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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모의 외교포커스] 붉은광장에 펼쳐진 국제질서 현실과 한국의 위기

기사입력 : 2025년05월12일 06:17

최종수정 : 2025년05월12일 06:17

러시아 전승절 80주년 유례 없는 '중·러 밀착' 과시
트럼프 '러시아 정책 실패' 의미하는 상징적 장면
한미일 동력 감소...북중러는 전략적 이해관계 일치
새 정부, 전대미문의 혹독한 외교·안보 환경 직면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지난 9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붉은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 80주년 행사는 혼란스러운 국제질서의 단면이다. 이번 행사는 제2차 세계대전 승리 축하가 아니라, 중국이 러시아를 군사·경제·외교적으로 강력히 지지하고 있으며 러시아와 북한은 혈맹으로 도약했음을 전 세계에 과시하는 자리가 됐다.

올해 전승절은 러시아 정책을 포함한 미국의 세계전략이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격화되기 시작한 미·중 전략경쟁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한 중·러의 밀착, 그리고 미국 일방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현으로 뒤죽박죽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전 세계가 목도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개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두 사람은 미국에 대항해 중·러가 추구하는 세계 질서가 무엇인지 명확히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러시아에 유화적이었다. 강력한 힘을 가진 지도자를 선망하는 개인적 취향인지, 목표가 있는 '그랜드 디자인'의 일환인지 지금도 해석이 분분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끝내고 미·러 관계를 회복하려는 트럼프의 계산 속에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혹자는 이를 냉전 시대 미국이 소련을 고립시키기 위해 중국과 손을 잡았던 '키신저 전략의 역발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러를 떼어놓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중·러 밀착은 트럼프의 시도가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러는 분열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을 패권주의, 신(新)식민주의 국가로 규정하고 자신들이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응해 다자주의를 수호하려는 강력한 '전략적 파트너'임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중·러는 공동성명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동진시키고 (한·미·일, 오커스, 쿼드 등) 소다자 동맹을 구축해 인·태 전략에 지역 국가들을 끌어들임으로써 평화와 안정을 훼손했다"고 비난했다. 또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핵 공유 군사동맹과 확장억제 강화를 내세운 핵무기 배치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승절 행사는 2년 전 캠프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이 모여 사실상의 군사동맹 관계를 구축한 것에 대한 반격의 의미도 포함돼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협력은 동력이 떨어지고 있지만 북·중·러는 여전히 전략적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강력한 협력체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북한의 입지는 넓어졌다. 중·러는 이번 공동성명에서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압박 정책과 동북아시아 지역의 군사화와 대결을 유발하려는 접근을 포기하라"고 요구했다. 또 '주권 존중'과 '당사국의 이익에 대한 균형 잡힌 고려'가 한반도 문제 해결의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중·러는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가 국제비확산체제 유지의 초석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우회하는 일방적인 강압 조치 반대한다'고 밝혀 유엔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북한의 불법적인 핵무장을 문제삼지 않았고 '비핵화'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중국과 북한이 불편한 관계임에도 이런 공동성명이 나왔다는 것은 현재의 국제정세에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높아졌음을 중국이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 동맹 강화에 모든 것을 걸었던 윤석열 정부는 3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진했다. 미국에는 동맹국을 경시하는 일방주의 정부가 들어서 있고 북·중·러의 연대는 공고해지고 있다. 중국 견제에 동맹을 앞세우려는 미국의 압박은 점차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3년 만에 러시아로부터 전승절 초청장을 받고도 결국 불참을 결정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한·러 관계를 복원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남북관계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다음 달 3일 대선 이후 들어설 새 정부는 대외 정책에서 한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가야 한다. 지금은 죽기 살기식 대선 경쟁으로 뒷전에 밀려나 있지만 한국이 처한 전대미문의 외교·안보 환경은 선거 다음날부터 냉혹한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국내 정치 사안은 선거를 좌우하지만 외교·안보 문제는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 새 정부가 위기를 헤쳐 나가려면 초당적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정치 상황으로는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는 게 문제다.

open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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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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