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특검법 통과, 잦은 개각 인사에 정·관가 어수선
태영 워크아웃 연쇄 악영향 등 경제 걱정거리 많아
한동훈 지핀 정치개혁 정책까지 이어져야
[서울=뉴스핌] 온종훈 정책전문기자= 자연의 변화와 관계없이 지금 우리 사회는 정치의 계절을 지나고 있다. 내년 4월 제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말한다.
정치의 계절은 국민 대다수의 실제 생활과 훨씬 밀접한 경제에는 좋지 않다. 그래서 선거가 없는 시기를 '골든타임'이라 부르며 경제살리기에 주력해야 한다는 논리가 한때 대통령실 등에서 제기됐던 적이 있다.
온종훈 정책전문기자 |
그러나 이는 일종의 형용 모순이고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유물이다. 양극단으로 갈라진 정치는 언제부터인가 일상화됐고, 자유민주사회에 사는 한 민주적 절차 과정인 선거를 부정할 수 없기때문이다.
내년 4월 선거를 앞둔 2023년 세모의 풍경이 더욱 그러하다. 정부쪽은 내년 선거에 출마하려고 장·차관과 대통령 비서진이 줄줄이 나가면서 인사에 함몰돼 어수선한 분위기다. 내년 예산안은 법정처리시한을 한참 지나 지각 통과됐다. 법무장관은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직행해 선거에 대비한 인선을 지휘하고 있다.
야당은 숫적 우세를 앞세워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방어하고 동시에 현직 대통령의 부인을 직접 겨냥한 이른바 '쌍특검법' 처리로 선거 직전 마지막 국회를 마무리하고 있다. '총선용 악법'이라는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불참한 가운데 거대야당 단독으로 강행처리했다.
문제는 이러한 소동과 소요를 불가피한 비용으로 치부하기엔 한국경제의 형편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쌍특검법' 이 국회에서 처리된 지난 28일 건설업계 도급순위 16위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 태영측이 안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잔액이 3조200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다.
더욱 심각한 것은 태영 이후의 벌어질지 모를 건설업계의 연쇄 부실 우려다. 9월말 기준 134조원대에 이르는 전체 PF 규모를 감안할 때 직접 시공, 시행 등에 나섰던 건설업계는 물론이고 자금을 조달해줬던 금융권의 연쇄 부실화가 발생할 수 있다.
거시적으로 봐도 세계경제는 그동안의 고금리·저성장 긴축환경에서 간신히 벗어나고 있지만, 한국경제는 반도체 등 주력산업분야에서 예전과 같은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요즘 관가에선 내년 경제정책방향의 핵심을 '역동경제'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어느 분야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선 '갑론을박'이다. 그만큼 아이디어도 없고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온통 내년 선거 얘기뿐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취임사에서 미래와 과거세력의 대결로 내년 선거를 규정하고 세대 교체를 모토로 내걸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그의 제안이 유권자들에게 먹힐 것을 우려해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결국 여야 어느쪽이 이기는 것과 무관하게 이번 선거에선 새로운 인물 선택지들이 우리 앞에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유감스러운 것은 인물의 교체만큼 중요한 정책의 변화에 대해서는 여야 어느쪽도 크게 관심이 없는 듯 하다는 점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이 인물의 교체와 함께 아이디어(정책)의 교체가 없으면 어떤 개혁도 결과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특히 한국경제가 안팎에서 도전받고 있는 지금같은 시기에 정책 결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번 총선에 임하는 여야는 정당이 정책의 방향(정강)과 구체적인 정책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결사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유권자도 사람만 보고 투표하지 말고 정당이나 후보가 지향하는 정책을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ojh11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