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타이이스타젯 채용 필요성 없었고, 사위 항공업 경력·능력도 없어"
"딸 가족 경제적 어려움으로 불화 겪자 생계 지원 필요해져"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문재인 전 대통령이 딸 다혜 씨 가족의 태국 이주 지원과 관련해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다혜 씨 가족의 생활 기반을 마련해주기 위해 뇌물을 수수했으며, 이 과정에서 청와대 소속 공무원들의 개입도 있었다고 판단했다.
전주지검 형사3부(배상윤 부장검사)는 24일 문 전 대통령을 딸 다혜 씨와 전 사위 서모 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혐의,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뇌물공여 및 업무상배임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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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뉴스핌DB] |
◆ "文, 사위 채용하게 하고 2억 이상 수수"
문 전 대통령은 다혜 씨, 서씨와 공모해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상무 직급 임원으로 채용하게 한 후, 2018~2020년 이 전 의원로부터 급여 명목으로 약 416만바트(한화 1억5300만원 상당), 태국 내 주거비 명목으로 약 178만5000바트(한화 6500만원 상당) 등 총 595만바트(한화 2억1800만원 상당)를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타이이스타젯은 이 전 의원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태국 소재 저가 항공사다.
이 전 의원에게는 직원 채용 필요성이 없었던 타이이스타젯에 항공업 관련 경력·능력 등을 전혀 갖추지 못한 서씨를 상무 직급 임원으로 채용하고 문 전 대통령에게 595만바트를 공여해, 해당 금액만큼 뇌물을 제공하고 회사에 손해를 가한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타이이스타젯의 서씨 채용이 정상적인 절차를 통한 임직원 채용이 아니라 대통령 가족의 태국이주 지원을 위한 부당한 특혜 채용이며, 서씨가 받은 금원은 정상 급여가 아닌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타이이스타젯은 서씨 채용 당시 항공기 운항을 위한 항공운항증명(AOC) 취득은 물론, 그에 선행되는 항공사업면허(AOL) 취득도 지연되고 있어 아무런 수익이 없었고, 그로 인해 긴축 재정을 펼치는 상황이었으므로 임원 채용 필요성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서씨는 항공업 관련 경력·능력이 전혀 없어 특별한 능력이 필요하지 않는 이메일 수·발신 등 단순 보조 업무만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은 타이이스타젯 현지 운영자에게 '월 급여 800만원, 상무 직급, 주거비 제공'의 조건으로 서씨 채용을 지시했다"며 "해당 급여는 타이이스타젯 대표이사보다 2배 이상의 고액이고, 주거지는 월 차임 350만원이 넘는 고급 맨션이었다. 다혜 씨 가족의 태국 생활에 필요한 파격적이고 전폭적인 경제적 지원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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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문다혜 씨. [사진=뉴스핌DB] |
◆ 다혜씨 가족·청와대도 뇌물 관여…기소는 피해
검찰은 다혜 씨와 서씨 또한 능동적 행위를 통해 이번 사건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 사실, 청와대 소속 공무원들의 관여·지원 사실도 확인했다.
문 전 대통령은 과거 무직 상태로 별다른 소득 없이 생활하던 다혜 씨와 서씨에게 주거 비용을 지원하고 서씨의 취업을 청탁하는 등 생활에 필요한 여러 지원을 했으나, 2018년 초순경부터 다혜 씨 가족과 관련된 연이은 언론보도로 서씨가 퇴사해 소득이 재차 단절됐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불화를 겪게 된 다혜 씨 가족의 생계를 지원해 줘야 하는 상황이었고, 이에 다혜 씨 가족이 태국에서 거주할 고급주택의 임차비용과 서씨의 급여를 가장한 금원으로 손자의 국제학교학비 및 생활비 등 다혜 씨 가족이 태국으로 이주해 생활할 기반을 마련해준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혜 씨 가족은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이 전 의원이 준비한 내용 등을 전달받은 뒤 당시 아무런 연고가 없던 태국 이주를 직접 결정했다. 서씨의 채용 절차가 이뤄지기도 전에 다혜 씨는 미리 태국 현지를 답사해 국제학교의 위치를 확인하고,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갖춘 맨션을 주거지로 결정하는 등 제공되는 경제적 이익의 내용·규모 결정에 적극 관여했다.
다혜 씨가 태국 현지에서 생활할 주거지를 결정하자 그 차임 등이 서씨 채용 조건에 그대로 반영됐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민정비서관과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장이 다혜 씨 가족과 태국 이주 준비 과정부터 경제적 지원 규모 정보를 공유하는 등 적극 관여했다고 봤다.
아울러 대통령경호처는 다혜 씨 가족의 태국 이주와 서씨의 타이이스타젯 취업 사실을 전제로 그에 대한 태국 현지 경호 계획을 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문 전 대통령의 승인하면서 이들에 대한 해외 경호가 개시됐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다만 검찰은 다혜 씨와 서씨에 대해선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다혜 씨와 서씨가 문 전 대통령의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기는 하나, 뇌물죄는 공무원의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의원을 기소함으로써 국가형벌권 행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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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스핌DB] |
◆ "이 전 의원, 정치 재기 위해 文 편의 제공 필요"
검찰은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의원 뇌물 사건의 배경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 전 의원은 2016년 3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이후 차기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도모하는 등 정치적인 재기를 계획하고 있었고, 문 전 대통령의 제19대 대선캠프에서 직능본부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그의 대통령 당선에 기여해 향후 공천 등 정치적 활동에 있어 지원을 기대할 수 있었다.
이 전 의원은 2018년 3월 문 전 대통령에 의해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됐는데, 2020년 4월 예정된 차기 국회의원 선거 출마하기 위해선 면직 등에 있어 문 전 대통령의 권한 행사를 통한 편의 제공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후 실제 이 전 의원은 경찰 수사를 받던 중이었음에도 면직된 후 공천을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은 정부의 유화적인 대북정책을 기화로 정치적 입지를 넓히고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자 2018년 3월 평양 방북 예술단 전세기를 띄우고, 이후 북한 전세기 취항 신사업을 추진했다"며 "사업의 계속적 추진을 위해서는 정부의 운항사 선정·노선 배분·항공보험을 대체하는 지급보증 제공 등의 조치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2018년 3월 평양 방북 예술단 전세기 운항 과정에서 국가재정법에 따른 국회 동의 없이 수천억원 규모의 항공보험을 대체하고, 국제연합(UN), 미국 등의 대북 제재 위반으로 인한 잠재적 손해까지도 모두 담보하는 포괄적 정부 보증이 실시된 사실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