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경제 경제일반

속보

더보기

韓 체코 원전 본계약 '속도전'…숨가쁘게 달려온 3년

기사입력 : 2025년05월07일 14:21

최종수정 : 2025년05월07일 18:05

韓, 최종 계약 위해 체코 방문…서명식 앞두고 일시 중단
EDF 가처분 신청…정식 결과 발표까지 계약 추진 불가
안덕근 장관 "본안 소송 문제 없을 듯…지연할 이유 없어"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한국이 총 26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수주 본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2022년 체코 정부가 두코바니 원전 5·6호기 신규 건설을 위한 국제 입찰을 개시한 이후, 약 3년에 걸쳐 정부와 민간이 함께 전방위적 협력을 이어온 결과다. 

다만 7일로 예정됐던 본계약은 프랑스 전력공사(EDF)의 가처분 신청으로 인해 절차가 일시 중단된 상태다. 체코 정부는 법적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계약을 보류한 상태로, 사실상 일정이 기약 없이 연기된 셈이다. 정부는 예상치 못한 위기를 딛고 최대한 신속히 계약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 3자 대결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최종 계약 '속도전'

체코 원전 사업은 프라하에서 남쪽으로 220km 떨어진 두코바니와 130km 떨어진 테믈린 지역에 각 원전 2기씩 총 4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약 30조원으로 추산된다. 체코 정부는 오는 2029년 건설에 착수해 2036년 원전 운전을 시작하겠다는 목표다.

체코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은 지난 2019년 국가 에너지·기후 계획(NECP) 발표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체코 정부는 원자력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44%로, 2040년까지 68%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신규 원전은 총 3기가와트(GW) 규모로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에 따라 2022년 3월, 국영 전력회사 체코전력공사(CEZ)는 두코바니 원전 부지에 1000~1200메가와트(MW)급 5·6호기 건설을 위한 국제 입찰을 시작했다. 입찰에는 한수원과 프랑스전력공사(EDF), 미국 웨스팅하우스 등 3개국이 참여했다.

2024년 들어 체코 정부가 당초 1기였던 발주 규모를 최대 4기까지 확대하는 방안에 무게를 실으면서 수주 경쟁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기존 1기를 건설할 시 예상되는 사업비는 약 9조원이었지만, 규모가 4기까지 늘어나면서 사업비도 약 30조원으로 확대됐다.

건설 계획을 4기로 늘리는 과정에서 체코 정부는 수정 입찰서를 요구했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웨스팅하우스가 탈락했다. 앞서 웨스팅하우스는 2022년 폴란드 원전 사업에서 최종 입찰을 따낸 바 있지만, 이번 사업에서는 3개사 중 가장 먼저 고배를 마시게 됐다. 이에 체코 원전 사업은 한수원과 EDF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이어 같은 해 7월 17일, 체코 정부는 한수원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체코 측은 한국의 원전 기술력과 사업 수행 경험, 파트너십 네트워크 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와 한수원은 체코 정부를 향해 정해진 예산 내에서 적기에 시공을 마치는 '온 타임·온 버짓(On Time·On Budget)'을 강점으로 적극 피력해 왔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모습 [사진=한국수력원자력]

하지만 한수원이 선정된 직후인 8월 말, EDF와 웨스팅하우스는 체코 경쟁당국인 반독점사무소(UOHS)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입찰 절차의 공정성과 한수원의 법적·기술적 자격 등을 문제 삼았다. 이에 UOHS는 CEZ와 한수원 간의 계약 진행을 일시 보류 조치했다.

그러나 UOHS는 같은 해 10월 31일, EDF와 웨스팅하우스의 진정을 기각하고 한수원의 지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UOHS는 입장 발표를 통해 "두 회사의 제안에 대한 절차는 대부분 중단됐고, 다른 부분은 기각됐다"며 "두 회사는 이번 결정에 대해 항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결정으로 CEZ와 한수원 간 협상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 체코 지방법원, EDF 가처분 인용…계약 목전 두고 '날벼락'

올해 3월부터는 본계약 체결을 위한 최종 협상이 이어졌다. UOH가 4월에 EDF의 항소마저 최종 기각하면서 최종 계약 체결의 걸림돌이 사라졌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EDF는 이달 2일 브르노 지방법원에 행정소송과 함께 가처분 신청을 추가 제기했고, 법원은 5월 6일 이를 인용했다. 이에 따라 7일로 예정됐던 한수원과 체코 정부 간의 본계약 서명은 잠정 중단됐다.

당초 한수원과 CEZ는 7일 프라하에서 양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신규 원전 건설 계약 서명식을 열 예정이었다. 체코 법원의 가처분 결정 소식이 전해졌을 때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이미 체코에 도착해 있었으며,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프라하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었다.

23일(현지시간)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아프리카 모로코 라바트에서 열린 'AFNBP 2025'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한수원] 2025.04.24 rang@newspim.com

정식 판결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한수원과 CEZ 간 계약 체결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체코 법원의 가처분 결정 내용은 EDF가 제기한 행정 소송의 정식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한수원과 CEZ 간 최종 계약 서명을 중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7일 최종 계약 서명을 위해 대규모 특사단을 보낸 한국은 이번 체코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우리 정부는 이번 행사를 위해 안 장관을 비롯해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강인선 외교부 2차관, 김성섭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최원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을 파견했다. 국회에서도 이철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 등 다수 의원이 특별 방문단으로 동행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정부는 공식 계약을 체결하는 것만 연기되는 것일 뿐, 나머지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상황 수습에 나섰다. 한국과 체코 측은 업무협약(MOU)과 고위 관계자 오찬 등 기존 일정들을 그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날 안 장관은 기자 간담회에서 관련 질의에 "공식 계약을 체결하는 것만 이번 법원 판단 때문에 연기되고, 나머지 절차는 준비한 대로 할 것"이라며 "EDF 같은 사업자가 (체코) 국내법 절차에서 자신들이 가진 법 권리를 최대한 활용하고 행사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당황스럽게 지연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CEZ는 체코 최고행정법원에 항소를 준비 중인 상황으로, 구체적인 법률 검토 작업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의 이력 등을 바탕으로 승소 가능성을 높이 점치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05.01 yooksa@newspim.com

