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진료예약 변경 어려움 더해 의료진 휴일 수당 1.5배
복지부 "환자 본인부담금, 평일 수준 부과" 안내로 혼란
황규석 서울醫 회장 "생색은 정부가 내고 희생은 의료진이"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의원을 운영 중인 A원장은 지난 27일 임시공휴일 병원 직원들과 출근해 평상시와 같이 진료를 봤다. A원장은 "정부가 국민들에게 임시공휴일에는 본인부담금이 가산된다는 것을 제대로 홍보해야 한다"며 "임시공휴일이 갑작스럽게 지정되는 바람에 모 대학병원은 진료가 예약된 환자들의 일정 조정이 어려워 추가 지급되는 인건비가 2억원이 들었다고 전해 들었다. 이는 일반 의원들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설 연휴를 맞아 정부가 이날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며 일반인들은 길어진 휴일을 갖게 됐지만, 의료기관들은 남모를 업무 고충이 생겨났다. 갑작스런 휴일 지정에 기존 예약 환자들의 진료 일정 변경이 어려워진 것과 의료진에 대한 휴일 수당 지급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의료계 일각에선 정부가 '공휴일 가산'에 대한 불명확한 안내를 하며 의료기관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임시공휴일 진료비 가산 적용 관련해 '건강보험 행위급여, 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 고시 산정지침에 따라 공휴일 가산을 적용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또, 각 의료기관은 사전 예약된 환자에 대해 공휴일 가산을 적용해 공단부담금을 청구할 수 있으며, 환자 본인부담금은 평일과 동일한 수준으로 부과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그러나 의료계에선 이러한 발표가 사실상 본인부담금을 가산해서 받지 말라는 압박처럼 느껴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정부의 애매모호한 발표로 인해 발생하는 민원 부담은 오롯이 의료기관 몫이라는 불만도 제기됐다.
임시공휴일에는 '토요일·야간·공휴일 가산제'를 적용해 환자로부터 기본진찰료 30%, 응급실 진료비 50%를 가산할 수 있다. 문제는 의료기관은 공휴일 진료 시 5인 이상 근로자들에게 통상시급의 1.5배 금액을 휴일근로 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
의료기관들은 공휴일 가산에 대한 보상도 적은데다가, 정부가 평일과 동일한 수준의 본인부담금의 수납을 허용하는 것은 사실상 평일 수준의 본인부담금을 받으라는 압력으로 느껴진다는 반응이다.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황규석)는 설 연휴 직전인 지난 24일 성명을 통해 "공휴일에도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문을 여는 의료기관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임시공휴일 진료 시에는 본인부담금이 가산된다는 내용의 대국민 홍보에 정부가 직접 나서라"고 요구했다.
최주현 서울시의사회 공보이사는 31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평상시 공휴일에 대해서는 본인부담금을 평일 수준으로 받아도 된다는 소리를 안 하는데, 임시공휴일에는 평일 수준으로 받아도 된다는 말은 사실상 다 받지 말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규석 회장은 "정부가 선심을 쓰듯이 발표를 했는데 의료기관들은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생색은 정부가 내고 희생은 의료기관이 하는 것"이라며 "자영업자인 개원의사들의 의료기관은 사유재인데, 정부가 마치 정부기관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황 회장은 "향후 임시 공휴일과 관련된 발표를 할 때 의료계와 상의하고 결정하길 바란다"면서, "휴일 근무로 인해 발생하는 지출에 대한 합당한 수가 책정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calebca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