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11일 '2025년 경제 전망 수정' 발표
성장률 하향 주요 원인 '정국 불안' 지목
'트럼프 2기' 변수…수출 하방 압력 초래
소비·투자·수출 등 주요 지표 일제 하향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6%로 0.4%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KDI는 지난해 하반기 전망과 비교해 내수·수출 증가 폭이 모두 줄어들며 경제성장률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지난 전망 당시에는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파장을 고려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계엄이 초래한 '정국 불안'을 우리 경제 부진의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 경제성장률 2.2%→2.0%→1.6%…"정국 불안·트럼프 정책 주요 배경"
11일 KDI가 발표한 '경제전망 수정' 결과에 따르면 올해 우리 경제는 지난해(2.0%)보다 낮은 1.6%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앞서 KDI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0%로 내다봤지만, 이번 전망에서는 이를 1.6%로 0.4%p 하향 조정했다. KDI는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에 걸쳐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0%로, 이를 또다시 1.6%로 거듭 끌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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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햐향 조정에 대해 KDI는 "대내적으로는 정국 불안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이,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른 통상 환경 악화가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KDI는 계엄 사태가 발발한 지난해 12월에는 이로 인한 부정적 영향 등을 올해 경제 전망에 고려하지 않았지만, 올 들어 월간 경제 동향을 발간하면서부터 '정국 불안'을 우려 요인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지난 10일 발간한 2월 경제 동향에서도 '정국 불안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구체적으로 KDI는 이번 보고서에서 대내적 위험 요인에 대해 "국내 정국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경제심리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내수 개선이 제한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정국 불안은 올 2분기를 지나며 점차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정규철 KDI 경제전망 실장은 "정국 불안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지만, 기본적인 시나리오는 올 2분기를 넘어가며 해소될 것을 전제하고 있다. 우리 경제에 일시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정치적 불안이 있으나 경제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고, 정책 면에서 해야 할 일을 계속 추진하는 게 하방 압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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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대외적 위험 요인에 관해서는 "미국 통상 정책 변화의 대상과 시기, 정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는 경우 투자 수요가 축소되고 우리 수출에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통상 분쟁에 따른 교역 제약의 직접적 영향과 함께 이에 따른 각국의 경기 둔화는 우리 수출에 추가적 하방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담았다.
특히 '트럼프 2기' 미국 신정부 출범을 이번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했다. 정규철 실장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당초 예상과 달리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관세 정책이 시간을 두고 진행될 것으로 봤지만, 이미 중국을 대상으로 관세를 인상하는 등의 측면이 있었다. 이런 부분이 하향 조정에 크게 작용했다"고 부연했다.
◆ 주요 경기 전망치 일제 하락…"내수·수출 모두 부진해 경제 성장 둔화"
KDI는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경상수지 등 주요 경제 지표들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다만 소비자물가는 내수 지표가 부진한 반면 환율·유가가 상향 조정되면서 기존 전망과 유사할 것으로 관측했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1.6%로 기존 전망치(1.8%)보다 0.2%p 낮췄다. 수출 증가세 둔화와 가계심리 위축 등이 민간소비 부진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할 것이란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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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2025년 경제전망 [자료=한국개발연구원] 2025.02.11 rang@newspim.com |
설비투자 증가율은 기존 2.0%에서 2.1%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기존 -0.7%에서 -1.2%로 0.5%p 낮췄다. 건설투자 저조에는 건설 업체의 자금 조달 여건 악화와 부동산 경기 둔화 등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수출 증가율 전망치는 1.5%로 기존(1.9%)보다 0.4%p 끌어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통상 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우리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의 추가적인 증가세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지난해 수출은 전년비 6.9%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며 우리 경제를 견인했던 바 있다.
경상수지는 내수·수출이 모두 하향 조정됨에 따라 흑자폭이 기존 930억달러에서 897억달러로 소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는 여전히 900억달러 내외 수준으로 전년(990억달러)과 마찬가지로 대규모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로 기존과 동일한 전망치를 유지했다. 올해에는 전년(2.3%)과 비교해 낮은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란 예상이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전년(2.2%) 대비 낮은 1.5%에 머물 것으로 봤다.
이런 배경에는 환율과 유가의 상향 조정이 자리한다. 최근 들어 유가가 소폭 반등했으나 점차 안정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해 원유 도입 단가는 배럴당 75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화 가치도 최근 수준에서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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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자 수는 전년(16만명)보다 낮은 10만명 내외로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관측했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내수 회복도 완만한 수준에 그침에 따라 취업 시장 활성화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실업률은 전년(2.8%)보다 소폭 상승한 2.9%로 내다봤다.
김지연 KDI 전망총괄은 "현재의 대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우리 경제는 내수와 수출 모두 낮은 증가세에 그치며 성장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고금리 기조 등도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경제 성장세가 약회됨에 따라 고용 증가세도 함께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r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