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들롱, 맷 데이먼을 잇는 넷플릭스의 '리플리' 시리즈
'쉰들러 리스트' 감독 치정극 벗어나 범죄물로 리메이크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가난한 집안 출신의 톰 리플리는 뉴욕에서 시시콜콜한 사기행각으로 먹고 산다. 그런 그에게 고교동창 디키의 아버지가 나타나 이탈리아에서 무위도식하는 아들을 데려오면 5천불을 주겠다는 제안한다. 사실은 디키와 아는 사이도 아니지만 막막한 현재의 삶을 벗어나고 싶은 톰은 이탈리아로 향한다. 이탈리아에서 디키를 만난 톰은 그와 함께 머물면서 모자랄 것 없는 그의 삶을 동경하게 된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넷플릭스 8부작 시리즈 '리플리 : 더 시리즈'. 2024.04.23 oks34@newspim.com |
어느 날 디키는 톰에게 애인 마지와 함께 보트여행을 가자고 제안한다. 부잣집 아들로 거칠 것 없이 살아온 디키는 사사건건 톰을 무시한다. 그가 보는 앞에서 애인 마지와 애정행각을 벌이고, 톰을 구명보트에 매단 채 달리기도 한다. 결국 톰은 마지가 없는 틈을 타서 디키를 살해한다. 톰은 디키의 신분증명서를 위조하여 그의 부와 이름을 차지한다. 또 그의 애인 마지까지 자신의 여자로 만든다. 그러나 그런 평화가 오래 지속될 리 없다. 어느날 보트에서 일광욕을 즐기던 톰에게 경찰의 전화가 걸려온다.
넷플릭스에서 8부작 시리즈로 공개한 '리플리: 더 시리즈'(연출 스티븐 제일리언)는 영화팬이라면 익숙한 스토리일 것이다. 프랑스의 미남배우 알랭 들롱의 고전명작 '태양은 가득히'(1960)와 같은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태양은 가득히'에서 눈부신 햇살 아래 이탈리아 앞바다에서 보트를 몰던 알랭 들롱의 우수에 찬 눈빛을 기억할 것이다. 1999년 맷 데이먼이 톰으로 출연한 영화 '리플리'도 같은 원작으로 제작되었다. 위의 세 작품 모두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1955년 범죄 스릴러 소설 '재능있는 리플리'를 원작으로 한다. 스스로 지어낸 거짓말을 현실이라 믿어버리는 '리플리 증후군'도 이 작품에서 유래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알랭 들롱 주연 영화 '태양은 가득히'도 '리플리 : 더 시리즈'와 같은 원작으로 제작되었다. 2024.04.23 oks34@newspim.com |
이번에 공개된 시리즈에서는 앤드루 스콧이 톰 역을 맡았다. 이탈리아 아말피의 대저택에서 살아가는 디키 그린리프는 조니 플린이, 애인 마지는 다코타 패닝이 출연한다. 드라마는 전작들과 달리 흑백으로 제작됐다. 작열하는 이탈리아 해변의 풍광을 총천연색으로 담아낸 전작들에 비해 오히려 클래식해졌다. 그러나 한 장면 한 장면 잘 찍은 흑백 사진처럼 미장센이 뛰어나다. 흑백으로 표현된 이탈리아 해변의 풍광이나 거리 풍경 등은 장면 장면이 마치 잘 찍은 흑백사진 같다. 스티븐 자일리안 감독의 대표작 '쉰들러 리스트'를 연상케 한다. 또 전작들과 달리 대사를 대폭 줄이고, 음악도 단순화 했다. 오로지 주인공들의 심리변화를 따라가면서 드라마적인 재미를 즐기라고 얘기하는 듯하다. 다만 전개가 빠른 드라마에 익숙해져 있는 최근의 트렌드를 감안한다면 8부작의 분량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1999년작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 '리플리'. 2024.04.23 oks34@newspim.com |
현대인들은 누구나 리플리 증후군을 작고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플리 : 더 시리즈'는 좀더 범죄물에 가깝게 포장하면서 한편으로는 리플리 증후군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감독은 톰의 독백 등을 통해 누구나 마음 속에 숨겨놓은 욕망을 한 번쯤 꺼내들고 되돌아 보게 만든다. 한 번쯤 묵직하면서도 예술적 향기가 가득한 범죄스릴러에 빠져보고 싶다면 '리플리 : 더 시리즈'는 권해도 좋을 매력적인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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