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서 '사법농단' '재판거래' 주장에 반박
강제동원 소송에 외교부 의견서 제출은 '적법 절차'
법원에 의견서 '실무적 초안' 전달 사실은 인정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강제동원 손해배상 소송 재상고심과 관련해 사법부와 박근혜 정부가 '재판거래'를 하는 등 사법농단을 자행했다는 의혹에 대해 "이 문제를 사법농단으로 정의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이날 "법원행정처가 삼권분립의 원칙에 반해 행정부와 여러 거래를 했기 때문에 사법농단 사건은 중요한 범죄 행위라고 평가해야 하지 않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 당시 양승태 사법부는 법관 해외 파견 확대 등을 위해 정부 희망대로 징용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 상대 손배소 재상고심 판결을 늦추는 과정에서외교부와 모종의 거래를 했으며, 그 과정에 조 후보자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외교부 2차관이었던 조 후보자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과 2015년부터 이듬해까지 수차례 만나 강제동원 재상고심과 관련된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검찰 공소장에 나와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01.08 leehs@newspim.com |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재상고심 판결을 늦추기 위해 외교부가 이른바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토록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조 후보자는 이 사건과 관련해 기소되지 않았다.
조 후보자가 이날 "사법농단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은 외교부가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한 것은 규정에 따라 이뤄진 것이므로 적법한 절차임을 강조한 것이다. 또 피해자 승소 판결이 확정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외교적 파장에 대해 외교부가 우려하고 대비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취지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법원행정처가 외교부 의견서 제출을 추진한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을 위반한 거래라고 질타했다. 전해철 의원은 "이건 중요한 범죄 행위라고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이 문제에 관해 법원행정처도 외교부가 하는 고민을 공유해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조 후보자는 또 "외교부가 가졌던 고민을 사법부도 공유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국익을 위해 어떻게 대응하는 게 합당한지 같이 고민을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법원행정처와 외교부가 수차례 만나는 등의 행동을 한 것이 부정한 범죄 인식 하에 진행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조 후보자는 "외교관계를 걱정하고 한일관계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게 어떻게 범죄 인식이냐"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 후보자는 외교부 의견서의 초안을 대법원에 전달한 사실이 있다고 시인함으로써 사전에 의견 교환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외교부가 의견서 초안을 법원 쪽에 건네 첨삭을 받은 것 아니냐는 질의에 "의견서의 형식과 구조에 관해 의견을 물었을 뿐"이라며 "아주 실무적인 차원에서 초안이 갔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앞서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외교부 의견서의 내용에 대해 법원과 협의 또는 조율한 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조 후보자는 또 한중 관계 회복을 위한 첫 단계로 한중일 정상회의를 조속히 개최하는 문제를 '장관 취임 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응 방도를 묻는 질문에는 "가능한 한 대중 의존도를 줄이고 중국과 공급망 협력을 다양하게 모색해 위험 리스크를 줄이는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추진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에 대해서는 조 후보자는 "개인적으로( 이 전 대통령의) 공이 과보다 많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선친(조지훈 시인)이 이 전 대통령의 행적에 비판하는 입장이었기에 역사적 화해라는 측면에서 아들인 제가 참여하는 것이 상징적일 것"이라며 "아버님이 살아 계셨다면 잘했다고 하셨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open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