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04년 초연 이후 20주년을 맞은 '지킬앤하이드'가 매진 세례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누적관객수 180만을 돌파하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뮤지컬로 꼽히는 흥행 비결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현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지킬앤하이드' 20주년 공연이 진행 중이다. 올해 한국 라이선스 20주년을 맞은 기념비적인 공연으로 현재 오픈된 회차가 연일 매진을 기록 중이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4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20주년 공연 장면 [사진=오디컴퍼니] 2024.12.19 jyyang@newspim.com |
'지킬앤하이드'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상한 사건'을 각색한 뮤지컬이다. 한 명의 배우가 선악이 분리된 '지킬/하이드' 캐릭터를 맡아 야누스 같은 매력을 발산하며 국내에서 유난히 사랑받아왔다. 조승우, 류정한, 박은태 등 내로라하는 최고의 뮤지컬배우들이 주연 자리를 거쳐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다.
20년의 세월을 지나오면서 17명의 지킬/하이드 역, 15명의 루시, 12명의 엠마가 거쳐갔으며 올 시즌까지 누적 참여 배우는 199명에 달한다. 10번의 정규 프로덕션을 이끌어오는 동안 각종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음은 물론, 각종 시상식에서 다수의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을 포함해 총 14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번 시즌엔 그의 '지킬앤하이드'라면 누구나 보고싶어하는 배우 홍광호를 비롯해 전동석, 신성록이 기존 캐스트 가운데 다시 돌아왔다. 김성철, 최재림이 뉴 지킬로 발탁되면서 새로운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홍광호, 전동석, 김성철이 먼저 참여하는 공연 회차가 오픈됐으며 신성록, 최재림은 내년 3월부터 합류할 예정이다.
여성 배우들 라인업도 화려하다. 최장 시즌 루시를 맡은 윤공주를 비롯해 아이비, 린아, 선민, 김환희까지 이름을 올렸다. 지킬의 약혼녀 엠마 역엔 조정은, 최수진, 손지수, 이지혜가 합류했다. 모두 뮤지컬 무대에선 존재감이 뚜렷한 역할을 다수 맡아온 베테랑 배우들이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4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20주년 공연 장면 [사진=오디컴퍼니] 2024.12.19 jyyang@newspim.com |
올 시즌으로 벌써 세 번째로 지킬, 하이드 역으로 합류한 전동석은 매번 업그레이드 된 매력으로 극장을 장악한다. 지킬박사는 지배계급의 엘리트 지식인이지만 동정심과 연민을 지닌 인간적인 캐릭터다. 아버지를 치료하겠다는 굳은 신념, 약자를 바라보는 흔들리는 눈빛에선 지킬의 선한 외면이 드러난다. 반면에 하이드는 한층 더 거칠고 짐승같은 면모로 내면의 완전히 다른 인격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조정은의 엠마는 부드럽고 온화하지만 심지가 단단한 여자다. 헨리 지킬을 향해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며, 고통 속에서도 그와의 관계를 굳게 지켜나간다. 엠마의 사랑과 믿음이 혼돈에 빠진 지킬에게 가 닿는 순간 객석은 눈물에 젖기도, 깊게 감동하기도 한다. 루시 역의 김환희는 새롭게 합류한 뉴캐스트답지 않은 노련한 연기와 끼가 넘치는 몸짓으로 무대를 장악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4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20주년 공연 장면 [사진=오디컴퍼니] 2024.12.19 jyyang@newspim.com |
무엇보다 '지킬앤하이드'는 본 고장인 브로드웨이보다도 국내에서 더 큰 흥행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한 거의 유일무이한 뮤지컬 작품이다. '지킬앤하이드'만큼은 한국 버전이 세계 최고라는 찬사가 계속돼온 만큼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대표 역시 자부심을 감추지 않는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2층 실험실 무대, 다채로운 조명과 그림자 연출 효과, 완벽한 앙상블들의 합과 떼창 등이 이유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4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20주년 공연 장면 [사진=오디컴퍼니] 2024.12.19 jyyang@newspim.com |
또 하나, 한국인의 영혼을 사로잡는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명곡들은 '사골'이라고 불릴 정도로 모두에게 사랑받아왔다. '지금 이 순간'을 비롯해 '한 때는 꿈에' '그의 눈에서' '새 인생' 등은 뮤지컬 배우들이 입시나 행사에서 언제나 주구장창 부르는 익숙한 레퍼토리다. 프랭크 와일드혼은 '지킬앤하이드' 외에도 '드라큘라' '엑스칼리버' '마타하리' '웃는 남자' '시라노' 등의 넘버를 작곡하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라고 칭해도 부족함이 없다.
'지킬앤하이드'에도 약점은 있다. 한국 라이선스 버전이 20주년을 맞고, 원작 뮤지컬도 제작된 지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시대에 맞지 않는 올드한 설정이 종종 지적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속 '지킬'의 시대의 가치관과 극적 요소들이 주는 울림도 여전하다. 현재의 관객들이 지금의 시각에 비추어 공연을 감상한다는 점 역시도 작품이 갖고 있는 의미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또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과 내면의 욕망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고전작품처럼 꾸준히 사랑받을 만한 여지는 충분하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024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20주년 공연 장면 [사진=오디컴퍼니] 2024.12.19 jyyang@newspim.com |
국내 뮤지컬 중엔 사실 6개월이 넘도록 공연을 할 수 있는 작품이 흔치 않다. 그만큼 업계를 넘어 대중에게 작품의 흥행성이 널리 인정받았다는 방증이다. 초연부터 함께했던 조승우의 명성과 함께 성장해온 '지킬앤하이드'는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성장했다. 그간의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절대적인 존재감을 과시해온 만큼, 향후 시장 확장과 K뮤지컬의 해외 진출에도 지속적인 역할을 해낼지 주목된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