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글로벌 글로벌경제

속보

더보기

[기자수첩] 코코아 없는 초콜릿

기사입력 : 2024년04월11일 15:49

최종수정 : 2024년04월11일 15:52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시중에 파는 과일 주스 제품 중에는 과즙 함량이 몇 퍼센트에 불과한 '설탕물'이 많다. 소비자들이 값비싼 착즙 100% 제품을 선호하는 이유다. 조만간 초콜릿도 코코아 향만 낸 제품으로 둔갑할 처지에 놓였다.

초콜릿의 주된 원료가 되는 코코아 선물 가격은 4년 연속 강세다. 지난해 10월 톤(t)당 3000달러 선을 유지하던 코코아 선물 가격은 올해 들어 고공 행진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코코아 선물 가격은 톤당 1만 80달러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10일(현지시간) 현재 미국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5월 인도분 코코아 선물 가격은 톤당 1만 547달러로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최원진 국제부 기자

전 세계 코코아의 약 70%는 서아프리카에서 공급하는 데 생산 1·2위국 ▲가나 ▲코트디부아르가 차지하는 비중만 50%가 넘는다. 최근 몇 년 동안 기후변화에 따른 잦은 가뭄과 엘니뇨(해수 온난화 현상)로 병충해가 덮쳐 생산량이 줄고 있다. 1위국 가나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올해 6월까지인 2023~2024년 수확철 카카오 수확량은 직전년 65만톤에서 42만2500톤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생산량만 줄었다면 이만큼 가격이 뛰지 않았을 것이다. 시장 구조가 진짜 문제다. 코코아는 다른 작물들과 달리 수백만 명의 소작농이 세계 전체 공급의 70%를 생산한다. 가나, 코트디부아르 등 서아프리카 국가들은 코코아 수출을 오랫동안 국가사업으로 관리하며 매년 수확기 전 농장 수매 가격을 결정해 농부들로부터 카카오를 강제 수매한다. 이렇게 수매된 카카오는 국영 가공업체들이 코코아매스로 가공해 네슬레, 카길 등 글로벌 식품기업에 납품한다.

그해 수확량에 상관없이 선계약된 가격에 정부에 카카오를 조달해야 하니 농부들은 시장 가격에 훨씬 못 미치는 수입을 받는다. 영세농들은 병충해에 약을 쓰거나 비료를 뿌릴 여력이 없다. 농장 설비 투자는 고사하고 새로운 나무 심기도 벅차다.

수확량 급감에 기업들 납품 일자를 맞춰야 하는 가공 업체들은 농가에 프리미엄 가격을 붙여 카카오를 수급하고 있지만 한계에 부딪혔다. 일부 가공업체들은 카카오 구매를 하지 못해 공장 문을 닫는 지경이다. 비싼 가격에 작물을 팔기 위해 농부들은 이웃 국가로 밀매도 한다. 지난해 9월 시작한 수확철 가나에서 유출된 카카오는 25만톤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보다 10만톤 증가한 밀반출 규모다.

기후변화와 시장구조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없는 문제여서 전 세계 초콜릿 사랑이 급격히 시들지 않는 한 공급과 수요 불균형에 따른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JP모간은 "시장 구조가 주도한 공급 문제가 건조한 날씨로 인해 악화한 것"이라며 "코코아는 재배자가 매우 높은 가치의 상품을 생산하지만 실제 가치사슬에서 매우 낮은 몫을 받는 시장이다. 결과적으로 나무를 다시 심는 재식률이 매우 낮아 코코아 나무가 늙어가는 악순환"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자 초콜릿 업계는 비상이다. 일단 업계는 고물가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을까 가격 인상은 최대한 미루고 있다. 대신 가격은 그대로 두고 제품 용량을 줄이는 판매 방식인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을 택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순수 초콜릿 제품 대신 코코아 사용량이 적은 과일과 견과류를 넣은 그래놀라 바 제품을 내놓거나 기존 제품에는 초콜릿 코팅을 줄여 판매하고 있다.

올해 1월 네슬레는 영국에서 초콜릿 함량이 기존 제품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적은 신제품을 출시했고, 허쉬는 '초콜릿 프로스티드 도넛 킷캣' 제품의 초콜릿 코팅을 절반으로 줄였다. 코코아버터 대신 팜유 등 식물성 대체제를 쓰는 업체도 늘고 있단 전언이다.

아직 코코아버터 대체제 사용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네슬레의 마크 슈나이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기자회견에서 "코코아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레시피와 초콜릿 맛을 타협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언제까지고 제품 용량만 줄일 순 없을 것이다. JP모간 등은 코코아 인플레이션이 최소 향후 1~2년 동안 지속될 현상이라며 가격 인상은 시간문제라고 말한다. 

