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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시간마다 환자 1명 보는 '방문진료'…밥솥은 물론 화장실까지 들여다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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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화 시대 필요한 방문진료
거동 어려운 환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서비스 제공
2013년 제도 도입한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 정부 지원 요원…수가제 개선 필요

[구리=뉴스핌] 방보경 기자 = 지난 24일 김종희 원장이 몰고 온 조그만 차는 오후 2시 15분경 경기 구리역 인근으로 다급하게 간호사를 태우러 왔다. 이날 느티나무의원의 방문진료는 조금 늦게 시작됐지만, 그래도 오후 5시까지 3명의 환자를 볼 예정이라고 했다. 넉넉하게 한 시간에 한 명이라니 얼추 헤아려봐도 여유로웠다. 하지만 정작 김종희 원장과 인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짧았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간호사에게 당장 답을 들어야겠다는 듯 물었다. "오늘은 일정이 어떻게 되나요?"

차가 근처 아파트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30분. 현관문을 두드리자 요양보호사는 익숙한 듯 문을 열고 환자의 상태를 조근조근 말했다. 나이가 지긋한 환자는 최근 욕창이 생겨 휠체어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집 안으로 향한 간호사와 김 원장은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빠르게 역할을 나눴다. 

찌꺼기가 낀 소변줄을 바꾸는 건 간호사의 몫이었다. 김 원장은 구석에 있던 환자 휠체어를 한두번 밀어 보더니 여러 약 봉투를 뒤적거렸다. 김 원장은 이내 주방 식탁 앞 의자에 앉아 노트북으로 처방전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바닥은 그가 가방에서 꺼낸 의료기기로 가득찼다. 김 원장의 손은 키보드 위에서 500타의 '탭댄스'를 추듯 움직였다. 의료진이 코를 박고 일만 했는데 거실의 낡은 뻐꾸기 시계가 3시를 가리키며 세 번 울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2024.06.04 choipix16@newspim.com

◆ 1시간에 1명도 부족…시간 쫓겨도 꼼꼼한 진료

이동 시간에 방문진료에 대한 궁금함을 물어보려던 것도 찰나, 차 뒷좌석에서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다음 장소로 가야 하는데 차는 길을 찾지 못했다. 김 원장이 당혹스러운 듯 탄식했다. "하, 여기 주차장이 없네…" 새로운 환자를 받을 때, 길이 익숙하지 않아 겪는 어려움이었다. 

건물 근처를 두 번 정도 돈 차는 결국 근처 빌딩의 기계식 주차장으로 향했다. 사정사정한 끝에 주차관리인은 주차장 엘리베이터를 가리켰다. 차를 대고 환자가 알려준 주소로 올라간 시간이 오후 3시 17분. 옆 건물로 왔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빠르게 이동한 게 오후 3시 22분. 설상가상 첫번째 집에서 전화가 왔다. "소변줄에서 피가 나요." 김 원장과 간호사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1시간이 그렇게 속절없이 지났다. 

방문진료는 이동이 어려운 환자를 주기적으로 방문해 직접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의료진이 분주해지는 대신 만성질환 환자나 중증질환자, 장애인과 노약자 등이 비교적 편안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김 원장은 소탈하게 웃으며 "이렇게까지 바쁜 날은 많지 않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들의 숙련된 움직임을 보며 평소에도 방문진료에 품을 많이 들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김 원장은 눈을 노트북에 고정한 채로 곁에 서 있는 요양보호사에게 어떤 약을 더하고 빼야 하는지, 소변은 잘 보는지, 욕창이 의심되는지, 어떤 병력이 있는지 등을 계속해서 물었다. 환자가 쉽게 약을 받아가야 하니 인근의 약국이 어디 있는지를 묻는 것도 잊지 않았다. 

◆ "치료하려면 질병뿐 아니라 환경 알아야"

김 원장의 방문진료 이력은 길다. 우리나라에 시범사업이 도입된 초기인 2019년부터 그는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진료를 봤다. 강원도 원주 농촌에 사는 환자들이 궁금해서였다. "얼마 전까지는 진료실에서 인사 나누고 건강한 눈빛을 하고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요양보호사가 찾아오더라고요. 수개월에서 1년 넘게 그랬어요. 이분들은 어떤 상황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안 보는 상황에서 약을 처방하는 게 안전하지도 않고… 그래서 방문진료를 시작하게 됐죠."

