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 장기화·中 밀어내기 물량 증가에 운임 강세 지속
실적 호조·채권단 지분율 확대로 몸값 두 배 급등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중동사태 장기화와 중국발 밀어내기 물량 등으로 내년에도 해상운임이 올해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출입 기업 입장에선 원가 부담 요인이지만, 해운회사인 HMM의 실적은 내년에도 좋을 것이란 얘기다.
다만 10년 가까이 채권단 관리체제에 있는 HMM 입장에선 이같은 실적 호조가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 실적 호조와 함께 '몸값'도 점점 비싸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높아진 몸값이 향후 재매각 작업에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 중동사태 장기화·中 밀어내기 물량 증가에 운임 강세 지속
2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연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 SCFI는 전주 대비 5.77포인트 오른 2390.17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254.99) 대비 두 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
미주 노선을 중심으로 연말·설 연휴 선적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특히 내년 1월 미국 관세 인상과 미 동부 항만노조 파업 우려로 해상운임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무역협회의 '2025년 글로벌 해상운임 전망' 관련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4.4%가 내년도 해상운임이 상승(39.8%)하거나 현 수준을 유지(34.6%)할 것으로 내다봤다. 운임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은 23.6%에 불과했다.
운임 상승을 전망하는 주요 요인으로는 ▲중동사태 장기화(21.9%) ▲글로벌 선사의 선복 공급조절(21.8%) ▲중국발 밀어내기 물량 증가(14.2%) 등이 꼽혔다.
중동사태 이후 글로벌 선사들이 수에즈 운하 대신 희망봉을 우회하면서 실질 선복량이 감소하고 병목 현상이 발생해 운임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선사들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임시 결항과 선박 수리 등 공급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운임 상승 요인으로 꼽혔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중동사태 장기화로 해상운임 강세는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는 유지될 것으로 본다"며 "특히 내년 1월부터 미국이 대중국 관세인상 조치를 취할 경우 중국의 밀어내기 물량이 급증하며 단기간에 해상운임이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실적 호조·채권단 지분율 확대로 몸값 두 배 가까이 급등
지난 2016년부터 산업은행 및 한국해양진흥공사 관리 체제하에 있는 HMM 입장에선 이같은 실적 호조가 재매각 추진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닌지 표정관리에 나섰다.
지난해 7년 만에 민영화에 나섰다가 올해 2월 최종 무산된 이후 재매각 추진은 점점 더 장기화하는 분위기다. HMM의 몸값이 높아진 상황에서 최근 계엄령과 탄핵 정국까지 겹쳤다.
현재 산은과 해진공은 HMM을 상대로 발행한 영구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물량을 도래 시기마다 주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내년 4월 1억4400만주까지 전환하게 되면 채권단의 지분율은 71.7%까지 늘어난다.
최근 주가에 지분율을 단순 곱하면 몸값은 12조원대로 치솟는다. 하림 등 HMM 인수를 추진했던 기업들이 제시한 6조원 가량의 두 배 수준이다. HMM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7조5453억원, 영업이익 2조5128억원을 기록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인수 후보였던 하림이나 동원그룹 모두 HMM보다 덩치가 작고 현금 자산이 부족해 '승자의 저주' 우려가 컸다"며 "실적 호조에 전보다 몸값이 두 배 이상 뛰고 있는 상황에서 웬만한 대기업 아니고선 쉽게 인수 얘기를 꺼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