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7개월간 15억원 상당의 프로포폴 등을 불법 판매·투약한 혐의를 받는 의사와 의원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사용되기도 한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를 마약류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팀장 김보성 부장검사)은 20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의사 서모 씨를 비롯한 병원 관계자 6명과 중독자 1명을 구속기소하고 24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제공 = 서울중앙지검] = 2024.11.20 seo00@newspim.com |
서씨 등 의원 관계자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6월까지 A의원에서 수면·환각을 목적으로 총 417차례에 걸쳐 약 14억5800만원 상당의 프로포폴과 에토미데이트를 중독자들에게 판매·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A의원은 '피부관리실'을 별도로 마련해놓고 이곳에서 프로포폴 등을 불법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담실장이 프로포폴 중독자들로부터 받은 대금에 따라 투약량을 결정하면 간호조무사가 의사의 관리·감독없이 수면마취를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또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4월까지 프로포폴 불법판매 사실을 은폐하고자 프로포폴 등을 투약하지 않은 260명 명의로 총 873회에 걸쳐 프로포폴을 처방・투약한 것처럼 NIMS(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허위보고 한 혐의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NIMS를 통해 마약류 유통 전 과정을 추적하고 있지만, 의사들이 허위 보고를 하는 경우 별도의 수사 없이는 이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아울러 A의원은 중독자들이 요구하면 심야 시간에도 병원 문을 열고, 신원 확인 없이 익명으로 환자를 받기도 했다. 수사 결과 하루 최대 결제 대금은 1860만원, 최대 투약 시간은 10시간 24분이었으며, 일부 중독자는 7개월간 2억원어치를 투약하기도 했다.
A의원은 내부에 금고와 현금 계수기를 놓고 현금 장사를 벌이거나 계좌이체로 돈을 받았으며, 돈을 관리하고 프로포폴 중독자들을 통제하기 위해 폭력조직 일원인 자금관리책도 현장에 상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부장검사는 "중독자들은 통상 수면 마취할 때의 10배 정도 강도로 프로포폴을 투약했다"며 "사실상 의료기관 안에서 마약 장사를 한 것과 똑같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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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의원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관계자들을 특정해 검거했다. 해당 영상에는 투약자들이 간호조무사의 부축을 받으며 비틀비틀 걸어 나와 택시를 타는 모습 등이 찍혔는데, 특히 이중에는 6시간 넘게 프로포폴을 투약한 뒤 차량을 직접 운전한 사례도 있었다.
김 부장검사는 "장시간 투약 후 운전한 것으로 확인된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며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같은 비극적인 참사 이후에도 영장이 기각돼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A의원은 전신마취제인 에토미데이트를 프로포폴로 속여 투약하기도 했는데, 속칭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에토미데이트는 마약류로 지정돼있지 않아 보고 의무 자체가 없다. 이에 검찰은 식약처에 에토미데이트의 마약류 지정도 적극 건의할 방침이다.
김 부장검사는 "마약 사건의 경우에는 현장 출장이나 잠복근무, 압수수색이 다른 일반적인 사건에 비해서 월등하게 많고 수시로 진행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특정업무경비(특경비)가 많이 사용된다"면서 "특경비가 삭감되면 마약 사건 수사에 상당히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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