 오려지고 붙여지고, 조합되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요시다 유니, 바나나로 형상화한 하이힐 신은 다리, Yellow Dance. [조용준 사진] 2023.05.26 digibobos@newspim.com |
그녀는 이에 대해 "수작업만이 내가 원하는대로 가장 가깝게 다가설 수 있다. 온라인으로는 결코 담을 수 없는 따뜻함과 열정을 담고 싶어서 수작업만을 고집한다"고 설명한다.
꽃과 과일 같은 생물의 시간적 유한성을 멈추어 놓고 화면에 사라지지 않을 영원한 온기를 더하는 그녀만의 독특한 제작 방식 덕분에 관람자는 시간을 들여 관찰하면 할수록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된다. '관람' 자체의 시각적 만족뿐만 아니라 이미 알고 있던 대상에 대한 창의적인 관점을 체험함으로써 예술이 주는 즐거움 또한 느끼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요시다는 "어려서부터 나는 매우 현실적인 아이였다. 픽션보다 논픽션을 좋아했다. 그러다보니 사물의 보이지 않는 단면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늘 현미경을 끼고 살았다. 사물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일을 좋아했다. 그러한 습성이 현실 속에서 판타지를 찾는 일로 바뀐 듯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 3개의 막(씬)으로 구성된 15년 전작 230여점
이번 전시는 요시다 유니의 첫 해외 전시로, 15여 년에 걸친 전작 230여 점을 소개한다. 순수 개인 작업을 포함해 광고, 뮤직비디오, 앨범, LP, 책 디자인 등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총 3부로 나누어 소개한다. 특히 전시의 3부에서는 요시다 유니의 2023년 신작 <플레잉 카드(Playing Cards)> 50여 점을 최초로 공개한다.
작가는 서울미술관과 함께 1년간 전시 기획의 모든 과정에 참여하며 공을 들였고, 그 과정 중 트럼프 카드를 재현한 신작을 한국에서 최초로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 작품은 전 세계인에게 익숙한 소재인 트럼프 카드를 요시다 유니만의 시각으로 독특하게 재해석한 것으로, 인물, 사물, 과일, 꽃, 음식 등 15여 년에 걸쳐 요시다 유니가 천착해온 다양한 소재들이 총체적으로 구현된 결정체라 할 수 있다.
● PART 1 [FREEZE DANCE]
요시다 유니는 '자연물에는 똑같은 형태나 색상이 존재하지 않고 각각의 형상과 색감에 차이가 있다'는 점에 기인하여 그 간극을 세밀하게 조작한 작업을 선보인다. 생명력을 지닌 꽃과 과일의 시간적 유한성을 뛰어넘어 영원의 순간으로 담아낸 자연물 시리즈는 아날로그 수작업의 절정이라 할 수 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요시다 유니, LAYERED, 2018 2023.05.26 digibobos@newspim.com |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유시다 유니, PEEL, 2019 (banana) 흘러내린 듯하지만,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작가가 직접 깎아서 늘어뜨린 것이다. 2023.05.26 digibobos@newspim.com |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요시다 유니, PEEL, 2019. 이 역시 사과 밑에 오렌지 조작을 끼어 넣어 마치 바나나가 뚫고 지나간 듯한 착시 현상을 만들어냈다. 2023.05.26 digibobos@newspim.com |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요시다 유니, THE MOMENT. 튤립은 요시다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다. 튤립의 줄기를 비틀어 클립이나 옷핀으로 형상화했다. 2023.05.26 digibobos@newspim.com |
● PART 2 [HIDDEN PICTURES]
수백 장의 러프 스케치와 직접 구한 소품으로 완성된 독창적인 요시다 유니의 작업은 주요 브랜드 광고주들의 러브콜과 함께 그를 세계적 아트디렉터 반열에 오르게 했다. 2부에서는 브랜드와 아티스트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요시다 유니 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작업을 만나볼 수 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요시다 유니, SO-EN _75 years of girls. 소엔출판사 75주년을 맞아 1300권의 잡지에 일일히 그림을 그려넣어 조합한 여인상이다. [조용준 사진] 2023.05.26 digibobos@newspim.com |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SO-EN _FLOWER SKULL_, 2021 2023.05.26 digibobos@newspim.com |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요시다 유니, SO-EN, "PLAY A SENSATION" vol 27. [조용준 사진] 2023.05.26 digibobos@newspim.com |
● PART 3 [PLAYING CARDS]
최초로 공개되는 요시다 유니의 2023년 신작 <Playing Cards> 는 유년기부터 이어온 작가의 꿈과 흥미, 즐거움을 담고 있다. 15여 년을 천착해 온 작가만의 섬세한 아날로그 기술력으로 인물과 사물, 빛과 시간에 이르는 일상의 모든 소재를 녹여낸 <Playing Cards>는 이미지 연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요시다 유니, Playing Cards, 2023_RED 2023.05.26 digibobos@newspim.com |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요시다 유니, Playing Cards, 2023_KC2023.05.26 digibobos@newspim.com |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Playing Cards, 2023_4H 2023.05.26 digibobos@newspim.com |
◆ 유니의 시선
<YOSHIDA YUNI; Alchemy>展 은 요시다 유니의 다양한 작품뿐만 아니라 아이디어 구상 단계에서 그린 러프 스케치와 촬영 시 사용했던 메이킹 소품을 함께 전시한다.
