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글로벌·중국 특파원

속보

더보기

"팁은 기꺼이 주고 싶은 만큼 주고 싶은데요"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최근 한국으로 돌아갈 지인과 식당에서 브런치를 먹고 마지막으로 대접하고 싶어 밥값을 계산하던 도중 무심히 터치스크린의 팁 화면에서 맨 왼쪽 옵션을 누르고 덜컥 놀랐다. 으레 가장 왼쪽 옵션이 가장 낮은 %의 팁이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것으로 생각했던 나는 이번엔 가장 높은 %의 팁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화면이 바뀌는 순간 깨달았다.

식당 서버가 유독 친절했다거나 우리 테이블이 서버에게 특별한 부담을 준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굳이 많은 팁을 주고 싶은 상황이 아니었다. 팁 옵션을 선택한 후 다음 화면에서 다시 팁 화면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스크린에 앞으로 돌아가는 화살표 따위는 없었다. 내가 계산을 마무리 짓기를 기다리고 있는 서버에게 차마 "팁을 잘 못 눌렀어"라고 말하기는 왠지 미안했다. '몇 달러 차이 나지 않았을 거야'라는 마음으로 식당을 나왔지만 뭔가 당한 것 같은 느낌을 지우기가 어려웠다.

화면의 숫자를 꼼꼼히 확인하지 않은 내 탓이긴 하지만, 식당이 과연 순수하게 아무런 의도 없이 맨 왼쪽 옵션에 가장 높은 %의 팁을 배치해 놓은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쁘게 팁을 내고 나가려는 순간, 습관처럼 맨 왼쪽 옵션을 택하는 고객들이 계획보다 많은 팁을 낼 것을 노린 것 같았다.

팁 문화는 미국에서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미국의 팁플레이션(Tipflation)은 이 같은 오랜 문화에 대한 반발로 이어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미국의 많은 식당들이 터치스크린 계산 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화면에 18%를 가장 낮은 팁 옵션으로 배치하는 일도 크게 늘면서 부담을 호소하는 현지인들이 많다. 내가 선택할 팁을 받게 될 서버가 지켜보는 앞에서 낮은 팁을 선택하거나 굳이 커스텀(custom) 메뉴로 들어가 계산을 해 원하는 만큼만 팁을 주는 것이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이를 '죄책감에 팁 주기'(guilt tipping)라고 부른다.

페이먼트 터미널과 팁 유리병.[사진=블룸버그]2024.02.13 mj72284@newspim.com

지난해 10월 미국 대출업체 랜딩트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60%의 미국인은 최근 자신들이 팁을 더 많이 주고 있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이들 중 다수가 자발적이 아닌 억지로 팁을 더 많이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응답자 중 25%는 팁 옵션이 눈앞에 제시될 때 항상 압박을 느낀다고 밝혔으며 42%는 가끔 압박을 느낀다고 답했다. 랜딩트리의 맷 슐츠 수석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결제 스크린에서 팁 옵션이 뜨면 초조함과 스트레스를 주고 '죄책감에 팁 주기'에 직면하게 된다"며 "이것은 모든 장소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이것에 점점 더 피곤해한다"고 설명했다. 슐츠 애널리스트는 사람들이 못된 사람이나 구두쇠로 보이고 싶지 않다는 점을 식당들이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팁 부담은 점점 더 다양한 방식으로 가중되고 있다. 이미 임의로 팁을 더했으면서도 팁에 빈칸을 남겨둬 꼼꼼히 계산서를 읽지 않으면 '이중으로 팁을 주는 일'(double tipping)도 적지 않다. 반드시 팁을 주지 않아도 되는 테이크 아웃용 커피 주문이나 빵 가게에서 빵을 살 때도 팁 옵션을 보여주는 곳이 많아 팁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여행객은 헷갈릴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팁플레이션에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 미네소타, 몬태나, 네바다, 오리건, 워싱턴에 이어 워싱턴D.C.도 팁을 받는 노동자의 최저 임금을 팁을 받지 않는 노동자의 그것과 일치시켜 한 개의 최저 임금만을 적용하기로 했고 뉴욕시 역시 이 같은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즉 '팁 크레딧'(tip credit)을 폐지하려는 것이다. 팁 크레딧을 적용하는 지역에서는 식당 주인이 팁을 받는 노동자의 최종 수입이 최소 각 지역의 최저 임금과 일치할 수 있는 임금을 제공한다. 뉴욕시의 경우 팁을 받는 노동자에 적용되는 최저 임금은 시간당 10.65달러인데, 이는 직원이 팁을 받을 경우 뉴욕시의 최저 임금 16달러와 같거나 이를 초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런데 이 같은 팁 크레딧이 폐지되고 식당 주인이 직원에게 기본 최저 임금을 줘야 하면 결국 메뉴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고객들이 내는 팁도 함께 올라갈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욕시 접객연맹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뉴욕시 식당 주인 95%는 팁 크레딧을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밝혔으며 76%는 이 제도가 폐기되면 메뉴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답했다. 67%는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원을 해고하겠다고도 했다.