이에 대해 안 장관은 "같은 사안을 가지고 체코 경쟁 당국이 두 번이나 명확하게 판결한 바 있어서 본안 소송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체코 국민도 이런 부분에 있어서 일말의 우려나 의혹이 없도록 이 문제가 깨끗하게 정리되길 희망한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 정부가 지원하거나 소명할 부분이 있으면 최대한 협조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종 계약이 언제까지 연기될지는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우리 정부는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현재 체코 정부와 CEZ도 기회비용 등을 고려해 빠른 계약 체결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장관은 "(계약이) 과도하게 지연되는 경우에는 엄청난 기회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체코 당국도 법적인 조치를 취하려는 것"이라며 "며칠일지 몇 달일지 예단할 수는 없지만, 체코 정부도 지연되지 않기를 희망하는 것 같다. 불필요하게 지연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rang@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중앙지법, 尹 구속적부심 18일 오전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 특검(특별검사)'의 재구속 적법성 여부가 오는 18일 나온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형사9-2부(재판장 류창성)오는 18일 오전 10시15분 윤 전 대통령 측이 청구한 구속적부심을 진행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뉴스핌DB] 윤 전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단은 이날 오전 중앙지법에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했다. 윤 대통령 측은 "적부심의 일반적 법리인 구속이 실체적, 절차적으로 위법·부당하다는 점을 다툴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지난 6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후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9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다음 날 새벽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법원은 구속적부심사 청구가 접수된 후 48시간 이내에 피의자를 심문하고, 증거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hyun9@newspim.com 2025-07-16 14:41
사진
'강선우 임명' 딜레마 빠진 대통령실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보좌진 갑질' 의혹과 해명 번복, 임금 체불 논란 등이 이어지며 여론이 악화한 가운데, 대통령실은 인사 원칙과 여성 내각 구성이라는 정치적 목표 사이에서 셈법이 복잡해진 분위기다. 강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지난 15일 마무리됐지만, 논란은 오히려 커졌다. 국회 보좌진들 사이에선 익명 폭로가 이어지고, 여성단체들까지 "사퇴해야 한다"는 성명을 잇달아 내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도 부담을 토로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결정을 미루고 있다. 남은 청문회 과정을 모두 지켜본 후 종합 판단하겠다는 게 현재까지 대통령실 입장이다. 내부적으로 '임명 강행'과 '철회' 사이에서 득실 계산이 한창이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세계정치학회(IPSA) 서울총회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7.14 photo@newspim.com ◆ 여성 인재 중용 기조...정치적 부담 상존 임명을 강행할 경우,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여성 인재 중용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이 대통령은 내각 여성 비율을 30% 목표로 한다고 공언했으며, 여성가족부를 존치한 배경에도 그 같은 상징성이 깔려 있다. 실제로 강 후보자 외에도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등 여성 후보자들이 줄줄이 청문회에 오르면서, 한 명의 낙마가 전체 균형을 흔드는 도미노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치적 부담도 고려 대상이다. 강 후보자는 현직 국회의원이다. 만약 청문회를 거쳐 낙마할 경우, 이는 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후 사실상 처음 있는 '현역 의원 낙마' 사례가 된다. 이는 청문회 제도와 야당의 검증력을 키워주는 반면, 여당에겐 타격이 될 수 있다. 임명을 강행할 경우의 리스크도 작지 않다. 무엇보다 시민사회와 보좌진들 사이에 형성된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도덕성과 인사 기준 자체에 흠이 날 수 있다. 강 후보자는 앞서 '사적 지시는 없었다'는 취지로 부인했으나, 이후 공개된 텔레그램 메시지로 거짓 해명 논란이 일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07.14 mironj19@newspim.com ◆ '버티기 인사' 반복시 내각 전체 불신 확산 우려 또한 임명 강행은 향후 이진숙 후보자 청문회에도 불똥을 튀게 할 수 있다.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버티기 인사'를 반복하면, 결국 전체 내각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게 일부의 우려다. 대통령실은 16일 이후 여론 흐름 등을 토대로 강 후보자에 대한 거취를 결정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이진숙 후보자 청문회까지 모두 지켜본 뒤, 장관 인선을 '패키지'로 정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권 초반 인사를 둘러싼 시험대에서 이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강 후보자의 임명은 단순한 인사 문제를 넘어, 여성 인재 정책과 인사 기준, 여당 내 권력구도와도 맞물린 상징적 분기점이 되고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보좌진 모임인 민주당보좌진협의회(민보협) 역대 회장단은 이날 성명을 통해 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국회의원에게 보좌진은 단순한 직원이 아니라 의정활동 전반을 보좌하는 파트너이자 국민과 국회를 잇는 다리"라며 "그런 보좌진의 인격을 무시한 강 후보자의 갑질 행위는 여성가족부 장관은 물론 국회의원으로서의 기본적 자세조차 결여된 것이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parksj@newspim.com 2025-07-16 14:36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