김 원장은 가정 환경과 환자의 생활 공간을 알고 난 후에야 환자를 제대로 진료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고령 환자 중 한 명은 자꾸만 낙상(落傷) 사고로 병원에 왔다. 김 원장은 병원에 앉아서 얘기를 듣다 빈혈이나 당뇨, 저혈당 등을 의심했다. 

하지만 집에 가 상황을 살폈을 때 고질적인 생활습관도 문제였다. 밥솥을 열어 보니 안에는 쉰 밥이 있고 화장실 문고리는 변기와 먼 쪽에 있어 자꾸 미끄러졌다. 그는 그렇게 '삶의 환경, 그 자세한 이야기까지 알아야 한다'는 지론을 세웠다. 

방문진료에 관심을 두는 의료진이 이보다 더 나아간 '재택의료'를 목표하는 이유다. 방문진료는 의사가 환자 집을 1~2번 정도 방문하는 개념이지만, 재택의료는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지속적인 케어가 필요한 환자를 정기적으로 돌보는 행동을 의미한다. 김 원장은 방문의료연구회 회장으로, 지난해 10월 한국재택의료협회 회장으로 선임됐다. 

[안산=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요양병원·요양시설에 환자와 면회객 중 어느 한쪽이라도 접종을 완료하면 대면 면회가 가능해진 1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경희재활요양병원에서 아내 이모씨(89세)와 입소자인 남편 김모씨(88세)가 대면 면회를 하며 두 손을 꼭 잡고 있다. 2021.06.01 photo@newspim.com

◆ 이미 제도 정착한 日…우리나라 수가제 개선·정보공유 必

재택의료는 먼저 온 미래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몸을 움직이는 데 제한을 받는 노인들에게 꼭 필요한 제도다. 우리나라는 2019년 방문진료 시범사업을, 2022년 재택의료 시범사업을 처음 시작했지만 아직도 걸음마 단계다. 한국과 인구구조가 똑 닮은 일본은 이미 지난 2013년 재택의료를 도입해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작 정부 지원은 요원하다. 재택의료기관을 열기 위해서는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3명이 필요하다. 그런데 병원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에게 수가는 인정되지 않는다. 이들이 사례관리와 지역 기관 네트워킹이라는 중대한 업무를 맡고 있음에도 그렇다. "채용하라는 의무 조항만 있는 건데, 모순이죠."

의료기관 간 정보 공유를 통해 '더듬어가는 진료'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지금은 1차 기관(동네 의원)에서는 3차 기관(대학병원)의 정보가 받아보기 힘들어 의료진은 환자의 말에 의존한다. 집에 갔을 때 설명해줄 만한 사람이 없다면 낭패다. 

취재진이 동행했던 날 마지막 환자가 그랬다. 딸이 부모님에 대한 방문진료를 신청했는데, 집에 혼자 남은 아버지는 무슨 약을 먹는지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어찌어찌 딸과 전화로 연락해서 수술 유무와 복용 약을 물어봤지만, 시간은 한참 지체됐다.  

김 원장은 일부 영역에 가치기반 수가제를 도입할 것도 제안했다. 진료를 많이 보면 볼수록 매출이 잘 나오는 '행위별 수가제'와 달리, '가치기반 수가제'는 환자의 건강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경우 수가를 지불한다. 한 환자의 집으로 이동할 때마다 1시간도 부족한 방문진료에 적합한 제도다. '좋은 죽음'을 생각하는 지금이야말로 기존과 완전히 다른 개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우리는 삶과 죽음을 따로 생각하고 있어요. 죽음의 문턱에서 응급실을 가고 입원하고, 요양병원과 요양원을 거친 후 생을 마쳐서는 안 돼요. 재택의료기관에서 인간다운 삶의 마무리를 사명으로 삼는 다른 보건의료정책을 구상해볼 수 있는 거죠."

hell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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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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