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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어사전 [ 5 겨울바다 ]

기사입력 : 2024년02월21일 10:00

최종수정 : 2024년02월21일 10:00

잿빛 겨울바다는 삶과 죽음의 경계
누군가에게는 거칠지만 소중한 삶의 터전
수 많은 연인들이 걸었던 철 지난 바닷가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2024.02.21 oks34@newspim.com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검푸른 바닷가에 비가 내리면/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이오/ 그 깊은 바다 속에 고요히 잠기면/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었소.'- 김민기 '친구'중에서.

우리 시대의 음유시인 김민기는 검푸른 바다에서 삶과 죽음을 마주했다. 바다는, 특히 겨울바다는 모든 것의 경계에 있다. 하늘과 땅의 경계, 빛과 어둠의 경계 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 겨울바다가 있다. 때로는 울부짖고, 때로는 출렁이면서 오랜 세월을 견뎌왔기에 바다는 철학자를 닮아 있다.

[서울 = 뉴스핌] 성난 파도의 기세를 꺾을 수 있는 인간은 없다. 하여, 바다 앞에서는 누구나 겸손해진다. [사진 = 양재명 작가 제공] 2024.02.21 oks34@newspim.com

그래서 사람들은 춥고 황량한 겨울바다에 간다. 그 경계에 서서 수평선을 바라보면 겸손해지고 관대해진다. 아등바등 싸우면서 살아온 저자거리의 시간들이 부질없어 지기도 한다. 수녀시인 이해인은 '내 쓸모없는 생각들이 모두/ 겨울바다 속으로 침몰해 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도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일 때/ 바다를 본다'('겨울바다' 중에서)라고 썼다.

누군가에게 겨울바다는 삶의 터전이다. 새벽이면 고깃배를 타고 항구를 떠나서 먼 바다로 나가야 한다. 그곳에서 대방어와 숭어와 우럭, 고등어를 건져올린다. '물새들이 날개를 접고 엎드려/ 미친 바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세월의/ 우리들의 모습도 바로 저러했을까'(신경림 '겨울바다 2-다시 격포에서'중에서)라는 시처럼 성난 겨울바다 앞에서는 누구나 순해진다. 바다 위로 폭설이라도 퍼붓는 날이면 그 장엄한 풍경 앞에서 무너지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어부들은 쉽사리 곁을 주지 않는 바다에 순응하면서 살아간다.

[서울 = 뉴스핌] 겨울바다 앞에서 우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생각한다. [사진 = 양재명 작가 제공] 2024.02.21 oks34@newspim.com

겨울바다는 사랑과 이별의 경계가 되기도 한다. 수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바닷가를 거니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 바다에서 누구나 마음이 출렁인다. 그래서인가. 마음을 흔드는 노래도 많다.
'겨울 바다 나가봤지 잿빛 날개 해를 가린/ 갈길 잃은 물새 몇이 내 손등 위에 앉더군/ 길고 긴 갯벌 위엔 흩어진 발자국만/ 검푸른 겨울 바다 하얀 해가 울더니/ 노란 달이 어느 창에 내 눈길로 나를 보네.'
그룹 사랑과 평화의 최이철이 만든 '겨울바다'는 김현식과 이승철이 리메이크 하여 더욱 유명하다. 김현식의 노래가 처연한 바다를 불러낸다면 이승철은 청량감 넘치는 바다를 소환한다.

그룹 푸른하늘의 '겨울바다'도 우리에게 친숙하다. 멤버인 유영석이 중학교 3학년 때 작사·작곡한 노래로 그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다.
'너에게 있던 모든 괴로움들은/ 파도에 던져버려 잊어버리고/ 허탈한 마음으로 하늘을 보라/ 너무나 아름다운 곳을/ 겨울 바다로 그대와 달려가고파.'
교회에서 만난 여학생을 짝사랑 했지만 끝내 이루지 못한 슬픔을 담았다. 다소 치기어린 가사지만 사랑 앞에서 누구나 유치해 지기에 전혀 어색하지 않다. 1988년 데뷔앨범으로 발표된 이래 겨울이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스테디송이다.

얼마전 작고한 김남조 시인은 겨울바다에 지분을 갖고 있다. 많은 이들이 겨울바다 앞에서 그의 시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혼령(魂靈)을 갖게 하소서'('미지의 새'중에서)라는 시구에서 삶에 대한 깊이가 느껴진다.

[서울 = 뉴스핌] 때로는 태양이 빛나는 바다보다 철지난 바닷가가 더 그리워진다. [사진 = 오광수 기자] 2024.02.21 oks34@newspim.com


소설가 최인호와 가수 송창식 콤비가 젊은 시절 남긴 바다에 대한 헌사도 겨울바다 앞에서 빼놓을 수 없다.
'철 지난 바닷가를 혼자 걷는다 / 달빛은 모래 위에 가득하고/ 불어오는 바람은 싱그러운데/ 어깨 위에 쌓이는 당신의 손길/ 그것은 소리 없는 사랑의 노래/ 옛일을 생각하며 혼자 듣는다.'
최영호 작사로 발표된 '철지난 바닷가'는 '고래사냥', '밤눈','꽃, 새, 눈물'과 더불어 소설가 최인호와 합작한 명곡이다. 통기타와 청바지, 생맥주로 정의된 70년대 청년 세대의 선두주자였던 송창식과 최인호는 젊고 발랄한 감성으로 서정의 정점을 보여준다.

