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19일(현지시간) 유럽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과 영국의 '매파적' 금리 행보에 투자 심리가 크게 흔들렸다.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 지수는 전장보다 7.77포인트(1.51%) 떨어진 506.66으로 장을 마쳤다. 하루 기준 하락폭으로는 지난달 12일(-10.14) 이후 약 5주 만에 최대치였다.
금리에 민감한 부동산과 테크 섹터가 각각 2.4% 하락하는 등 모든 주요 업종이 내림세를 보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272.71포인트(1.35%) 하락한 1만9969.86에,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90.25포인트(1.22%) 내린 7294.37로 마감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93.79포인트(1.14%) 떨어진 8105.32로 장을 마쳤다.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MIB 지수는 613.99포인트(1.78%) 하락한 3만3787.00으로,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 35 지수는 178.00포인트(1.53%) 내린 1만1439.90에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유럽 증시는 전날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내년 금리 인하 속도 조절론이 만들어낸 한파가 투자자들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면서 수정 경제전망요약(SEP)을 통해 내년 기준금리 인하폭을 기존 100bp(1bp=0.01%포인트)에서 50bp로 대폭 낮췄다. 물가상승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아질 것으로, 경제는 탄탄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데 따른 것이다.
아문디 투자연구소의 글로벌 거시경제학 책임자인 마무드 프라단은 "미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2026년 이후에야 목표치(2%)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지금의 정책 금리는 중립에 상당히 근접해 있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연준의) 기준금리 평균값이 3.4%에서 3.9%로 상승하면서 시장의 반응이 크게 나타났다"며 "달러는 훨씬 강해졌고 국채 수익률이 급격히 상승했으며 주가지수는 현저히 낮아졌다"고 말했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4.75% 수준에서 동결했다. 영란은행은 지난 8월과 11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올해 마지막 열린 통화정책위원회(MPC)에서는 금리 인하에 제동을 걸었다.
전날 발표된 11월 물가상승률이 2.6%를 기록한 것에서 보듯 영국의 물가가 아직 상당히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영국 인플레이션이 내년에 3% 안팎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영란은행이 내년 금리 인하 횟수를 기존 4회에서 2회로 줄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영국 경제가 성장 부진을 겪고 있다는 징후가 계속 나타나고 있어 영란은행의 금리 정책 행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자산관리사인 RBC브루인돌핀의 시장 분석 책임자인 자넷 무이는 영란은행 통화정책위 위원 9명 중 3명이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는 사실을 들며 "(영란은행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덜 매파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16년 만에 최고치인 4.50% 수준의 정책금리를 동결했고, 스웨덴 중앙은행은 0.25%포인트 인하했다.
특징주로는 스위스 테크 기업인 소프트웨어원(SoftWareOne)이 노르웨이 경쟁사인 크레용 그룹을 13억4000만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뒤 7.0% 급등했다.
반면 ASML과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칩 주식은 3.7~6.2% 동반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