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 안타까워"…교수 사직 후 매진
뇌 건강 검사 기억콕콕…1만명 이상 사용
이익보다 서비스 질 선택…앱 설치 'NO'
코그테라, 버튼식 방식 벗어나 음성 훈련
"효과있고 편리하며 신뢰가는 기업으로"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누구나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자연스럽게 인지 건강을 관리하는 시대를 열겠다."
노유헌 이모코그 공동대표는 지난 7일 서울 코엑스 '바이오코리아 2025' 국내 우수 중소벤처기업 홍보관(Rising관)에서 <뉴스핌>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노 대표는 중앙대 의과대학 해부학 교수였다. 신경 해부학과 디지털 헬스케어를 연구하던 그는 치매 치료의 패러다임(생태계)을 바꾸기 위해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치매 진단부터 관리까지, 소아부터 성인까지 아우르는 좁고 깊은 길을 택했다.
노 대표는 "다른 회사처럼 넓은 영역을 개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지만, 치매 환자를 위해 시작했으니 전문 기업이 되기로 했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디지털 영역이 이용되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의사와 환자가 그 안에서 치료와 관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모코그는 치매를 포함한 퇴행성 뇌 질환에 있어 예방·진단·치료 전주기를 통합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며 "환자와 가족 모두가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 |
노유헌 이모코그 공동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코엑스 '바이오코리아 2025' 국내 우수 중소벤처기업 홍보관(Rising관)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모코그] 2025.05.08 sdk1991@newspim.com |
다음은 노 대표와의 일문일답.
-의대 교수를 그만두고 창업에 뛰어든 이유는
▲공동대표인 이준영 교수님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10년 넘도록 함께 연구한 분이다. 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많은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진료한 분이다. 효과적인 인지 훈련법이 있는데 시공간 제약과 인력 부족으로 인해 환자들이 치료를 지속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의료 현장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디지털 해법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단순한 스타트업이 아니라, 한국의 디지털 치료 생태계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시도라는 확신이 들었다.
-왜 치매에 몰두했나
▲치매는 약이 없다. 진단, 치료, 관리까지 쉬운 게 없다. 해법도 없다. 다만 과거와 달리 지금 치매 발병률이 높아지는 나이대는 스마트폰을 모두 사용하고 있다. 이제는 디지털 치료기기를 선보이는 것이 가능할 것 같았다. 치매 전공이니 우리가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잘할 수 있는 것만 한다. 그 이상은 욕심이다.
-이모코그의 대표 뇌 건강 검사 제품이 '기억콕콕'이다. 무엇인가
▲'기억콕콕'은 5분 안에 인지 상태를 검사하는 도구다. 10년 넘게 개발했다. 누구나 어디서든 인지 상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앱을 깔지 않고 웹 기반으로 인지 상태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표준화 연구와 SCI급 논문을 포함한 임상 검증을 거쳐 현재 1만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이용도 확대되고 있다.
-어떻게 사용하나. 일반 시민도 사용 가능한지
▲일반 시민은 이용할 수 없다. 병원, 검진센터, 보험사에서 링크를 받을 수 있다.
-대중화하는 것이 이득이지 않나
▲기억콕콕은 인공지능(AI)으로 한번 호기심에 해보는 검사가 아니라 전문적 영역의 인지기능조기 평가 도구다. 관리받을 사람만 모여야 한다. 경도인지장애 발병률은 20%인데 병원에 오는 분은 3만명 정도로 적다. 그런데 노출만 많아지면 불안감만 가중된다. 어떤 검사를 하는지 알게 되니까 표준화가 다 바뀐다. 그래서 저희는 일반 국민이 모두 사용하는 방법보다 검진센터를 통해 검진받을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억콕콕이 어떻게 이용되길 바라나
▲50세가 넘으면 인지 기능 검사를 1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특정 환자는 조기에 관리됨으로써 치매까지 가지 않도록 해야한다. 대처를 잘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는다. 환자가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보호자가 필요 없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사회적 비용과 가족들이 고통받는 것은 치매 이후부터다. 검진센터에서 기억콕콕으로 인지 상태를 조기에 검사하면 이후 과정을 많이 줄일 수 있다.
-기억콕콕의 차별성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인지 상태를 검사하는 도구들은 많다. 목소리, 눈동자 움직임을 이용한다. 그런데 일부 회사는 저작권이 없는 표준화된 검사를 사용한다. 그러면 심심풀이로 활용하는 수준에서 그친다. 우리는 병원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보고서를 제시하고 검사에 대한 저작권도 우리한테 있다. 성별, 학력, 연령별로 표준화가 돼 있다.