[서울 = 뉴스핌] 많은 드라마의 주언공들은 왜 틈만 나면 바닷가를 찾을까. 그 해답은 겨울바다에 있다. [사진 = 오광수 기자] 2024.02.21 oks34@newspim.com

이제 곧 봄이다. 봄바다는 겨울바다와 사뭇 다르다. 겨울바다가 차가운 이성의 바다라면, 봄바다는 따스한 감성의 바다다. 오늘 그 경계에 우리가 서 있다.

oks3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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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헌법' 개정해야 한다 58.3% [서울=뉴스핌] 이바름 기자 = 국민 10명 중 5명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를 담은 헌법 개정 이후 37년간 유지돼 온 우리나라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응답한 여론조사 결과가 28일 나왔다.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25일~26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조사 결과 '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58.3%, '개정할 필요가 없다'는 26.2%, '잘모름'은 15.5%로 나타났다. 지지정당별로 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은 82.0%가 '개정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잘모름'이 10.5%, '개정할 필요가 없다'는 7.6%였다. 국민의힘 지지자들 가운데서는 '개정할 필요가 없다'가 55.4%, '개정해야 한다' 27.0%, '잘모름'은 17.6%로 조사됐다. 조국혁신당 지지자들은 '개정해야 한다' 86.8%, '개정할 필요가 없다' 7.1%, '잘모름' 6.2%였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정해야 한다' 56.2%, '잘모름' 22.7%, '개정할 필요가 없다' 21.0%로 집계됐다. 진보당 지지자들은 '개정할 필요가 없다' 45.5%, '개정해야 한다' 35.6%, '잘모름' 18.8%였다. 무당층은 '개정해야 한다' 59.1%, '잘모름' 26.1%, '개정할 필요가 없다' 14.8%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광주·전남·전북에서 헌법 개정 의지가 강했다. 광주·전남·전북은 69.2%가 '개정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개정할 필요가 없다'는 21.2%, '잘모름'은 9.6%였다. 이어 강원·제주는 '개정해야 한다' 63.2%, '잘모름' 22.8%, '개정할 필요가 없다' 14.1%였다. 부산·울산·경남도 '개정해야 한다'가 62.2%로 과반을 차지했다. '개정할 필요가 없다'는 24.2%, '잘모름'은 13.6%로 조사됐다. 경기·인천은 '개정해야 한다' 61.1%, '개정할 필요가 없다' 24.5%, '잘모름' 14.4%로 응답했다. 서울은 '개정해야 한다' 57.4%, '개정할 필요가 없다' 27.0%, '잘모름' 15.5%였다. 대전·충청·세종은 '개정해야 한다' 46.4%, '개정할 필요가 없다' 29.8%, '잘모름' 23.8%로 답변했다. 전국에서 헌법 개정 필요성 응답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대구·경북으로 '개정해야 한다' 44.9%, '개정할 필요가 없다' 39.6%, '잘모름' 15.5%로 조사됐다. 연령별로 보면 중장년층에서 헌법 개정 필요성에 공감했다. 40대는 68.8%가 '개정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개정할 필요가 없다'는 16.2%, '잘모름'은 15.0%였다. 60대는 64.0%가 '개정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개정할 필요가 없다'는 26.3%, '잘모름'은 9.7%로 집계됐다. 50대는 '개정해야 한다' 62.7%, '개정할 필요가 없다' 22.8%, '잘모름' 14.5% 순이었다. 30대는 '개정해야 한다' 55.3%, '개정할 필요가 없다' 31.8%, '잘모름' 12.9%로 답변했다. 만18~29세는 '개정해야 한다' 53.1%, '개정할 필요가 없다' 27.4%, '잘모름' 19.5%였다. 70대 이상은 '개정해야 한다' 41.5% '개정할 필요가 없다' 36%, '잘모름' 22.5%로 전 연령 가운데 유일하게 '개정해야 한다'가 과반을 차지하지 못했다. 국정 지지별로는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자 중 74.9%가 '개정해야 한다'고 답변했으며 '잘모름'은 13.3%, '개정할 필요가 없다'는 11.9%로 나타났다. 반면 '잘하고 있다'는 응답자 중에서는 62.5%가 '개정할 필요가 없다'고 대답했으며 '개정해야 한다' 18.8%, '잘모름' 18.7%였다. 성별로는 남성은 '개정해야 한다' 65.8%, '개정할 필요가 없다' 29.5%, '잘모름' 15.5%로 조사됐다. 여성은 '개정해야 한다' 50.9%, '개정할 필요가 없다' 29.5%, '잘모름' 19.6%로 나타났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흔히 '1987년 체제'로 불리는 현행 헌법은 40년 가량 시간이 흐르면서 승자독식과 패권정치의 극심한 부작용으로 인해 개헌에 대한 정치권과 국민적 공감대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보수와 진보 지지층에서 헌법개정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 향후 헌법 개정 논의시 상당한 진통을 겪을 수도 있음을 보여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 할당 추출 방식으로 추출된 표본을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3.5%, 신뢰수준은 95%, 표본 오차는 ±3.1%p다. 통계보정은 2024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셀가중)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right@newspim.com 2024-11-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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