작가는 서울미술관의 전시 준비기간 동안 한국에 머무르며 스케치와 소품을 직접 설치해 한국 전시의 기대감을 높였다. 촬영 현장에서 수작업으로 형상을 완성하듯 섬세하고 치밀한 배치로 다양한 볼거리를 준비하였다. 작업의 결과물로 만났던 한 장의 사진 속에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가 깃들고 지난한 과정을 거쳤는지 작가의 손길로 완성된 소품을 통해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요시다 유니의 작업 과정을 알 수 있는 작업 소품들 [사진=서울미술관] 2023.05.26 digibobos@newspim.com |
제작 과정에 관한 이야기는 작품 옆에 설치된 캡션 「유니의 시선」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 제작 과정에 얽힌 비화와 아이디어 구상의 순간들을 작가가 직접 작성하였다. 우리의 시각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과 더불어 작가가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작품을 보다 풍부하게 감상하는 장을 마련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요시다 인터뷰와 책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 [조용준 사진] 2023.05.26 digibobos@newspim.com |
한편 전시장에는 다양한 읽을거리가 준비되어있다. 요시다 유니의 첫 해외 전시의 개관과 내한을 축하하며 일본 최정상의 스타들과 국내의 그래픽 아티스트, 현 한국 디자인계를 이끄는 스튜디오 대표들의 축전이 준비되었다. 요시다 유니의 뮤즈이자 작품 속 모델로 자주 등장하는 코미디언 와타나베 나오미, 일본의 영화 거장 이와이 슌지 감독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의 축전을 만날 수 있다.
이와이 순지는 이렇게 써놓았다.
"하이힐과 사과가, 소녀의 배꼽 위에서 우연히 만나는 듯한 아름다움" 이런 식으로, 요시다 유니가 지닌 아름다운 세계를 언어로 표현하면 굉장히 난해한 표현이 되어버린다.
◆ 얼리버드 위크와 전시 연계 프로그램
현재 서울미술관은 5/31(수)까지 얼리버드 위크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23일까지 사전 예약한 관람객에 한해 20% 할인 혜택을 주는 특전으로, 판매 개시로부터 5시간 만에 조기 마감되었다. 위 기간 동안 얼리버드 티켓을 구입하지 못했더라도 현장에서 관람권을 구매하여 입장 가능하며, 6월부터는 별도의 온라인 예약 없이 현장 판매로 운영될 예정이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7월과 8월 각 1회 씩, 총 2회에 걸쳐 아티스트 토크가 예정되어 있다. 토크에서는 작품의 제작 과정과 제작 동기, 15여년의 여정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 준비 과정 등 생생한 현장과 뒷이야기를 들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일정 및 참여 방식은 추후 서울미술관 홈페이지 또는 SNS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서울미술관 큐레이터가 '플레잉 카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조용준 사진] 2023.05.26 digibobos@newspim.com |
또한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으로 <2023 샘키즈 메이킹 스튜디오>가 진행된다. 본 프로그램은 여름방학 기간 동안 주말에 진행하는 프리미엄 교육 프로그램으로,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는 전시 감상과 더불어 작가 워크숍 등 다채로운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은 7월 중 서울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현장에서 무료 오디오 가이드가 제공되며, 보다 깊이 있는 감상을 위해 매일 14시 정규 도슨트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는 사전 예약이나 비용 없이 누구나 현장에서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20인 이상의 단체의 경우 사전 예약을 통해 별도의 고품격 전시 해설을 들을 수 있는 '아트패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문의는 서울미술관 홈페이지 및 대표 전화를 통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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