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지난 11일 달러/엔 환율이 한때 1달러=146.50엔을 기록하며 2024년 10월 이후 약 5개월 만에 엔고 수준을 나타냈다. 미국의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가속화됐던 달러 강세가 되돌려지는 흐름이 진행됐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그럼에도 일본과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올 한 해 엔화 약세 수준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하다"고 전했다.
![]() |
미국 달러화와 일본 엔화 [사진=블룸버그] |
미쓰비시UFJ은행, 모간스탠리 등 8개 IB 중 4곳이 6월 말 달러/엔 환율에 대해 1달러=150엔 이상을 예상했다. 미쓰비시UFJ와 모간스탠리가 1달러=152엔, 골드만삭스와 리소나홀딩스가 150엔을 제시했다.
엔화 강세 요인이 될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이 완만할 것이라는 점과 소액투자 비과세 제도(NISA)를 통한 일본 내 해외 투자 규모가 크다는 점 등 수급 구조를 지적하는 의견이 많았다.
미국 경기 둔화 우려로 미국의 장기금리가 하락하는 반면, BOJ의 금리 인상 전망을 배경으로 일본의 장기금리는 빠르게 상승했다. 10일 기준 미일 금리 차이는 약 2.6%까지 축소됐다. 지난해 9월 금리 차이가 2.7%였을 당시 환율은 1달러=140엔이었다. 당시보다 금리 차가 축소됐음에도 환율은 146~149엔대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헤지펀드 등 투기 세력의 엔화 매수 포지션 순수익 규모는 11일 기준 사상 최대인 약 1조 6700억엔까지 확대됐다. 금리 차가 축소되고 투기 세력의 엔화 매수세가 최대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엔화 강세는 진행되지 않았다.
미쓰비시UFJ은행은 "BOJ가 3월 금리를 동결하고 5월에도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낮다. 조기 추가 금리 인상을 기대하며 엔화를 매수했던 시장 참가자들의 포지션 청산이 진행될 것"이라며, 6월 말 환율을 152엔으로 전망했다.
![]() |
[자료=니혼게이자이신문] |
6월 말 환율을 150엔으로 전망한 골드만삭스는 여전히 다른 국가들에 비해 미국 경제가 양호할 것이라고 전제하며 "연방준비제도(FRB)가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가운데, BOJ는 단계적으로만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25년 말 환율 전망에서는 8개 IB 중 미즈호은행이 1달러=157엔, HSBC가 154엔, 골드만삭스가 152엔(2026년 3월)을 제시했다.
미즈호은행의 가라카마 다이스케 수석 마켓 이코노미스트는 "해외 주식 투자 등 일본 가계의 엔화 매도나 경상수지 적자 등이 엔화 강세를 억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HSBC는 연말로 갈수록 엔화 약세·달러 강세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이 감세 등의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기 시작하면 시장 심리가 개선되면서 해외 주식 투자 증가로 인해 엔화 매도세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