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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림 작가 "문화재 훼손 우려에 '현상에서 흔적으로' 재현 불가"

기사입력 : 2023년08월24일 14:15

최종수정 : 2023년08월25일 09:43

김구림 "광목천 감싸기, 미술관 건물 훼손 가능성 없어"
국립현대미술관 '김구림' 전 25일 개막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자' 김구림(87) 작가가 제도적인 문제로 미술관 외벽에 광목천을 감싸는 작업 '현상에서 흔적으로(1970)'를 재현하지 못하게 됐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구림 작가는 23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김구림' 전 개최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전시에서 여러분들께 미안하지만 아방가르드적인 작품은 하나도 없다"며 "고리타분한 것만 늘어놨다. 새롭고 파격적인 작품을 보여주지 못해 너무 죄송하다. 작가라고 어디서 얼굴을 내밀 수 없는 부끄러움이 있다"라고 호소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김구림 작가2023.08.24 89hklee@newspim.com

'현상에서 흔적으로' 작업은 그의 나이 33세, 그의 전시가 열린 1970년에 경복궁 국립미술관에서 미술관 건물을 흰 광목천으로 감싸는 형태다. 기성 미술을 대표하는 미술관, 기득권, 낡은 제도에 대한 비판의식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낡은 관념과 제도를 마치 시신을 염하듯 천으로 묶어 날려버리고 새로운 지점을 향해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40년 전 진행한 퍼포먼스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물에서 재현하려던 그의 계획은 문화재 훼손 문제로 인한 규제로 아쉽게 무산됐다.

사정은 이렇다. 국립현대미술관 건물이 국가등록문화재이기 때문에 광목천을 건물 외벽에 싸는 행위는 문화재 훼손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 실현 불가능해졌다. 40년 전 경복궁 미술관에 광목천을 두를 수 있었던 건 당시 미술관 건물이 문화재로 지정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문화재에 손을 대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화재청과 협의와 문화재위원회의 심의 등의 행정 절차가 필요하다는게 미술관 측의 입장이다. 

이번 전시를 담당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 현대미술1과 류지연 과장은 "국립현대미술관이 등록문화재 375호이기 때문에 외벽을 천으로 감싸는 경우 문화재청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해야 한다"며 "전시가 안되는게 아니라 전시 시한에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라 작가께 양해를 부탁드렸다"라고 해명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김구림, 전자예술 A, 1969 (2013년 재제작), 패널에 플라스틱, 전구, 181.6 x 181.6 x 17 cm. 작가 소장.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3.08.24 89hklee@newspim.com

김구림 작가는 "시간이 없었던게 아니다"라며 "지난해부터 이야기를 했지만 나한테는 아무 말도 안하고 있다가 3, 4개월전 갑자기 큐레이터가 바뀌었고 그만둔 큐레이터가 전달하지 않으면서 작품 설치할 수 있는 시간이 안됐다고 하는데, 나한테 이야기한 부분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김구림 작가는 "문체부에 항의도 했다"며 "건물에 손상이 오는 것이 아닌데, 어떻게 안되는지 난 도저히 이해가 안되고 현대미술관에서도 안된다고 하고, 문체부에서 해답을 안해준다"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우리나라 현대미술을 말살시키는 것 밖에 안된다. 문체부에선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난 모르겠다"며 "그런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문화, 예술을 지껄이는 거 자체가 들리지 않고 현대미술관을 근대미술관으로 바꾸는게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류지연 과장은 "전시가 공식적으로 확정된 것은 지난해 12월이고 몇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전시 관련 이야기를 했다. 출품작은 3월에 이야기가됐다"며 "작가께서 '현상에서 흔적으로'를 처음으로 제안한 건 6월20일(16차에 걸친 회의록 기록)이었다. 전시 오픈 전까지 두 달이 남은 상황에서 심의를 받는 것까지 촉박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다른 기회를 통해 선생님의 작품을 보여줄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미술관 측에 따르면 3월에 전시 개최 계획안에 출품작 220여점을 확정 지었다. 김구림 작가가 언급한 '그만둔 큐레이터'는 한시임기직으로 계약 완료로 퇴사했고 당시 작가는 담다 큐레이터에 미술관 묶는 작업을 말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김구림, 124초의 의미, 1969, 단채널 비디오, 컬러, 무음, 10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3.08.24 89hklee@newspim.com

이날 간담회는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와 규제와의 충돌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40년 전 작품을 재현할 수는 없는 2023년의 규제에 대해 김구림은 작가 정신으로 맞섰다. 문화재 보호를 위한 최소의 사회적 장치인 규제와 예술 활동의 사회적 가치를 칼로 무 자르듯 절대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다수를 이해시킬 수 있는 논의와 담론 구성이 필요한 상황으로 해석된다. 미술관 측도 추후 이 사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25일부터 내년 2월12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김구림'전을 개최한다. 1950년대부터 다양한 매체와 장르, 주제를 넘나들며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 실험미술의 선구자인 그는 이번 전시에서 비디오아트와 설치, 판화, 퍼포먼스, 회화 등 미술의 범주에서뿐만 아니라 무용, 연극, 영화,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펼쳐온 시간들을 만날 수 있다.

