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 간담회
콜옵션 행사 시 구체적 내역 공시 의무 부과
당국 "작년 40건 조사 결과 33명 경찰 이첩"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금융위원회가 전환사채 시장 문제점 개선을 위해 유관기관·학계와 손잡고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전환가액 조정 합리화와 유통공시 강화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됐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3일 오전 10시 한국거래소에서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 간담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을 포함해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한국경제인협회 등 기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연대호 KB증권 기업금융2본부장 ▲유무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이정수 서울대 교수 ▲정준혁 서울대 교수 등 학계·민간 전문가들도 다수 참석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01.23 mironj19@newspim.com |
김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전환사채는 콜옵션, 리픽스 조건 등과 결합돼 중소·벤처기업의 주요한 자금 조달 수단이 됐다"며 "일부에서는 전환사채의 이러한 특성을 악용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개세미나 등을 진행해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우선 금융위원회는 콜옵션 행사자 지정 시 공시 의무를 강화한다. 현재 전환사채 발행 시 콜옵션 행사자를 '회사 또는 회사가 지정하는 자'로 공시하고 있어 투자자의 정보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당국은 콜옵션 행사자 지정 시 구체적인 행사자·정당한 대가수수여부·지급금액 등에 대해 공시 의무를 부과할 계획이다.
발행회사의 '만기 전 전환사채' 취득에 대한 공시도 강화한다. 그간 만기 전 취득한 전환사채를 최대 주주에게 재매각한 후 주식으로 전환해 불공정거래에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만기 전 전환사채 취득에 대한 시장 감시를 강화하고, 투자자들에 만기 전 취득 사유·향후 처리 방안을 공시토록 할 예정이다.
동시에 투자자 보호를 위해 사모 전환사채 발행 시 사모 유상증자와 같이 발행 이사회 결의 후 납입기일 1주 전 주요 사항 보고서를 통한 공시 의무화도 추진한다.
당국은 이 자리에서 전환가액 조정 최저한도 예외 적용 사유와 절차를 합리화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시가 변동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 최저한도를 최초 전환가액의 70%로 제한하고 있는데, 기업 구조조정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 주주총회 특별결의나 정관을 통해 예외 적용을 허용한다.
그런데 자금조달·자산매입 등 불가피한 사유가 아닌 경우에도 최저한도 제한 규제를 어기는 사례가 적발됐다. 금융위원회는 이에 대해 "주주총회 동의를 건별로 구한 경우에만 전환가액 조정 최저한도에 대한 예외를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증자·주식배당 등으로 전환권의 가치가 희석되는 경우 희석효과를 반영한 가액 이상으로 전환가액 하향 조정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며, 사모 전환사채 전환가액 산정 기준일을 명확히 규율해 실제 납입일의 기준시가를 반영토록 개선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금융위원회는 전환사채시장 내 일어나는 불공정거래에 대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작년 1월에 집중 조사 계획을 발표하고, 총 40건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며 "총 14건에 대해서는 조사를 완료해 33명을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혐의로 경찰에 이첩했다"고 전했다.
이어 "향후에도 조사 진행 중인 사건들을 신속 처리하고 사모 전환사채와 관련된 불공정거래 혐의를 지속해서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tpoems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