한때 미국의 팁 문화를 좋아한 적도 있었다. 서비스를 받은 만큼 보상을 하기도 하고 직원의 친절함에 고마운 마음을 전할 수 있어서다. 아니면 개인의 특별한 날을 기념할 수도 있다. 

이달 미국에서는 미시건주 벤턴 하버의 메이슨 자 카페에서 아침 식사 32달러어치를 하고 1만 달러의 팁을 놓고 간 손님이 화제가 됐다. 신상이 알려지지 않은 이 손님은 친구의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그를 기리기 위해 이 카페에 1만 달러의 팁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식당에서 일하던 8명의 직원은 각 1250달러씩 팁을 나눠 가졌다. 식당의 한 직원은 이달 기대치 않게 많은 수입이 생기자 학자금을 더 갚을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팁은 이렇게 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평생 식당에서 누군가처럼 1만 달러의 팁을 줄 일은 없을 것 같지만, 기분 좋은 서비스를 받거나 기념하고 싶은 어느 날엔 기꺼이 두둑한 팁을 줄 수 있는 마음이 이렇게 여러 번 반강제로 내 머릿속 숫자와 다른 팁을 낸 후에도 남아 있을까.

 

mj72284@newspim.com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애플 폴더블 출격에 삼성 '흔들'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애플이 올 하반기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를 예고하면서,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14일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북미 폴더블 시장이 전년 대비 48% 성장하는 가운데, 애플이 점유율 46%를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북미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전망 [사진=카운터포인트리서치]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지난해 51%에서 올해 29%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이 프리미엄 시장과 기존 아이폰 사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수요를 흡수하면서 경쟁 강도가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응해 화면을 넓힌 '와이드형' 갤럭시 Z 폴드 등 라인업 확장을 준비하고 있지만, 애플의 본거지인 북미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는 부담이 따를 것이라고 봤다. 삼성전자는 오는 7월 새 폴더블 시리즈 공개를 앞두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애플의 진입이 폴더블 시장 확대와 동시에 기존 안드로이드 수요 일부를 흡수할 것으로 전망했다. syu@newspim.com 2026-04-14 17:23
사진
김건희, 尹 대면 법정서 증언 거부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김영은 기자 = 김건희 여사가 1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무상 제공' 의혹 재판에 출석해 윤 전 대통령과 처음으로 법정에서 대면했다. 김 여사는 증인 선서를 마친 직후부터 증언을 거부했고, 윤 전 대통령은 옅은 미소를 띤 채, 김 여사를 바라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과 명태균 씨 사건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김 여사는 이날 오후 2시 8분께 검정색 수트를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윤 전 대통령은 증인석에 착석한 김 여사를 확인하고, 증인 선서를 이어가는 김 여사를 지그시 바라봤다. 김건희 여사가 1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무상 제공' 의혹 재판에 출석해 윤 전 대통령과 처음으로 법정에서 대면했다. 사진은 지난 8월 김 여사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후 김 여사는 오후 2시 11분께부터 증언을 거부하는 입장을 보였다. 윤 전 대통령은 옅은 미소를 유지하며 김 여사를 바라봤다. 이번 공판에서는 김 여사와 함께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김 여사는 같은 해 8월 각각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과 김건희 특별검사팀(특별검사 민중기)에 의해 구속기소됐다. 이후 두 사람은 별도로 수감돼 재판을 받아오면서 법정에서 직접 마주한 적은 없었다. yek105@newspim.com   2026-04-14 14:53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