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환율 등 '복병' 많아 성장세 지속할까 의문
"건설 호조, PF사태로 언제든 악화될 수 있다 우려"
수출 증가, 반도체·휴대폰 등 일부 기업 부문 제한
[세종=뉴스핌] 온종훈 정책전문기자 = 한국 경제가 올해 1분기에 1.3% '깜짝 성장'을 했는데도 실제 체감하기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은행은 25일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전기대비 1.3%로 집계됐다고 속보치를 발표했다. 2021년 4분기(1.4%) 이후 줄곧 0%대 성장에 머물다가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전년 동기로도 3.4%이고 미국 등에서 사용하는 연율(연간성장률로 환산)로 하면 5%대가 넘으니 수치로만 보면 경기가 확실히 반등하는 모습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중동 분쟁의 향후 전망 및 대응방향, 글로벌 공급망 재편 대응전략 등을 논의했다. 2024.04.25 yooksa@newspim.com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수출호조에 더해 소비, 건설, 투자 등 내수 반등이 골고루 기여한 균형 잡힌 회복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교과서적인 성장경로로의 복귀'"라며 한국경제의 '청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실제 경기와 체감경기가 다른 이유를 전문가들은 고물가와 고환율 등 불안한 가격 변수들과 여기에 맞물려 이같은 성장세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겹쳐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은 경제연구원장을 지낸 박양수 대한상의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은 "1분기 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건설투자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가 언제든지 악화될수 있다고 경제주체들이 우려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또 "수출 호조도 글로벌 반도체 경기 반등 등 IT분야에서 주도했는데 이것 역시 대기업 등 일부 분야에 제한적이고 중동사태 등 대외 불안변수들이 상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날 한은이 따로 발표한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 조사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 업황 BSI는 전월보다 불과 2포인트(p) 상승한 71에 그쳤다.
BSI는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돼 기업들이 느끼는 주관적 경기체감지수를 의미하는데 기준선인 100에는 훨씬 못미치는데다 지난 2월 3년5개월만에 최저수준인 68까지 갔다가 소폭 상승한 데 그쳤다. 이는 또 장기평균(77)에도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마저도 제조업 업황 BSI에서 대기업(+3p)과 수출기업(+5p)은 상승했으나, 중소기업(-1p)과 내수기업(-1p)은 내렸다. 5월 업황에 대한 전망 BSI도 전월보다 2p 오른 77p에 그쳤다.
경제주체인 개인 입장에서는 최근 물가 불안은 경기 반등을 못 느끼게 하는 직접적 요소다. 경제 성장이 일부 분야나 부문에 제한적 인데다 "봉급 빼고 모든 다 오른다"(에브리씽 랠리)는 물가 불안은 지출비용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 소비자물가는 지난 1월 2.8%였다가 2월 3.1%로 올랐다가 3월 3.1%대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4월 들어 돌발한 중동사태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 중이고 원·달러 환율도 올라가 당분간 3% 아래로 떨어지기 힘들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지난 2월 배럴당 80.9달러에서 3월 84.2달러, 지난 17일 90.1달러까지 갔었다가 24일 기준으로 86.95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국내의 주유소에서 휘발유의 리터당 평균 가격은 지난 2월 평균 1614원에서 3월 1639원, 17일 1699원까지 상승했었다.
원·달러 환율도 3월말 달러당 1346원이었으나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지난 16일 1394원까지 갔다가 최 부총리와 미국, 일본 재무장관과 공동 구두개입으로 1400원선이 넘는 것을 간신히 막았다.
이날 오후 2시 현재 달러당 1377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고환율은 수입물가에 직격이기 때문에 물가 불안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ojh11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