-코그테라는 치료를 위한 기기다. 국내 최초 경도인지장애 디지털치료기기로 지정받았는데
▲코그테라는 국내 최초로 경도인지장애 대상 확증 임상을 완료한 디지털치료기기다. 병원 등에서 기억콕콕으로 검사를 한 뒤 문제 있다고 판단돼 디지털 치료 처방이 나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식약처에서 심사 중이다. 매일 2회씩 꾸준히 사용하면 인지 기능 악화 속도를 느리게 할 수 있다. SCI급 논문 5편과 확증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가 입증됐다.
-다른 제품과 비교해 차별성은
▲코그테라는 음성을 기반으로 한다. 보통 의료기기가 버튼식으로 검사하는데 경도인지장애 환자나 고령자는 어려워하고 특정 범위에서 멍해지면 그 이상 진행이 안 된다. 그래서 의료기기와 서로 말하는 방식을 이용한다.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게 화려한 디자인이 하나도 없다. 또 일부 회사는 게임 점수로 난이도를 추정한다. 그러면 게임만 잘하게 된다. 우리는 단어 개수가 난이도다. 외울 수 있는 단어의 개수가 인지 기억력을 반영하는 것이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3개밖에 못 외운다. 그 숫자를 유지하거나 개선하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다. 이런 단어들도 일상생활에 쓰이는 단어로 사용했다. 일상생활의 훈련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 |
이모코그의 '기억콕콕' 2025.05.08 sdk1991@newspim.com |
-의료기기 개발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에 집중했다. 쉬워야 한다. 기억콕콕은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이를 일반 국민 입장에선 쉽게 받아들이지만, 저희 입장에선 포기할 것이 많다. 소비자를 붙잡아둘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령자들이 실질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령자들은 앱 설치 못 한다. 코그테라는 음성의 질에 집중했다. 사람마다 발음이 다 달라 인식하도록 만드는 과정이 어려웠다. 사투리, 영어, 독일어 모두 가능하게 했다.
- 아동부터 성인의 주의력에 대한 문제도 사회적 이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
▲초로기 치매(초기 치매)라고 한다.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있다. 옛날에는 유전적 요인이 대부분이었다. 뇌에 독성 단백질이 쌓이는 분들이 있다. 최근에는 기억력 저하를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유전적으로 인한 질환과 스트레스성은 구분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선 걱정 안 해도 괜찮다. 조기 원인을 정확히 판단하고 체계적 치료를 받으면 개선될 수 있다.
-소아를 위한 치료기기도 있지 않나
▲이모코그가 인수한 해피마인드의 소아 종합주의력 검사도구인 CAT(Computerized Attention Test)이다. 학교, 지역 커뮤니티 센터 등 다양한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1년에 20만건씩 사용되며 의료기관 2000개에서 사용된다. 반응도 긍정적이다. CLT(Cognitive Learning Training)는 학습장애를 검사하는 검사도구다. 수적 개념이 없어서 수학을 못 하는 질환이 있다. 난산증이라는 뇌 질환이다. 발병률이 3%로 꽤 많은데,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 4살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고치면 고칠 수 있다.
-이모코그의 올해 계획은
▲올해는 이모코그에게 중요한 해다. 디지털 의료기기 제품이 모두 구성돼 시장에 진입하는 첫해다. 사람들이 인지하고 사용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의사와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도록 만들어 한국의 디지털 의료 기술의 우수성을 퍼뜨릴 수 있는 것이 목표다. 미국, 독일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도 앞두고 있다.
-이모코그가 사람들에게 어떤 기업으로 남았으면 좋겠나
▲'효과 있고 신뢰 간다'는 말을 듣고 싶다. 우리는 과학적 근거 기반으로 제품을 만든다. 더 나아갈 수 있다면 쉽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이용하니까 어렵지 않고 친절하게 도움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바이오코리아 2025의 RISING관 기업에 선정됐다. 이유는
▲처음 시작부터 지금까지 하나의 질환에 처음부터 끝까지를 책임지겠다라는 생각이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국내 유망 기업이 성장하려면 기업과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나
▲탄탄하고 체계적으로 커가고 있는 헬스케어 기업이 많지 않다. 팔릴 수 있고 시장에 적합하고 소신 의식을 담은 제품이 개발돼야 한다. 그런데 단순하게 허가받는 제품들이 있다. 허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환자가 찾고 믿는 제품이다. 우리도 부족하지만, 기업에서는 항상 그런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 정부는 성장할 수 있는 기업 선별을 잘해야 한다. 키워줄 회사는 확실하게 키워주고 그런 회사를 좋은 사례로 만들어주는 체계가 필요하다.
sdk19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