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안보·국방 분야 영향 촉각
호사카 교수 "美日 안보조약은 불평등
美에 더 요구 주장…한미일 협력 우려"
박영준 교수 "윤석열·기사다 합의 사항
잘 준수되고 후속조치 안정적 이행돼야"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후임자로 이시바 시게루(67) 전 자민당 간사장이 결정됐다. 40년 가깝게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방위청 장관과 방위상, 농림수산상, 지방창생담당상 등 풍부한 내각 경험을 갖고 있다.
특히 국방·안보 분야의 전문성이 강해 한일 간의 군사·안보 협력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초미 관심사다. 한일 간 국방·군사·안보 분야에 어떤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한일관계 전문가인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27일 "이시바는 그동안 헌법 개정을 해서 자위대를 헌법에 기재하겠고 주장해왔다"고 말했다.
한미일 외교부 장관이 79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의 참석 계기로 2024년 9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미일 외교장관회의를 했다. 사진 왼쪽부터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교장관, 안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조태열 한 외교장관. [사진=외교부] |
◆"이시바, 자신의 생각 아주 강한 인물"
호사카 교수는 "일본 헌법 어디에도 자위대라는 말이 한마디도 없다"면서 "사실상 일본군을 부활시키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또 호사카 교수는 "한미일 군사·안보 측면에서 미국이 경계심을 가질 수 있는 대목"이라면서 "미국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15년 만든 집단적 자위권 허용을 미일동맹 차원에서 선호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군이 부활하면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기 때문에 미국은 현재의 자위대 체제를 훨씬 선호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호사카 교수는 "이시바는 자신의 신념과 생각이 아주 강한 인물"이라면서 "그동안 미일 안보 조약이 불평등해 미국에 더 요구하겠다고 주장해왔다"고 말했다.
호사카 교수는 "이시바가 일본의 새 총리로 취임하면 한미일 군사·안보 협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미일 군사·안보 협력의 주축인 미국으로서는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정부도 '이시바 정권' 출범에 따른 발빠른 대응이 요구된다.
호사카 교수는 "결국은 한일 간의 군사·안보 협력을 거론할 때 가장 민감한 부분이 바로 독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라고 진단했다.
호사카 교수는 "미국이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가기 위해 '한일 군사동맹'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면서 "다만 독도 영토 문제를 둘러싼 난제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관측했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이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만들어 일본 영토로 편입하려는 의도를 정확히 알고 잘 대응해 나가야 한다"면서 "향후 독도 문제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서 윤석열 정부의 한일관계의 명운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내다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3년 8월 18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대통령실] |
◆한미일, 북한 핵·미사일 대응 방안 강화
박영준 국방대 교수(안보문제연구소장)는 "일본의 어떤 총리가 들어서도 기시다 후미오 전임 정부 때 한일 관계가 정상적인 관계로 회복이 되고, 한미일 협력도 강화됐기 때문에, 그 협력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교수는 "군사·안보 분야도 윤 대통령과 기시다 전 총리가 맺었던 합의들을 잘 준수하고, 안정적으로 후속 조치들을 이행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은 최근인 지난 9월 10일 서울에서 15차 한미일 안보회의(DTT·Defense Trilateral Talks)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올해 6월 첫 시행한 한미일 다영역 3자훈련인 '프리덤 에지'가 3국 간 상호운용성을 증진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한반도를 포함한 인도양·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하반기 가까운 시일 안에 프리덤 에지 2차 훈련을 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승인된 다년간의 3자훈련 계획을 올해 연말까지 최신화하기로 합의했다.
또 북한의 핵무기 투발 수단 다양화와 다수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안보 불안정을 야기하는 모든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억제를 포함한 한반도와 인도양·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안보협력 강화에 대한 지속적인 공약을 재확인했다.
특히 한미일 대표는 지난 7월 한미일 국방장관이 서명한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TSCF)' 협력각서가 3국 안보협력을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데 있어 기반이 될 것이라는 데 인식을 함께했다.
북러 간 군사협력 확대 공약에 대해 심각한 우려도 표명했다. 역내에서 힘이나 강압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한미일 공군이 2023년 10월 22일 오후 한반도 남쪽 한일 간 방공식별구역(ADIZ) 중첩 상공에서 처음으로 연합 공중훈련을 하고 있다. 한국 공군 F-15K 전투기 2대(맨 위), 미 공군 F-16 전투기 2대와 B-52H 전략폭격기(가운데), 일본 F-2 전투기 2대(맨 아래). [사진=미국 공군] |
◆일본 방위비 79조원…군사 대국화 경계를
한미일은 남중국해를 포함한 인도양·태평양 지역에서 최근에 있었던 해양과 공중 군사 활동에 대한 평가도 공유했다. 해당 지역에서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하는 중국의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동에 대한 각각의 입장을 상기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대만에 대한 한미일의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국제사회의 안보와 번영의 필수 요소로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도 촉구했다.
16차 한미일 DTT는 내년 전반기 일본에서 열기로 했다.
또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지난 9월 11일 서울안보대화(SDD)를 계기로 오니키 마코토 일본 방위부대신을 접견했다. 미래지향적 국방교류 협력 추진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한일·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기시다 총리는 집권 3년간 아베 전 총리 노선을 계승한 외교안보 정책을 구체화했다. 방위력과 미일동맹 강화 등 우익 노선을 보다 선명화했다.
2022년 12월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했다. 적의 미사일 발사 거점을 파괴하는 반격 능력 보유와 무기 수출을 엄격히 제한해 온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을 개정했다.
기시다 총리의 최대 성과인 방위력 강화 기조는 착착 현실화되고 있다. 일본의 2025년 방위비는 79조원으로 한국의 내년 국방예산 61조원을 훨씬 넘어섰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일 관계가 크게 개선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군사 대국화의 길을 가속화하고 있는 일본에 대한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kjw86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