김구림은 경북 상주 출생으로 미술대학을 중퇴하고 1959년 대구 공회당 화랑에서 '김구림 유화개인전'을 개최하며 본격적으로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1960년대에는 섬유회사에서 기획실장으로 근무하며 영화 , 연극, 무용 등에 관해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1960년대 말에는 '회화 68', 'AG', '제4집단' 등 예술집단 활동을 주도하며 한국 최초의 일렉트릭 아트, 메일 아트, 실험영화, 대지미술, 해프닝 등을 발표했다.

이후 1973~1975년 일본에 머물며 사물과 시간의 관계성을 오브제와 설치작품, 판화 등을 탐구했다. 1970년대 전위적인 작품들은 제7회 '파리비엔날레'(1971), 제12회 상파울루비엔날레(1973), '김구림전'(도쿄 시로타 화랑, 1973), 제2회 국제 임팩트 아트 비디오-74(스위스 로잔, 1974) 등 해외 전시에서도 활발하게 소개됐다. 이후 1984년부터 미국에 머물며 상호모순적인 두 상태를 대비시키고 나아가 합일에 이르게 하는 '음과 양' 연작을 지속해서 선보였으며 1986년 브루스 나우먼과 함께 'Artistic License'(갤러리 뉴욕, 1986) 등의 전시에 참여하며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갔다.

89hk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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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中 특별교역국 박탈 가능성" [서울=뉴스핌] 박공식 기자 = 미국과 중국 사이에 자존심을 건 관세전쟁이 계속 고조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부여한 특별교역국(PNTR:Permanent Normal Trade Relations, 영구정상교역관계) 지위까지 박탈해 중국에 대한 관세를 평균 61%까지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무역전문가들을 인용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1월20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에게 중국의 특별교역국 지위와 관련한 입법적 조치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PNTR은 이전 '최혜국대우(most-favored-nation treatment)'로 불려진 것으로, 관세와 항해 등 양국간 관계에서 제3국에 부여한 조건보다 절대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하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가 교역의 일반원칙으로 지지하고 있다. 미국은 2000년 중국의 WTO 가입 전 중국에 PNTR 지위를 부여했다. 이후 중국의 대미수출은 급격하게 증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PNTR 지위 재검토 지시 이후 존 물레나 공화당 의원과 톰 스워지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23일 하원에 공정무역복원법안(Restoring Trade Fairness Act)을 공동발의했다. 물레나 의원은 하원 중국관련특별위원회의 공화당 의장을 맡고 있다. 상원에도 동시 발의된 법안은 중국과 정상교역 관계를 중단하고 관세를 5년간 35~100% 수준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슷한 법안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의회에서 발의됐지만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해 폐기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무역 전문가들은 민주 공화 양당 지지가 점점 확산돼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짐 루이스 부소장은 중국이 글로벌 무역규칙을 따르지 않아 PNTR 지위가 박탈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트럼프는 중국과 어떤 거래를 할수 있을지 지켜보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기업 컨설턴트와 법률가는 거래 기업들이 중국의 PNTR 지위 상실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급망을 중국 바깥(제3국)으로 이전하거나 외국인 직원을 귀국시키고 중국내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있다고 했다. 추가 관세 부담을 전가하기 위해 납품 계약 조건을 재협상하는 기업도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경제연구소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무역단체인 미중무역위원회(USCBC:U.S.-China Business Council)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PNTR 지위를 상실하면 연료를 제외한 모든 중국산 제품은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생산했더라도 관세가 현재 19%에서 평균 61%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USCBC는 "중국에 대한 PNTR 지위 박탈은 중국의 무역 관행을 바꾸는 수단으로 적절하지 않으며 미국이 가진 다른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현지시간 2월4일 0시1분을 기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10%가 발효되자 중국도 즉각 보복 관세 조치로 맞섰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최대 6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한편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선임연구원 데렉 시저스는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없이는 PNTR 취소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미국과 정상적 교역국 지위를 가지지 못한 나라는 쿠바와 북한, 벨라루스, 러시아 등 4개국 뿐이다.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항구에 접근하는 콘테이너 화물선 [사진=로이터] kongsikpark@newspim.com 2025-02-0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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