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독일이 러시아 석유·가스를 직접 수입하진 않지만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를 우회하는 방법으로 러시아 액화천연가스(LNG)를 구매하는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022년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기습 침공 이후 EU는 오는 2027년까지 모든 러시아 연료 도입을 중단키로 결정했지만 현실에선 값싸고 공급이 풍부한 러시아 연료 중독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 2024년 건조해 인도한 초대형 LNG 이중연료추진 컨테이너 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HD한국조선해양] |
FT가 보도에 인용한 벨기에와 독일, 우크라이나의 비정부기구(NGO)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국영 에너지 회사인 세페(Sefe)는 작년에 프랑스 덩케르크 항구를 통해 LNG 운반선 58척 규모의 러시아 LNG를 구입했다.
이는 전년도의 6배가 넘는 규모이다.
세페는 2022년 독일 정부가 국유화 하기 전까지 러시아 국영 에너지 회사인 가스프롬의 자회사였다. 이 회사는 "실적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보도된) 보고서 내용을 확인하거나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도 논평에 응하지 않았다.
FT는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 러시아의 모든 석탄과 석유는 금수 조치됐고, 파이프라인 가스는 10% 정도만 러시아에서 도입됐다"면서 "하지만 금지되지 않은 러시아 가스 해상 도입은 작년 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벨기에와 프랑스, 스페인 등 러시아 선박에서 LNG를 건네받는 항구를 보유한 국가들의 에너지 장관들은 "도입되는 LNG 중 국내로 유입되는 물량은 거의 없고, 대부분 파이프라인을 통해 다른 EU 국가들도 수송된다"고 말했다.
독일의 경우 자국 항구 수입 터미널에 러시아 LNG 도입을 중단하라고 명령했지만, 다른 나라 항구를 통해 도입된 러시아 LNG가 파이프라인을 통해 국내로 유입되는 경로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러시아산 LNG가 벨기에 항구로 수입될 경우, 독일은 이 LNG를 '벨기에산'으로 분류한다는 것이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독일 환경단체에 따르면 심지어 우크라이나 조차도 다른 EU 국가를 통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전체 수요량의 3~9.2% 정도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등 9개 EU 회원국은 작년 10월 EU 모든 회원국은 러시아에서 LNG를 수입하는 업체와 EU 항구로 들어오는 러시아 LNG 물량에 대한 정보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