코코아 수급 불균형이 장기화한다면 코코아 함량이 한 자릿수인 향만 입힌 초콜릿을 먹게 될지 모르겠다. 가격 인상으로 초콜릿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기호 식품에서 사치품이 되진 않을까. 국내외 업계의 동향에 귀추가 주목된다.

wonjc6@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외교부 1차관 인사 충격파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국장급에서 일약 차관으로 직행한 박윤주 외교부 1차관 임명에 외교부가 술렁이고 있다. 외교부 조직과 인사를 총괄하는 책임자인 1차관에 현재 실장급(1급)보다 후배 기수인 박 차관을 전격 기용한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 중이다. 이번 인사는 파격을 넘어 충격에 가깝다. 박 차관은 전임 김홍균 1차관보다 외무고시 기수로 11기 아래이며 나이도 9살이나 어리다. 박 차관이 미국 관련 업무를 오래했다고는 하나 본부 주요 국장도 거치지 않았고 공관장도 특명전권대사가 아닌 총영사를 지냈다. 기수나 나이, 경력 모든 면에서 전례가 없는 인사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박윤주 신임 외교부 1차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 첫 출근을 하고 있다. 2025.06.11 gdlee@newspim.com 퇴직한 외교관 출신의 한 인사는 "차관이 실장보다 후배였던 경우는 외교부 역사상 한 번도 없었다"면서 "이 정도 인사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보성 출신인 박 차관은 민주당 정부에서 요직을 거쳤다. 노무현 정부 출범 때 정권인수위원회를 거쳐 이종석 당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밑에서 일했다. '자주파·동맹파 파동'으로 외교부 북미국장에서 물러난 위성락 현 국가안보실장도 당시 NSC에서 함께 일했으며, 위 실장이 주미 대사관 정무공사일 때도 워싱턴 공관에서 함께 근무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북미국 심의관과 인사기획관을 거쳐 애틀랜타 총영사로 임명됐지만, 1년여 만에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교체됐다. 외교부가 술렁이는 이유는 단순히 의외의 인물이 발탁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박 차관 임명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전례없는 파격 인사로 조직에 충격을 가하고 강도 높은 조직 개편과 체질 개선을 추진하기 위한 인사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는 민주당 정부가 집권했을 때마다 개혁의 대상이었으며, 실제로 외교부를 '손보려는' 시도도 자주 있었다. 노무현 정부때는 중앙인사위원회·행정자치부 출신의 차관을 임명해 조직 개편을 시도했고, 문재인 정부 때는 주미 대사관의 한·미 정상통화 유출사건을 계기로 외교부 내 '친미 라인'을 제거하기 위해 과도한 징계를 가해 물의를 빚은 적도 있다. 외교부의 한 중견 간부는 "이번 차관 인사가 태풍의 전조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외교부 내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박 차관 임명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신선한 충격으로 작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opento@newspim.com 2025-06-11 16:23
사진
[이재명의 사람들]김현지 총무비서관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1주일이 지난 가운데 비서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급 인선도 추가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이재명 대통령 인선의 핵심은 '실용'이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발해야 하는 정부인 만큼 기존에 손발을 맞춰온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등용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경기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때부터 호흡을 맞춰온 성남·경기라인 인물들은 정부 요직에 내정됐다. 대표적인 인물이 총무비서관으로 내정된 김현지 전 보좌관이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 전 보좌관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이던 때 시민운동을 하면서 인연이 닿았다. 대학 졸업 직후인 1998년 당시 변호사이던 이 대통령이 설립을 주도한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으며 이곳에서 집행위원장, 사무국장 등을 거쳤다. 이 대통령이 정치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던 성남시립병원 설립 운동도 함께했다. 성남시립병원추진위원회에서 사무국장을 역임한 것. 이후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에도 시민운동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2011년 성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환경·도시 전문가 등이 주축이 된 민관 협력 기구 '성남의제21'에서 사무국장으로 활동했다. 그러다 이 대통령이 2018년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후에야 도청 비서관직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이 대통령을 보좌하기 시작했다. 김 전 보좌관은 '그림자 보좌'로 유명하다. 본인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성향이다. 시민운동가로 활동할 때는 지역 언론 인터뷰에도 응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이 대통령이 국회에 입성한 이후에는 언론 노출을 지양해왔다. 또한 김 전 보좌관은 이 대통령에게 직언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김 전 보좌관은 리스크 관리를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은 사전에 차단하려고 하고 조심성이 강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던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각각 대장동 사건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등으로 사법리스크에 휘말리면서 당직을 내려놓은 영향도 있다. 김 전 보좌관이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의 자리를 대체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김 전 보좌관이 맡게 될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실 예산을 총괄하는 직책으로 공무원 직제상 1급에 해당한다. 특히 대통령실 2급 이하 행정관 등 실무진 인사에 관여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수석급 인선에는 강훈식 비서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강유정 대변인 등 비교적 친명(친이재명) 색채가 옅은 통합형 인재를 등용하는 한편 실무라인에는 김 전 보좌관처럼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복심'들을 배치하고 있다. 대통령실 1부속실장에 내정된 김남준 전 당대표 정무부실장, 의전비서관의 권혁기 당대표 정무기획실장, 인사비서관의 김용채 전 보좌관 등이 대표적이다. 원외에서 이 후보를 후방지원한 더민주전국혁신회의 핵심인물들도 이재명 정부에서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윤용조 혁신회의 집행위원장은 대통령 국가안보실 비서관으로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강위원 혁신회의 상임고문은 전남 경제부지사에 내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 정부와 더 긴밀히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heyjin@newspim.com 2025-06-11 17: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