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공약화 동력상실 우려..."출장취소 안돼" 변론만
대전시장 대통령실 이전 관련 입장 모호...속뜻 주목
[세종=뉴스핌] 오종원 기자 = 최민호 세종시장이 느닷없이 장기 해외 출장을 다녀와 민감한 시기에 적절한 행보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전국 단체장들이 대선 공약화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23일 최민호 시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외 출장 성과 보고와 대통령 선거 공약화 관련 입장을 밝혔다. 이를 위해 3개 분야 26개 과제를 중심으로 총 15조 5570억 원 규모 대선 공약을 담은 정책자료집을 제작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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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오종원 기자 = 최민호 세종시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통령 선거 공약화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04.23 jongwon3454@newspim.com |
하지만 관련 공약을 각 정당에 제출한 14일은 최 시장이 6박 8일 일정으로 해외 출장을 떠나 세종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한글도시' 위상 제고와 아시아 도시와의 협력 토대 구축을 이유로 최 시장은 이달 12일부터 19일까지 일본과 베트남을 방문했다.
그런데 어떻게 적지 않은 분량의 정책자료집 제작이 가능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최 시장의 출장 기간이 경선 후보자가 가려지기 시작한 중요한 시기라는 점이다. 당시 전국 각 지자체들이 단체장을 필두로 각 정당 유력 후보자들에게 지역 현안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치열한 물밑 작업이 진행됐다. 이처럼 예민하고 중차대한 시기에 지자체장이 일주일 넘게 자리를 비운 것이다.
이날 장기간 해외출장으로 인한 대선 공약화 추진과 관련해 우려감을 묻는 <뉴스핌> 질문에 최 시장은 "전혀 문제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출국 전에 이미 사전 검토를 진행했고 출장 중에도 보고를 받았다면서 되레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이번 공약사항은 사전 검토 외에도 출장 당시에도 꾸준한 보고를 받아 이에 대한 우려는 해외 출장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외국 시도지사들과 약속한 일정을 대선을 이유로 미루는 것이 더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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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오종원 기자 = 기자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는 최민호 세종시장. 2025.04.23 jongwon3454@newspim.com |
하지만 강기정 광주시장이 서울 여의도에 집무실을 마련하고 각 당에 대선 공약 제안 설득에 나서는 등 대선 정국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 시장이 해외 출장과 무관하다는 설명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실제로 이번 조기 대선은 기간이 60일에 불과해 공약 검토 등 시일이 촉박한 상황인데 최 시장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느긋하게 보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이날 최민호 시장은 이장우 대전시장의 대통령실을 세종과 대전 경계선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 명확한 입장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에 대한 입장을 묻는 <뉴스핌> 질문에 최 시장은 "대전시장 발언에 굳이 답변을 해야겠나 싶다"면서 "(유감을 표했던)김하균 행정부시장이 내 마음을 잘 대변해 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자신의 입장도 유사하다는 표현으로 해석되지만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아 속뜻이 주목된다.
jongwon345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